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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Sep 24. 2022

하루 한 권 독서

[인디언의 말타기]- 박희준

 '인디언의 말타기'라는 제목이 궁금증을 유발했다. 경제 서적이 인디언의 말타기를 왜 이야기 하는지 책의 마지막 부분이 되어서야 그 이유를 알았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우리가 놓치고 가는 건 무엇일까.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환경을 어떻게 이해하고 개인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삶을 경영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서 살아가는 게 어른이 된 지금의 우리 모습이다. 바쁜 일상에 쫓겨 정신없이 한주를 보내고 한 달을 보내고 일 년을 보내고 어느덧 10년 그리고 마지막 인생 종착역에서 그 지나온 과정에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을 수 있을까?


 인디언은 그 넓은 초원을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가끔 멈춰서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몸의 속도보다 느린 영혼이 따라올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삶과 닮아 있다. 목표를 정하고 어느 순간 그 지점을 위해 뛰다 보면 우리는 뒤처진 영혼을 데리고 가야 함을 잊는다. 월마트 창립자 샘 월턴의 후회에 대한 소개가 인상 깊다. 손자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고 의무적으로 곁에 있는 아내와 좀 더 사랑과 가치를 공유하는 시간을 보냈어야 했던 자신의 삶을 후회한 내용이다. 성공을 위해 말의 속력을 내다가 뒤처진 영혼을 잃었을 때 우리는 자신의 존재의 껍데기를 들고 이렇게 후회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경제적 여유가 허락되고 자아실현이 가능 한 삶을 원한다. 하지만, 사회의 속도감이 빨라지고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무엇하나 쉬워 보이지 않는 현실을 만날 때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더 큰 나무가 되고 싶고 더 큰 영향력을 펼치고 싶은 욕심이 오히려 삶의 그늘이 되어 우리에게 주어진 햇살 같은 밝은 삶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없게 만들 수 있다.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가 사는 곳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고, 기업과 개인의 연계된 삶이 어떤 변화를 통해 성장해 가야 하는지를 보여 주고자 한 것 같다. '과정은 성공을 위해 희생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느끼기 위해 즐겨야 할 대상이다.' 변화를 위한 과정을 즐기며 자신만의 성공 기준을 세우고 인디언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책은 첫 시작으로 살아가면서 만나는 일들에 대한 해석력이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일본 아오모리현에 강풍을 동반한 태풍으로 평년 수확의 10분의 1밖에 사과를 얻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재치 있는 농부의 해석력으로 수확량은 적었지만 수익률을 전년보다 더 올린 계기를 만들었다. 강풍을 동반한 태풍에도 살아남은 '기적의 사과'라는 이름으로 10배나 높은 가격을 책정해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과 승진 등 개인적 행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사과를 판 것이다. 지금 직면한 어려움이 있다면 어떻게 해석하고 그 해석에 맞추어 한 걸음 더 나를 성장시킬지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를 아는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남과 다른 첫 생각들에 대한 일화도 인상 깊다. 육상에서 첫 크라우칭 스타트(엉덩이를 들고 손을 땅에 두고 출발하는 자세), 수영에서 플립턴(몸을 돌려 발끝으로 벽을 치고 회전하는 동작) 그리고 육상의 높이 뛰기 기술인 배면 뛰기(몸을 틀어 몸을 눕혀 뛰어넘는 동작)은 한 개인의 첫 시도로 길을 만든 사례를 보여 준다. 지금 사회 곳곳에서 이런 작지만 혁신적인 생각들이 자라고 있을 것 같다. 방향을 결정할 첫걸음을 위한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시대다.


 반면, 과거의 핵심 역량이 현재의 걸림돌이 되는 기업의 사례는 개인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 과거의 실패로부터 학습을 통해 현재에 주어진 기회에 도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대이다. 또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질 때 범죄율이 올라가는 사회적 구조를 이야기한다. 사회는 농업 경제에서 제조업 경제, 서비스업 경제 그리고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하는 경험 경제로 향하고 있다고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연계하여 고객에게 가치 있는 경험을 제공할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분노 실험을 통해 인간 심리가 가지고 있는 본성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분노가 났을 때 기록하는 그룹과 분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을 기록한 그룹 그리고 미래 계획을 기록하게 한 그룹 중 가장 분노를 잘 조절한 그룹은 배우려는 자세로 글을 쓴 집단이 분노를 쉽게 조절하게 된다고 한다. 일어나는 감정을 통해 배우려는 자세가 또 하나의 삶의 기술이 된다.


 세계 우수 대학들이 스마트 교육 시장의 선점을 위해 최고의 강연을 무료로 공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이다. 배우고자 한다면 돈을 들이지 않고도 배울 수 있는 시대이다. 주어진 삶의 가치를, 내 손안에 든 시간의 가치를 사회와 맞추어 조화롭게 쓸 수 있어야 한다. 무크(Mook)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수십 가지가 넘는 무료 수업들이 몇 년 전 보다 더 풍요로워져 있었다. 회원가입을 해두었다. 시간을 좀 늘려서 이 시간이 들어갈 자리를 마련해야겠다.


