역사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은 눈이 쌓이는 원리와 같다. 어렵지만 꾸준하게 조금씩 읽다 보면 첫눈은 지면에 녹아 사라져 버리지만 지속적으로 눈 내리듯 공부한다면 어느 순간 눈의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밀리터리 콘텐츠 전문가라는 다소 이색적인 일을 하는 저자 이세환 기자의 안목은 선명하다. 무기를 보면 전쟁이 보이고 전쟁이 보이면 역사가 보인다는 생각으로 무기의 역사와 전쟁 그리고 인물 중심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기존에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세계사 지식이 조금 연결되는 느낌이 있고, 내가 알고 있던 정보와 다소 상치되는 부분도 있다. 책은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살 라버스 해전, 펠로폰네소스 전쟁, 알렉 산드로 스 대왕의 정복전쟁, 진시황의 통일, 한무제의 흉노 정벌, 포에니 전쟁, 로마 전쟁과 팍스 로마나, 위-촉-오 삼국 전쟁, 고구려 -수나라, 고구려- 당나라 전쟁사를 이야기한다. 그 중심에 각 나라에서 썼던 무기들에 대한 상세한 그림과 설명이 독특하다. 책은 한 번씩 들어본 전쟁사들의 역사적 배경과 원인 그리고 시대상을 선물한다.
책은 마라톤의 기원인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쟁 이야기로 시작한다. 당시 그리스는 변방에 있는 작은 나라에 불과했고, 페르시아는 이집트와 지중해 그리고 현재의 이스라엘, 레바논 등을 포함한 상당히 부유하고 큰 나라였다. 페르시아라는 대제국을 유지한 비결은 관료제와 도로망의 구축이라고 한다. 왕의 길이라 불리는 도로망은 대제국의 횡단길을 15일로 단축한 대단한 소통망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세상에서 페르시아의 전령들보다 빠르게 여행하는 것은 없다.'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페르시아의 속 국 중 말레투스 참주의 반란을 지원해준 아테네는 페르시아의 공격 대상이 된다. 당시 그리스는 독재를 막고자 유능한 인재를 권자에서 내려오게 하는 기이한 구조 '평등한 바보들'을 양산하는 정치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마치 교육의 평준화에 대한 이야기와 연결되는 듯한 느낌이다. 대국의 페르시아를 물리쳤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을 것 같다.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가 시작한 그리스 정복은 실패로 끝나지만 아들 크세르크세스는 다시 한번 그리스를 정복하고자 한다. 살라미스 해전이 그리스와 페르시아 전쟁의 두 번째 이야기다. 그리스는 '은의 샘'을 발견해 제정적인 풍족함을 맞는다. 그리스 리더 중 한 명인 테미스토클레스는 군함 건조를 주장하고 결국 동의를 얻어 은으로 발생한 재원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군함을 만든다. 그의 결정으로 만든 군함들은 살라미스 해전을 대비하게 되어 그리스를 지켜주는 방패막이된다. 용병으로 구성된 대군의 페르시아를 물리친 살라미스 해전에 대한 저자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의 정치가들은 탐욕스럽고 무능했다. 그들은 튀는 스타를 증오했다. 평균적인 바보들이 있어야 밥그릇도 빼앗기지도 않고 나라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상 살라미스 해전만큼 정신의 힘이 물질의 양보다 우월하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드러낸 적은 없었다.' 페르시아와 전쟁을 승리로 이끈 테미스토클레스는 누명을 쓰고 그리스에서 페르시아로 망명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날 정치에서도 있을 법한 시나리오다. 용병으로 구성된 페르시아 대군을 협동심으로 뭉친 작은 그리스가 이긴 전쟁은 후손들에게 '정신이 물질의 힘보다 우수하다'는 교훈을 전해 준다. 또한, 현실을 냉정히 판단하고 미래에 대한 건전한 혜안을 가진 테미스토클레스 같은 리더의 존재와 판단이 중요함을 보여 준다. 위기의 순간 냉철한 판단을 내릴 줄 아는 리더의 존재는 모든 시대에 요구되지만 항상 그런 리더가 존재했던 건 아니라는 말에 지금 세계정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그리스 도시 국가들의 내전이다. 페르시아 대군을 이긴 아테네는 해상권 이익을 갖는다. 같이 전쟁을 참여했음에도 실질적 이익이 없던 스파르타는 아테네를 견제하게 된다. 결국, 아테네 중심의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 중심의 펠로폰네소스 동맹 간의 분란이 시작된다. 내전은 결국 제국의 길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펠로 폰테 소스 전쟁이 모든 것을 가져가 버려 이후 급격한 쇠락의 길로 접어들어 로마의 속국으로 전락하게 되는 운명을 만든다. 남과 북이 나뉜 우리나라의 형국은 역사적 관점으로 본다면 그리스 국가들의 내전과 비슷하다. 긴 분란은 절대 영원한 제국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탁월한 리더들이 역사 운명의 키잡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 출신인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고등학교 동창생이었던 혜선이는 아직도 알렉산드로스를 마음의 중심에 두고 영원한 팬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고교시절 유덕화나 장국영 등 홍콩 배우들을 좋아했던 친구들과 달리 그녀는 알렉산드로스를 좋아했다. 관련 자료를 모으고, 사진을 구해 보여주고 노트 이곳저곳에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사색가였고, 곱상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전투에서는 야수처럼 싸웠다고 한다. 마치 곱상한 외모의 아이돌 스타들이 스포츠 경기에서 뛰어난 성취를 보여주면 소녀 팬들이 더 열광하는 것처럼 그의 이야기가 멋지게 각색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알렉산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청소년기에 3년간 정치, 철학을 배운 제자였다. 그의 천재적인 두뇌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 덕분이라 하기도 한다. 아리스토 텔레스의 교육법을 제대로 배워야 할 것 같다. 알렉산드로스는 불꽃처럼 살다 빠르게 사라진 역사적 인물이다. 그는 왕이기 때문에 남보다 더 뛰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세계를 향해 자신의 역량을 맘껏 발휘한 인물 같다. 그는 원정하는 곳마다 헬레니즘 문화를 전파했고, 그의 전술은 현재 전술의 교본이 될 정도라고 한다. 30대 초반의 죽음이 그래서 더 안타깝게 느껴진다.
