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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Sep 19. 2022

하루 한 권 독서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 나기노 준조

일본 제품 거부라는 사회적 이슈를 만들었었던 '유니클로' 경영이야기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형몰 크기의 제법 큰 유니클로 매장이 생겼다. 그들의 성공요소가 궁금해 산 책이다. 일본 특유의 기업 분위기는 가업을 이어받는 형태가 많다. 업의 연계성은 전통과 역사를 가진 안정적인 기반과 다음 세대의 후계자로 인해 신선한 아이디어와 기발한 창의력으로 그 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리기 쉽게하는 것 같다. 유니클로가 바로 그런 일화 중 하나다. 유나이 회장은 부친 양복점을 이어받아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키워 일본 제일 부자가 되었다. 부모의 업을 장거리 계주 하듯이 연계받지만 절대 생존의 법칙을 잊지 않고 변화를 시도하고 자신들 만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냈다. 회장 야나이가 '헤엄치지 못하는 자는 가라 앉는다' 라고 말했듯이 기업이 시대의 변화를 읽고 같이 헤엄쳐 나가지 못하면 가라앉게 되는 시대인 것 같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소비문화 형태를 따라가고 있다. 고령화 시대가 될수록 소비를 줄이는 분위기에서 기업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국내가 아닌 국제적 브랜드화를 지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일본의 유니 클론 기업이 그에 대한 하나의 방법을 보여 주고 있는 것 같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 구매자를 국내가 아닌 세계인이라는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전략과 방법을 실행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제품의 90% 이상을 중국에 있는 70개 의류 제조 업체에 의탁해서 만든다. 상품 가짓수를 줄이고 대신 대량 생산을 통한 원료 가공비를 줄이고 재고를 남기지 않는 납품의 유연성이 특징이다. (Just in time이라는 용어로 그 특징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단품성 매출을 올리고 비용을 절감하여 낮은 가격을 통해 중간 과정을 배제했기에 '공장 출고가'를 이루어 낸다. 하지만, 하청 업체의 공장에서 만들어 낸다고 해서 그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직접 공장을 방문하고 일본 특유의 정밀하고 섬세한 노하우를 발휘하도록 생산 과정까지 관리한다. 가장 일차적인 차별성이다. 또한 '소비자는 구입 후 바로 입을 수 있는 소모품을 원한다'라는 정신으로 의류를 공업품으로 대하는 자세도 또 다른 차별성을 만들어 냈다. 가게 전면에 기본형 상품을 디스 플레이하고 기본 티셔츠는 흰색과 기본색으로만 생산해 낸다. 또한, 일반 상식처럼 알려진 타깃 고객을 좁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층을 넓게 잡는 방식이 그들만의 성공 요소다.


 110명의 유니클로 디자이너들은 한주에 한가지 이상의 아이디어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한 달이면 5,000개 이상의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들이 한 달에 한 번은 현장에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 플리즈, 히트텍, 브라탑 같은 세계적 이슈를 만든 제품들이 탄생한 전략 중 하나다. 가장 독보적인 특징은 옷감을 직접 제작해 보는 시도다. 회장이 이사들과 섬유분야 전문 업체인 도레이 회장을 집적 찾아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세계 무대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귀사의 기술이 꼭 필요합니다.'라고 회장이 이사진들과 도레이 회장을 찾아간 일화는 감동적이다. 그 유연성이 플리스 이후로 히트 상품을 만들어 내지 못한 유니 클론이 다시 '히트택'이라는 첨단 소재를 개발해서 다시 한번 존재의 다리를 강화시킨 것이다. 3년 동안 도레이와 유니 클론이 발열 히트택을 만들기 위한 원단을 개발한 그 정성이 배울 자세다. 중요한 것은 지금 판매하고 있는 상품을 기술력을 통해 발전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의 유니클로식은 가장 하류에 위치한 디자인과 가장 상류에 위치한  소재에서 독자성을 드러냄으로써 경쟁사와 결정적 차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장인 정신이 느껴진다. 패션, 품질, 가격이 균형을 이룰 때 살아남는 의류 산업의 생태계를 뚜렷이 보여 준다.


 회장 야나이가 혼자 진두지휘하는 형태가 불완전할 수 있다고 지적은 하나 장인 정신으로 옷감까지 만들어 내면서 그 업의 본질 정의를 내리는 자세는 교훈이 된다. 업이 크든 작든 정말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 노력을 위해 자신을 낮출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늘 위기감을 가지고 대비하는 자세가 운영자의 기본임을 보여 준다. 또한, 목표까지 남은 거리를 측정하라는 경영 방식도 합리적이다. 회장 야노이는 목표를 정한 후 그 목표 지점에서 역산해서 현재 무엇을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고 한다. '목표와 현재의 거리를 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숫자다.'라는 경영인 다운 자세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워낸 전법인 것 같다. 매장에는 월 단위, 일 단위 목표가 정해져 있고 매 15분 단위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춰 몇 시 현재 몇 퍼센트까지 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을 위해 휴식을 늦추게 한다고 하니 그 목표 달성에 대한 구체적 행동 가이드까지 놀랍다.



 '지금은 하루하루가 위기인 시대다. 최신 정보를 가지고 있는 현장에서 그때그때 관계자와 협의하면서 즉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아 매출을 올릴 수 없다. 옷을 바꾸고, 상식을 바꾸고, 세상을 바꿔라.'라는 문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리스크를 안지 않으면 품질을 향상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실천한 유니 클로 회장의 경영관이 잘 보인다. 방향성의 결여는 경영자의 발목을 잡고 눈앞의 비용 절감만 우선 하다가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실천한 유니 클론 방식을 배울 필요가 있다. 부를 누리고 세계적 기업으로 명성을 가지고 있어 보이지만 우아한 백조처럼 물아래에서는 쉼 없이 살아 남기 위한 분주함이 있다. 이렇게 큰 기업에서조차도 매 순간 긴장감을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로 살아간다. 개개인의 삶도 방향성을 정하고 매 순간 정해진 목표에 도달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시스템을 만들어 낸다면 삶의 궤도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들을 끌어당기는 패턴을 선물할 것 같다.


 이제는 세계다. 세계인이 고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를 알고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섬세함이 필요한 시대다. 기업은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통해 나아가고 있지만 100년 이상을 지속적으로 나아가는 기업은 드물다고 한다. 물건 자체가 아니라 살아남은 기업의 정신을 배우는 게 더 중요함을 알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정신문화를 만들어 내는 기업이야 말로 많은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을 실천하는 생물체이다.

나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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