 사회는 곧 고임금 국가의 고급 인력과 저임금 국가의 고급 인력이 경쟁할 시대로 들어설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실리콘 벨리 고급 인력들 중 상당 부분이 인도인들이라고 들었었다. 세계의 핵심 기술과 기업이 탄생하는 그곳에 우리나라 고급 인재들도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활용할 날이 곧 올 것 같다.


 어린아이 감수성을 가진 어른을 위한 키덜트족 제품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높아지고, 돌려 쓰고 나누어 쓰는 집카(Zipcar)를 통해 삶의 형태가 서서히 변해간다. 식물을 잘 키우지 못하지만 그 식물을 지속적으로 보고 싶어 하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식물 대여와 관리를 해주는 그린 포켓(Greenporket) 시장과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과 형태를 파악하고 원할 만한 제품을 소개해주는 큐레이션 커버스 산업도 이미 존재하고 있다. 삶의 형태 변화가 기업과 사람들의 의식의 변화로 새로운 생태계가 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연결의 시대라고 한다. 내가 사업을 한다고 해서 다 만들 필요가 없다. 의류 제조업처럼 원자제 공급업체와 원제품 생산업체를 연결해 자사의 제품 브랜드를 붙여 소비자에게 양질의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시대도 아니고, 돈이 없어 창업을 못하는 시대도 아닌 것 같다.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힘을 어떻게 현실화시키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는 플랫폼 시장의 기본 조건이 각각의 마음을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닐까. 그러하기 때문에 사회 환경 변화를 알아야 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 기회의 금맥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나 개인이 스토리와 연결될 때 더 많은 공감력을 끌어내는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도 다각도의 시선을 선물한다. 우리가 삶 속에서 결정하는 판단 중 95%가 무의식적 결정이라고 한다.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세포의 뉴런과 마케팅의 합성어인 뉴로 마케팅(Newromarketing)을 이용한 매장 상품 진열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대다. 내가 내린 결정이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지나친 확신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 광고 또한 30초 보다 15초 노출이 뇌 활성 정도가 더 증가해서 효과적이고 한다. 우리가 사는 상품들이 이런 환경 속에 노출된 무의식적이고 습관적인 구매일 수 있다.


 소설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 페리의 완벽함에 대한 정의는 탁월하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 삶의 완벽성을 위해서도 뭔가를 자꾸 더하려는 자세보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 무엇을 빼야 내 삶이 가볍고 경쾌하게 나아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본다. 생활과 업 모두 해당되는 사항이다. 핵심을 남겨 두고 가볍게 제단 하는 그런 기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상생이 중요한 시대임을 책을 통해 다시 한번 느낀다. 우리는 서로 연결된 존재다. 서로 윈윈 한다는 자세가 참으로 중요하다. 영국의 처칠 수상과 백신 개발자인 플레밍 박사의 인연의 예는 놀랍다. 물에 빠져 죽어가는 소년 처칠을 구해준 대가로 플레밍 박사의 할아버지는 가난한 살림 때문에 학업을 할 수 없는 손자의 학비를 지원받게 된다. 훗날, 폐렴에 걸린 처칠을 구한 것도 플레밍 박사가 개발한 백신 덕분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자본주의 시대가 아니라 고객의 이익을 추구하는 고객 자본주의의 틀을 가지고 경영해야 하는 시대라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간다.


 우리의 출생 비밀은 놀랍다. 1등의 정자가 난자와 만나 우리가 탄생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1등으로 도달한 정자는 난자를 둘러싼 난구 세포를 없애는 과정에 죽고, 2등으로 도착한 정자가 난자와 수정이 되어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 것이라 한다. 1등이 아니어도 된다. 이렇게 2등, 3등 이어도 그리고 조금 뒤에서 처지더라도 우리가 원하는 기적을 이루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출생 비밀처럼. 관점의 차이가 우리의 삶을 보다 여유롭게 만들 수 있고, 조급해하지 말고 삶과 일의 균형을 통해 성공을 향해 지속적으로 동력을 찾으라는 저자의 조용한 조언이 가슴 따뜻해진다.


 스피드 경영과 슬로우 경영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혼다 설립자 혼다 소이치로 회장이 이야기한 것처럼 '대나무도 마디가 있어야 자란다.'라는 말이 깊은 사색을 만든다. 일과 쉼의 조화를 조금 더 만들어 내야 한다. 거친 바람에도 유연하게 몸을 눕힐 수 있고 저 높은 하늘을 향해 자신의 존재를 맘껏 키워 나가기 위해서는 잠시 쉬어가는 쉼터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리고 홀로 서있는 나무가 아니라 함께 상생해서 아름다운 숲을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게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멋진 풍경을 만들어 내고 그리고 자신의 몸이 다시 거름이 되어 그 숲을 더 풍요롭게 하는 인연의 고리를 만드는 게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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