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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미치 앨봄

by 조윤효


책 제목을 오랫동안 들어온 느낌이다. 중고 서적 사이에서 노란띠를 두른 책 표지의 글귀가 눈에 들어와서 산 책이다. '전 세계인을 하나로 만든 아름다운 베스트셀러'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마지막 수업!' 남아 있는 자인 우리가 떠날 준비를 하는 자에게 얻을 교훈이 궁금했다. 꽤 오래된 책이다. 책 사이사이의 사건 사고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된 옛이야기처럼 책의 빈틈들을 채워준다. 가장 인상에 남는 메시지는 '제대로 죽는 법을 알아야 제대로 사는 법을 안다'는 저자의 스승 모리의 말이다. 삶과 죽음은 하나의 연계된 선이다. 그 위를 걸어가는 우리에게 들려주는 조언들이 가득하다. 루게릭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모리 교수를 저자는 '마지막까지 스승'이었다고 말한다. 스승이 아니라 인생 코치로 모리 교수를 따랐던 저자의 심리적 변화를 볼 수 있다. 성공을 갈망하는 불나방 같던 그가 모리 교수를 통해 자유롭게 삶을 누리는 아름다운 나비로 변신하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브랜 다이스 대학 시절 만난 스승 모리를 16년이 지나 우연히 티브를 통해 만나게 된다. 루게릭병은 스티브 호킹 박사로 인해 많이 알려진 병이다. 원인도 치료법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질병이다. 1994년 모리 선생은 루게릭 병이라는 사형 선고를 받고 자신의 죽음을 삶의 중심이 되게 할 마지막 프로젝트로 삼고 싶어 했다. '누구나 죽으니까, 기왕이면 자신의 죽음을 대단히 가치 있는 일로 승화시킬 수는 없을까?'라는 마음으로 인간 교과서를 자청한 모리 교수가 티브이에 출연한 것이다. 삶과 죽음의 중간쯤에 있는 모리 교수는 인간답게 사는 것,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이야기한다. 이를 본 제자 미치는 옛 스승을 찾아가 매주 화요일 14주간 그의 유일한 학생으로 인생수업을 받는다. '세상, 자기 연민, 후회, 죽음, 가족, 나이 드는 두려움, 젊음.......' 등에 대한 모리 교수의 성찰을 듣고 글로 남긴 책이다. 죽음의 선고를 받고 생활 곳곳에 발견되는 삶의 진실을 아포리즘 형태로 글을 기록한 모리 교수. 죽음 앞에 놓인 한 인간이 삶 곳곳에 숨겨진 보물 같은 진실을 꿰뚫고 제대로 살아가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전해 주는 마지막 선물이다. '난 지금 마지막 여행을 하고 있고, 사람들은 내게 어떤 짐을 챙겨야 하는지 듣고 싶어 하지...... 많은 것들을 두둑해진 월급봉투와 맞바꿔 버렸지...' 16년 만에 만난 제자에게 '마음은 평화로운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스승의 평온함이 따스하다.


죽어감이란 쓸모없다는 동의어가 아님을 증명한 모리 교수. 죽고 나서 장례식에 참여한 사람들이 죽은 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당사자는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모리 교수는 '살아 있는 장례식'을 선택한다. 그가 들을 수 있고 자기 생에서 마주친 좋은 사람들과 눈을 보고 작별하고자 장례식에 초대한다. 죽음이라는 여행을 떠나기 전 사랑하는 사람들과 살아생전에 인사를 나누고 떠날 수 있는 지혜로운 용기가 스승답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중 '주는 법과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라고 모리 교수는 이야기한다. 러시아계 이민자인 아버지와 어린 시절 두 형제를 나 두고 먼저 떠나 버린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인생 역사가 눈에 들어온다. 지나온 길과 그가 선택한 길의 이유를 듣다 보면 그의 성품이 보인다. 그의 아버지를 따라 모피 공장에 갔던 경험은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을 것이며, 또 다른 사람의 땀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게 했고, 그 다짐으로 선택한 직업이 바로 가르치는 일을 하는 교수의 길이다.


