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읽고 있는가? 가끔 혼자서 자문해 본다. 도대체 왜 새벽에 홀로 깨어 아픈 눈을 비비며 책을 읽고 있는가 라는 답이 조금 명확해지는 책을 만났다. 저자는 일본 라이프넷 생명보험 주식회사 회장이고 주기적으로 책 서평을 통해 그의 가치관을 전달해 오고 있다. 이 책이 나온 지 꽤 된 것 같다. 48년 생이고, 책을 쓸 당시 65세였으니 말이다. 세월의 넓이에도 상관없이 그가 들려주는 조언들이 현재 삶을 잘 살아갈 지혜를 준다.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하며 배운 것의 일부라도 다음 세대에게 전할 수 있다면 내가 살아온 의미가 조금은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생각하는 교양에 대한 정의로 시작한다. 교양은 인생을 풍요롭게 만들고 교양의 유무가 비즈니스 성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인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두근거림, 재미, 즐거움을 늘리는 수단이 교양 이라고 한다.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교양이라고 한다. 축구를 알 때 보는 재미가 더 커지고, 다양한 분야를 넓고 깊이 있게 알아 갈 때 인생에서 즐길거리가 많아진다고 한다. 뭔가를 알 때 싫어하는 마음이 줄어들고 선입견으로 인한 혐오감을 지울 수 있고 다양한 곳에서 서로 이해가 깊어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지식이라는 소재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진짜 교양이라고 한다. 많이 읽으며 사색해서 나의 생각을 가질 때 교양인으로서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글로벌 리더가 갖추어야 할 소양에 대해서도 책은 이야기한다. 어휘력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 자연과학에 이르기까지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골프나 날씨 이야기 밖에 할 수 없는 사람보다 깊이 있는 인관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게 당연하다. 저자 또한 영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할 당시 일본의 경제, 금융이야기가 아니라 세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비즈니스에 더 도움이 된 경험을 들려준다. 서양에는 그리스 로마 시대이래 '리버럴 아츠 Liberal Art'라는 개념이 있다. 이는 인간으로서 제 몫을 하며 살기 위해 갖추어야 할 교양으로 산술, 기하, 천문학, 음악, 문법학, 수사학, 논리학 등 7개 분야로 이루어진 자유 칠과를 말한다. 세계적인 기업가인 마크 주커버그는 페이스북 아이디어를 '아이네아스'라는 베르길리우스의 책에서 얻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예가 아닌 자유인으로 만들어 주는 학문이라는 의미로 자유칠과를 이야기한다. 자신의 인생의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학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처럼 노예제도가 있지는 않지만 내 생각으로 살아갈 힘이 없는 사람은 몸은 자유인이지만 생각은 사회에 길들여져 노예적 사고로 살아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 위한 사고법에 대한 저자의 의견은 도움이 된다. 시간축이 되는 종의 개념과 공간 축인 횡의 개념을 교차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라고 한다. 인간의 지식에는 한계가 있다. 종의 발상으로 앞선 사람들의 시행착오를 배우고, 횡의 발상으로 세계 각국의 생각과 실천을 배워야 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시장 도태의 과정을 거치고도 살아남은 것은 합리적인 최적의 확률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국어가 아니라 산수로 생각하라고 한다. 흐름을 파악하기 위한 정적 발상뿐만 아니라 정량적 사고를 함께 하라는 것이다. 정량적 사고란 사실 유무, 사건의 대소, 경중, 상호관계 등을 보라는 의미다. 그래야 접하는 단순 정보에 대한 통찰력이 생길 것 같다.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면 전혀 다른 면이 보인다고 한다. 본질은 심플하다는 말도 도움이 된다. 사건을 생각할때 본질을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인간사회의 본질을 누구나 간단히 설명해 낼 수 있을 때 삶이 경쾌해질 것 같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온 힘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생각하는 것을 솔직히 말하고, 좋아하는 것을 먹고,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하고, 푹 잘 자는 것이 건강에 가장 좋다.'라고 건강에 대한 본질도 심플하게 이야기한다.