고대 전쟁사의 이야기를 보면 각각 전쟁을 하는 주인을 돕기 위한 노예들을 대동하고 다녔다는 사실은 독특하다. 알렉산드로스는 전쟁에 참여하는 정예 기병을 돕는 노예들 3~4명 또한 전투 인원으로 참여 시켰다면, 페르시아의 경우 기병 1명에 12명의 비전투 노예라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모든 전쟁에서 우위를 보인 이유를 알 것 같다. 서양 최초의 대제국 마케도니아와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나라의 공통점으로 석궁 타입의 무기가 주력이었다는 저자의 해석이다. 현대전은 '핵무기'가 그 역할을 하는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된다.
전국 7웅을 통일한 진시황은 무기 체계의 특성을 잘 알았고, 대량생산과 표준화로 다른 나라들보다 우월한 전투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기에 통일 왕국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저자의 전쟁사 이야기 중심에 무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중요할 수밖에 없음을 알 것 같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말처럼 승자가 되기 위한 무기의 중요성을 알 것 같다.
'사기'를 쓴 사마천의 이야기는 익숙하다. 궁형 후 20년 동안 130편의 역사책을 인류에 선물한 그는 '집안을 다스릴 때 훈계와 처벌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나라를 다스릴대 형벌을 버릴 수 없고, 천하 차원에서 정벌(전쟁)을 폐할 수 없다. 단지 운용을 정당하고 적절하게 해야 한다.'라고 했다. 형벌에 대한 억울함보다는 그 보다 한 단계 높은 인격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로마와 부자 식민 도시 카르타고의 전쟁인 포에니 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 교훈을 담고 있다. 식민 도시 카르타고를 세운 페니키아 인을 가리키는 라틴어가 포에니라고 한다. 그들은 고대의 대단한 문명을 꽃피운 나라였고, 알파벳의 원형도 페니키아 문자라고 한다. 또한, 세계 최초의 아파트를 만들어 낸 곳이란다. 그래서 그들은 '페니키아는 문명의 씨앗을 뿌린 농부가 아니라 문명의 낟알을 물어다준 새다'라는 고전학자 테어도오 몰젠의 찬사를 받은 것 같다. 로마의 열린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는 오늘날의 난민 문제의 해결점을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다. 로마는 순혈 출신이 아니라 혼혈 국가임을 인정한다. 그래서 타문화와 타민족에 관대한 정책을 썼다. 노예 또한 10년에서 15년 이후 로마 시민으로 인정해 주었고, 정벌한 나라에서 로마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느냐를 기준으로 시민권을 주었다고 한다. 즉, 로마 제국에 편입된 이주민과 도시국가들한테 로마는 충성해야 할 주인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꾸어 나가고 지켜야 할 소중한 무언가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인류는 어차피 아프리카의 한 여성에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순혈을 주장하던 역사는 인류 역사의 악의 꽃이었음을 안다. 세계를 보는 눈은 자기 안에서 시작된다. 역사가 중요한 이유가 선조들이 보여준 실수를 통해 후손들이 배워가는 것이다. 그래서 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그래서 늘 새롭게 경험을 해야 하는 어린아이에 불과하다는 역사학자들의 말이 이해가 간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알프스 산을 넘어 로마를 공격한 이야기와 카이사르 이야기 위, 촉,오 삼국 전쟁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고구려대 수나라, 고구려대 당나라 이야기도 역사 독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기술 발전과 함께 악도 함께 왔다는 버트런드 러셀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역사는 흐르고 그 중심에 전쟁이 있어 왔으며, 인류의 뛰어난 두뇌들은 획기적 기술과 더불어 다양한 무기도 만들어 냈다. 인간이 인간을 살상하기 위한 무기가 전쟁의 중심이었고, 그 전쟁의 중심에서 인류는 뼈아픈 교훈을 얻어가고 있다. 아직도 세계의 3분의 1은 전쟁 중이다. 역사는 현재고 곧 우리의 미래라는 말이 생각난다. 저자의 책을 통해 역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