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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Sep 16. 2022

하루 한 권 독서

[플루언트]-조승연

영어 유창성의 비밀을 이야기하는 저자 조승연은 이미 매스컴을 통해 상당히 잘 알려진 유명한 세계 문화 전문가이다. 그는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는 독해가 가능하고 중국어까지 마스터를 위한 과정을 걸어가고 있는 언어 천재다. 이번 책이 그에게 19번째 저서이지만 내게는 <이야기 인문학>에 이어 2번째로 만나는 책이다.


 담고 있는 지식이 많은 사람이라 한꺼번에 내가 소화 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면이 많다. 첫 책도 완전히 이해했다고 보기 어려웠고 이번 책도 솔직히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나름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배운 점이 많은 책이다. 아끼듯 살아가며 그 제한된 시간 안에 능력의 한계치를 올리며 살아가는 사람의 땀냄새가 난다. 그것 또한 멋진 삶이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자신이 정한 세계의 틀 안 속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그 정해진 유리구슬 같은 세계의 다른 면을 깨닫고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언어다. '제대로 언어를 마스터한다'는 정의를 이해하도록 도운 책이다. 저자의 말처럼 '한 언어권의 상식이 다른 민족에게는 지식이다'. 언어 마스터는 문화 독해력이 수반되어야 하며 그 언어가 내포한 인생관과 철학까지 이해하는 과정임을 알 것 같다. 단지, 소리만 전달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기에 새로운 언어를 내면화시키는 건 또 다른 영혼을 갖는 신성한 과정이다.


 영어 유창성의 비법으로 저자가 이야기하듯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우러나오는 탐구의 대상으로 대하는 자세가 답인 것 같다. 호기심을 통한 관심은 인류의 역사를 한 단계씩 상향 조정해 오고 있다. 언어와 그 언어가 담고 있는 역사 그리고 관점을 배우는 일은 마치 외계 세계를 탐험하는 일과 같은 일이다. 원서를 지속해서 읽고 있는 유용한 습관을 몸에 세긴지 얼마 되지 않지만 우리말과 다른 그 맛을 서서히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책은 크게 다섯 파트로 구분되어 있다. 한꺼번에 읽기보다는 조금씩 단락별로 읽어 간다면 훨씬 많은 것들을 얻어 갈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진짜 소통 가능한 영어를 익혀야 진정으로 세계인이 인정하는 우리가 바라는 건전한 아시아의 세기를 완성할 수 있다.' 세계 무대의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해 오고 있다. 큰 덩치를 가진 중국, 작지만 영리한 한국 그리고 늙었지만 현명한 일본이 그 무대 중심이다.


 EGID(세계 언어 번성 지수)는 한 언어가 얼마만큼 번성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사용자가 많고 발전하고 있다는 것인데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가 번성 중이다. 이 다섯 언어 중 영어가 가장 독보적이다고 한다. 영어의 본국 잉글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5% 이지만, 미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다수 영어 사용자가 95%를 차지한다. 그 인구로 비교해 보자면 4,000만 명대 3억 7,000만 명의 비율이다. 그래서 '영어의 원어민은 없다'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쉽게 표현하자면 인도의 5%가 영어를 쓴다면 그 인구는 영어의 본국 잉글랜드보다 사용자가 많다는 뜻이다. 이렇게 같은 언어를 쓰는 그룹을 스피치 커뮤니티(Speech Commuinty)라고 하는데 전 세계에 넓게 분포된 영어권 사용자들이 세계의 중요한 사항에 큰 힘을 발휘하는 게 쉬울 수밖에 없다. 약 73억 명이 7,097개 언어로 소통하고 있고 인정받은 공식 언어 572개 중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세계 공용어가 된 영어의 위상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언어의 능숙도와 소통 능숙도를 이야기하다 보면 발음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영어 발음에 너무 신경 쓰기보다는 그 언어로 담아낼 수 있는 생각과 철학이 더 중요하다. 예로, 영어 발음이 유창한 사람보다는 외국 악센트가 있는 사람에게 더 관용적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유창한 발음 사용자에게는 문화적, 관용적 태도까지 마스터했다는 기대 때문이라는 말에 발음에 너무 집착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님의 투박한 발음 속에 담긴 세련 되고 해박한 고급 어휘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보여주는 장은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들이 신통하다는 기분을 들게 한다. 두 언어가 많이 달라 모국어 의존 형식의 영어 학습은 언어 장벽을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어를 통한 동서양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화는 재미가 있다. 그림을 봐도 동양인은 전체를 먼저 본다면 서양인은 그림 속 움직임을 먼저 본다고 한다. 주소를 이야기할 때도 한국인인 우리는 큰 주소에서 작은 주소로 내려가는데 영어식 주소는 작은 주소에서 큰 주소로 올라간다. 추상적인 영어와 직관적인 한국어 그리고 동사의 방향성이 없는 한국어와 방향성이 강한 영어는 정말 배다른 형제 같다. 영어는 상황에 맞춰 단어가 굴곡된다면 한국어는 단어 간을 붙였다 뗐다 할 수 있다. 즉, 영어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한 단어를 쉽게 굴곡 시킨다. beautiful이라는 단어를 명사화시키기 위해 beauty로 굴곡한다면 한국어는 '가보다' 즉 '가서 보다'로 뗄 수 있다. 교착어인 한국어와 분석어인 영어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영어 못한다고 구박하기보다는 조금이라로 표현할 수 있는 자신의 등을 토닥거려 줄 수 있다. 최소한의 요소로 소통하는 사람을 피진 (Pidgin)이라고 하는데 바로 그 언어권 사용자를 상대로 장사를 하는 분들의 피진 사용 능력도 대단한 것이다. 언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문장의 길이가 길어지는 게 아니라 짧아진다는 말도 공감이 간다.


