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실천하지 못한 일을 해 봤다. 토요일 오후 넉넉한 시간을 갖고 도서관에서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는 일이다. 아쉽게도 커피 반입은 되지 않아 밖에서 간단하게 마시고 그림 가득한 얇은 책을 완독 했다. 저자 미카 포사는 프랑스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생활하면서 느낀 프랑스 인들의 삶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일본과 비교하면서 쓴 책이다. 일본인의 생활 패턴과 한국인의 생활패턴이 닮은 면이 있어 공감하며 읽었다.
'프랑스 여자는 늙지 않는다'라는 책과 비슷한 의견들이 있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그들의 문화만큼 매력이 있는 나라다. 저자가 바라본 그들의 문화에서 배울 점이 많다. 제목이 독특하다. '왜 쓰레기통이 없지?'라는 궁금증을 갖게 만든다. 그들 삶의 신조는 단순하게 살아가되 삶에서 중요한 것들에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싶은 건 아닐까. 각 방마다 쓰레기 통을 배치하면 첫째, 냄새가 나고 둘째, 생활신조가 불필요한 것을 사지 않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일상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엌 싱크대 옆에 하나뿐인 쓰레기통은 오로시 그 본연의 역할을 충실하게 할 수밖에 없는 위치다.
달팽이 요리나 '식사 시간이 길다'는 것이 일반적인 프랑스 식습관에 대한 생각이었는데 책을 보며 새로운 관점을 알게 되었다. 집에서 하는 식사는 일인 원 플레이트(접시 하나)가 원칙이란다. 설거지가 간편한 건 물론이요 식기 세척기에 쉽게 들어가 주부가 식사 준비나 정리를 위한 시간을 절약하여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사진에서 보여 주는 오픈 선반의 주방에서 조용하게 자리 잡은 단출한 식기들 수량이 신기하다. 몇 개의 큰 접시와 유리잔 그리고 작은 접시 몇 개로도 충분히 살림이 가능함을 보여 준다. 또한 음식도 단순한 것을 추구한다. 고기에 간단한 양념을 뿌려먹는 간편 조리를 선호하고, 과일은 단단한 망고 같은 것들을 제외하고 모두 껍질체 먹는다고 한다. 당연히 음식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과일을 한 개씩 판매하는 그림은 생활의 단순성이 몸에 밴 그들 문화를 볼 수 있다.
빵 또한 종이에 싸서 팔고, 시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게 당연하다고 한다. 비닐봉지에 식료품을 담아 주지 않는다고 하다. 아이들 생일에는 집에서 만든 소박하고 단순한 케이크를 나누어 먹는다고 한다. 푸른 잔디에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생일자가 자신의 엄마가 만든 파운드 케이크 위에 초를 꽂는 사진은 마치 소꿉놀이 처럼 정겹다. 커피나 와인을 집에서 먹지 않고 카페에서만 먹는 문화 또한 의외다. 집은 소중한 가족과 일상을 누리기 위한 공간으로 단순하고 깔끔하게 장식하고 중요한 포인트만 화려하게 꾸민 사진들은 매력적이다. 수납공간도 최소화하고, 거실은 가족이 함께 소유하는 공간이라 소파 외에 다른 것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게 하는 생활의 센스도 배울 점이다.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위해 사소할 수 있는 것들은 최소화시키고 정말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을 위해 화사하게 꾸밀 수 있는 생활의 지혜가 엿보인다. 단순해야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들 문화를 통해 배운다. 삶의 군더더기가 될 만한 요소들을 하나씩 정리해 봐야겠다. 주방 가득한 쓰지 않는 그릇들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 방마다 차지하고 있는 쓰레기 통도 하나로 줄여야겠다. 먹는 게 중요하지만 좋은 재료로 자연에 가깝게 시간을 소비하지 않으며 의식주를 실행하는 습관도 이젠 삶의 중심으로 삼아야겠다.
유일하게 아이들의 방만 다양한 색깔로 꾸며 주고, 아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며 독립적인 주체자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그들의 생각이 아름답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이나 작품들을 소홀이 다루지 않고 집안 구석구석에 명화처럼 잘 모셔주는 부모들의 태도가 아이들은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자연스럽게 알 것이다.
시간을 소비하지 말고, 가치를 창출해 내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깨어 있는 눈으로 배워야 한다. 프랑스 문화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고, 우리의 좋은 점도 잘 융화시켜 삶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토요일 오후 해변이 보이는 큰 유리창 너머에서 책을 통한 만남은 삶의 또 다른 기쁨이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의 만남도 기분이 좋지만, 책을 통해 다른 문화를 만나는 일도 단조로울 수 있는 일상에 기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