책, 사람, 인생을 통해 배워야 한다고 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50%, 사람을 통해 25% 그리고 여행을 통해 25%를 배워오고 있다고 한다. 대학시절 일본 공산당을 보수주의로 규정하고 도코 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된 학생운동으로 2년 동안 학교를 가지 않고 하숙집에서 하루 14~16시간 책을 읽고 토론하던 그 시절의 힘이 그에게는 마치 집을 지탱해주는 주춧돌 같은 역할을 했을 것 같다. 저자만의 독서법도 시도해 볼 만하다. 한 분양에 관련된 두꺼운 책 5권을 고른다. 첫 책은 이 해가 가지 않아 점의 독서가 된다. 두 번째 책은 그 점들이 연결되는 선의 독서가 되고 마지막 독서를 할 때는 그 선들이 모여 면의 독서가 되어 그 분야를 정확히 알게 된다고 한다. 그런 후 얇은 책을 읽게 되면 그 분야가 확실히 자신의 지식으로 변화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의 독서법은 지독히 어려운 지옥에서 훤희 알 것 같은 천국으로 가는 방법이라고 한다. 쉬운 책으로 시작해서 어려운 책으로 가는 게 아니라 어려운 책에서 쉬운 책으로 가는 독서법이다.
도서관을 21세기의 시설이라 생각한다는 저자의 말이 재미있다. 21세기의 시설이 옆에 있어서 행복하다. 언제든 손이 닿는 곳에 책이 있지만 수만 권의 책이 얌전히 손길을 기다리는 그 소리 없는 외침이 가을에는 더욱 사람의 마음을 끄는 것 같다. 결국, 책도 사람을 만나는 길 중 하나다. 고전을 통해 과거의 현인을 만나는 종의 시간축과 여행을 통해 공간을 넓히는 횡의 축이 만날 때 사고가 더 확장되는 것이다. 책은 종, 여행은 횡이 되어 삶의 울타리를 더욱 튼튼하게 해 줄 것 같다.
여행은 최고의 놀이이고, 가장 즐거운 교양 습득 법이라고 한다. 그는 중학교 미술 교과서에 실린 보리 첼리의 아름다운 여성 그림을 보고 영국에서 단기간 살게 될 계기를 갖게 되었을 때 매일 미술관을 다녔다고 한다. 덕분에 저자는 미술, 종교, 역사가 주요 테마가 된 여행을 지속적으로 갖게 되었다고 한다. 책과 사람 그리고 여행을 잘 조합해서 인생을 즐거운 추억으로 채워나간 저자만의 삶의 기술은 생활과 일의 균형을 잘 이루면서 살아온 것 같다.
지금 시대를 본보기가 없는 시대라고 한다. 그저 남이 만들어 놓은 길을 카피 로봇처럼 따라서 가는 시대가 지났다고 한다. 개인 또한 남이 시키는 데로 따라 사는 시대는 끝이 났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고 자기 삶의 방식을 정해야 하는 시대라고 한다.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것이며, 교양이란 보다 나은 사회와 보다 나은 인생을 실현하기 위한 무기가 되어 줄 거라는 것이 저자의 핵심이다. 자신이 길을 정하고 그 길을 만들어 가며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책이요, 사람이요 그리고 여행이다. 그 만들어진 길은 누군가에게는 시작하는 길이 되어 또 다른 큰길을 내는 힘이 되어 줄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간의 축을 따라 삶의 길이를 느끼는 과정일 수 있다. 책을 통해 좋은 사람을 통해 종의 축을 키워나가고 여행을 통해 횡의 축을 넓혀 가는 과정을 통해 삶은 더욱 견고해지는 집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세상 소풍이 끝나는 그날 멋진 집을 후손들에게 남겨 주고 간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삶이 될 것 같다. 일상을 종과 횡으로 엮어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