 '영어로 책 읽는 속도가 사람이 말하는 속도와 같아지면 영어를 듣는 귀가 뚫릴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은 분명한 진실이다. 원서를 읽다 보면 처음에는 속도가 붙지 않는다. 하지만, 지속해서 읽다 보면 속도감이 붙고 듣기 능력도 함께 상승됨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만나는 낯선 어휘들은 독서의 속도를 멈추게 하는 브레이크다. 아직도 수시로 만나는 어휘들을 내 안으로 받아들이는 일상이라 어휘의 유창성에 대한 욕심이 자꾸 생긴다. 100만 개 이상의 단어를 가진 유일한 언어가 영어고 하루에 14.7개씩 신조어가 생기는 게 영어라고 한다. 가볍게 욕심을 다룰 수 있어야겠다. 단지, 단어를 무조건 외우기보다는 문맥상을 통해 추측하는 힘과 그 단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안다면 단어 때문에 들이는 정성을 조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영어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어원을 통해 만들어진 단어가 많기 때문에 그리스, 라틴어 어원의 기본 뜻을 알고 새로운 단어를 만난다면 그 의미를 쉽게 외울 수 있다.


 모든 단어에는 스토리가 담겨 있다고 한다. 가끔 궁금했었다. 소를 cow라고 부르면서 쇠고기는 beef, 돼지를 pig라고 하면서 돼지고기는 pork라고 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프랑스 귀족들이 영국에서 지배권을 행사할 때 그들은 영어를 하급 언어로 취급해 되도록이면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beef나 pork는 프랑스 귀족들이 먹는 음식이었기에 그 프랑스 어원의 단어가 영어가 된 것이다. 그래서 라틴어, 프랑스어, 영어가 서로 깊은 관계가 있기에 영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유럽인들이 많은 것 같다.


 저자의 언어 마스터 방법은 귀한 정보다. 단지, 겉 소리만 앵무새처럼 말하는 게 아니라 고급 영어를 쓸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시를 낭독하고 외워보라고 추천한다. 시는 그 언어의 원초적 소리를 귀에 잘 담을 수 있게 해 주어 특유의 음감을 쉽게 익히게 도와준다고 한다. 또한 영어 고전을 읽는 일은 문화 독해력을 키워 주어 영어 특유의 표현법을 저절로 익힐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은유법 같은 고도의 문해력을 길러주는데 고전이 최고의 교과서라는 말은 공감이 간다. 20세기 이전의 시를 일주일에 한편씩 소리 내어 외운다면 언어를 쉽게 전달하는 방법과 입에 착착 감기는 운율까지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셰익스피어 소네트 100편을 낭독하고 해석해보는 연습은 영문법의 거의 모든 형태와 구어체적 변형, 비유법을 비롯한 영국의 우주관, 인생관 그리고 세계관까지 이해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욕심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고전이라 함은 한 언어 개념의 공통적인 레퍼런스가 되어 준다고 하니 우리처럼 영미인이 자주 쓰는 자연어 노출이 적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소재임에 틀림없다. 욕심이 연기 스며 나오듯이 내 안에서 조용하게 퍼진다. 이 책 덕분에 해야 할 일들이 명확해진다. 영시 한주 한편 외우기를 시도해야겠다. 그리고 책장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영어 고전들을 다시 흔들어 깨워야겠다.


 저자의 원서 읽기 방법은 아이들에게 영어 읽기를 지도하는 내 교수법과 닮아 있다. 그는 미국 대학 필독서를 저자만의 방식으로 완독해 글로벌 지식인과 당당히 논쟁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진 사람이다. 아이들을 글로벌 리더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세계적 리더들과 당당히 논쟁할 수 있는 지식 또한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는 고전 책을 읽을 때 낭독으로 시작한 후 책 속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는 훈련을 통해 문화 독해력을 높이는 속도가 빨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영화나 광고 또는 다른 책 속에서 인용된 2차 저작물을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제대로 된 독서를 해냈다고 한다. 우리 아이들이 낭독하고 그 내용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다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 보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그 방법이 비슷해 반가움과 확신을 준다.


 '언어에 대한 이해가 음악, 미술을 보는 눈과 책을 읽는 방식까지 완전히 바꾸는 정도까지 올라가면 드디어 그 언어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인 두 개의 영혼을 갖는 샘이 된다.' '우리는 한국말을 쓰며 5천만 한국인이 만들어 내는 영화와 음악, 소설과 시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세상에는 70억 명이 넘는 사람이 있고, 제대로 된 영어 공부는 10억 명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영어를 왜 제대로 마스터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되는 문구를 찾아냈다. 그리고 가끔 아이들이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하나 더 발견했다. 책은 이렇게 삶면서 생기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주기도 한다. 이게 바로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 그래서 책을 가까이하는 대중을 두려워했던 히틀러도, 진시황도 그리고 대한민국의 독재자들이 금서를 만들어 냈다. 신을 믿지 않는다면 책이라도 믿는 믿음이 바람처럼 흩어질 수 있는 인간의 작은 존재가 우주를 향해 날아갈 힘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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