죽음이라는 편에 대한 이야기는 가장 공감이 간다. '죽으리란 걸 안다면, 언제든 죽을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둘 수 있네. 그게 더 나아. 그렇게 되면, 사는 동안 자기 삶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 수 있거든.' 어떻게 죽어야 할지 배우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울 수 있다는 모리 교수의 말이 지혜롭다. 모두들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기가 죽는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는 말에 인간의 가장 큰 단점인 근시안적인 사고를 생각하게 된다. '죽어 간다는 것과 화해하는 것, 살아가는 것과 화해하는 것.... 우리가 죽음을 두고 소란을 떠는 것은 우리를 자연의 일부로 보지 않기 때문이지. 인간이 자연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인간에게 필요한 덕목이 겸손임을 보여 준다. 지구의 주인인양 살아가는 우리도 모든 생명체와 함께 태어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교훈이 된다.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그냥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거기 있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것이라네..... 나를 지켜봐 주고 있으리라는 것을 아는 것이 바로 정신적 안정감이지.'라는 말에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이번 주 답답한 마음에 가족이 함께 밤중 하이킹을 했다. 높지 않은 뒷산을 함께 걸어 내려오면서 혼자라면 두려웠을 산을 함께 내려오니 두렵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인생이라는 길은 이렇게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어둡고 두려울 때가 있지만 함께 동행을 한다는 자체가 용기를 주는 것이라고. 아들이 인생을 나아감에 있어 두려움이 느껴진다면 언제나 함께하는 부모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용기 있게 걸어 나가길 바란다고.


'타인에게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하네.' 참으로 멋진 표현이다. 타인에 대한 완벽한 책임을 지는 게 부모가 자식에게서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늘 나이 드는 것에 대해 맞서 싸우면 언제나 불행해. 어쨌거나 결국 나이는 먹고 마는 것이니까'내 안의 모든 나이가 다 있고, 삶에서 의미를 찾았다면 더 이상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모리 교수의 말은 그의 더 많이 보고,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충분히 공감하게 만든다.

'대개 사람들은 위협당할 때 형편없어지네. 그런데 우리 문화가 사람들을 협박하거든. 우리 경제도 그렇고...... 사람은 위협을 받기 시작하면 자기만 생각하기 시작하네. 돈을 신처럼 여기기 시작하는 거야 그게 다 우리 문화의 속성이라고.' 사회가 정해준 울타리는 외부로부터 안전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가 가진 역량을 그 틀 안에 가둘 수도 있다. 특히, 경제적 안정에 대한 위협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전쟁의 가장 기본적인 근원이 경제 문제인 것 같다. 경제적 문제가 위협을 가할 때 사람들은 자기 민족만 생각하는 이기심을 선동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현혹된다. 히틀러도 그랬고, 러시아의 우크 레이나 침공도 그렇고, 최근의 중국 주석과 미국의 대통령 바이든의 팽팽한 긴장감의 이유이기도 하다.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라.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여길지 등줄기가 큰 것들은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하네.... 자기가 사는 곳에서 자기의 문화를 창조하려고 노력해야지.' 내가 사는 곳에서 나만의 문화를 만들어 낼 힘이 삶을 폭넓게 살아가는 방법이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죽음조차 교훈으로 사용하는 참스승답다. 동의보감의 저자 허준의 스승이 자신이 죽고 난 후 제자에게 자신의 몸을 해부해보라고 기꺼이 주듯이 그의 죽음을 통해 세속의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모리 교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하다.


모리 교수가 평범한 하루에서 완벽함을 찾아내는 훌륭한 감각을 가지도록 도와준 게 루게릭 병이다. 어떠한 일도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면 나날이 성숙해지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참으로 큰 사람이다. 병과도 화해할 수 있는 용기를 보여주는 모리 교수가 존경스럽다.


'세상이 중요하다고 선전하는 무의미한 것들에 매달리는 대신 타인을 동정하고 공동체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다. 또 사는 것과 나이 들어가는 것, 죽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도 배우게 된다.'라는 번역한 공경희 씨의 말에 나 또한 읽어 가면서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좋은 스승의 주옥같은 말을 전해주는 책이 있어서 인간의 삶은 나날이 나아질 것이다.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기에 좋은 책이다. 하늘 한 곳에서 따뜻하게 미소 짓고 있을 모리 교수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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