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없는 사람은 없다. 단지, 자신의 스토리를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저자의 말처럼 물고기가 물이 무엇인지 모르듯이 자신의 스토리를 알지 못할 수 있다. 저자는 스토리를 통해 사람의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는 이야기를 여러 예와 함께 들려준다. 책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읽어 나가는 속도감이 느리다.
책은 왜 스토리로 전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스토리의 역할 그리고 실제로 스토리를 만들어 보는 예시를 통해 필요한 요소를 전달한다. 예시에서 묻어나는 사고는 그 사회의 색깔이 배어 있다. 스토리의 본능, 스토리의 핵심 그리고 스토리 창작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의 다년간의 연구 결과이다. 같은 세계 같은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일 지라고 서로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을 수 있다. 상대의 시선에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 상대의 사고의 틀 안에서 벗어나지 않는 무엇인가를 전달해야 저항감이 없다 한다. 결국, 세상의 소리들은 개개인의 스토리가 두서없이 펼쳐지는 공간인 것 같다. 그 이야기들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사람들은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라는 호피족(아메리카 원주민 부족) 속담이 있듯이 사람들의 사고 틀 안에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수 있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라마다 건국 신화 이야기를 통해 존재의 기원을 세대별로 전달해 줄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인간 진화의 최고 기본 능력인 협업 능력이 생태계에서 최고 상위 포식자 자리를 차지하게 만들었다면 스토리는 그런 신념을 지켜주는 관리자 같다. 사실을 서사화하고 그 서사를 목숨처럼 지키려는 종교의 힘도 스토리의 힘을 보여 주는 듯하다.
상대가 바라보는 세상, 상대가 가진 관심 그리고 상대가 생각하는 모습에 부합할 수 있어야 통하는 시대다. 콘텐츠가 만연하는 '데이터 스모그'(정보 발행이 쉬워져 질 낮은 정보가 범람하는 현상) 시대에 스토리로 전달해야 통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이 간다. '똑같은 주장도 상대의 세계관에 맞춘 스토리의 형태로 전달한다면 우리가 바라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움직여 집단 전체에 우리 주장을 옹호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브라질의 장기 기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사후에도 자신의 몸 일부가 축구 팬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스토리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장기를 증여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정보의 풍요는 관심의 결핍을 낳는다는 하버트 사이먼(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의 말도 인상 깊다. 수만 가지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의 이야기 틀과 맞춰 나갈 수 있는 힘은 분명 생사를 가를 만큼 중요한 힘이다.
그래서 요즘 회사들이 광고의 한 형태로 잘 선택하는 것 중의 하나가 스토리로 전달하는 방법들 이다. 우리가 흔히 봐왔던 바카스 광고가 단연 기억에 남는다. 모든 사람들은 객관적 현실을 주관적 안경 너머로 보기 때문에 스토리를 통해 개개인의 스토리와 연결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타인도 알고 있다는 '지식 과대평가'를 한다고 한다. 이를 '지식의 저주'라는 독특한 말로 표현한다. 사람은 일단 뭔가를 알고 나면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어려운 책이 나오고 그래서 어려운 내용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을 알 것 같다. 책의 후반부에서 그런 현상을 피하기 위한 스토리 제작법에 대한 이야기는 도움이 될 듯하다. 스토리 창작의 기본인 갈등의 힘, 구체성의 힘, 인과 관계의 힘, 깨달음의 힘을 통한 스토리 구성법은 배워둘 만한 삶의 기술이다.
사실을 보여주면 외면 하지만, 같은 사실도 스토리를 통해 인격화 하면 주목한다고 한다. 하루 3만 5000건의 결정을 내리고 그중 먹는 것 때문에 226건의 결정을 내리는 인간의 뇌가 얼마나 복잡한지 알 것 같다. 다행히 의식적으로 고민하고 내리는 결정은 약 70건이지만, 그 복잡한 인간들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 스토리가 단연 큰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뇌는 신체 위험과 사고의 신임 체제에 대한 반박을 동일하게 생존의 위협으로 감지한다고 하니 타인의 사고를 직접적으로 바꾸려는 시도가 얼마나 위험한 지 알 것 같다.
부부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우리 이야기 좀 해'라는 표현은 '네 행동을 좀 바꿔 줘야겠다'라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고 한다. 타인에게 갑자기 뭔가를 일깨워 주면 반박을 살 수밖에 없다.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어떤 식으로 전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유발된다고 한다. 스토리는 뇌의 분석 작용을 잠재운다고 하다. '우리 이야기 좀 해'라고 표현하기보다는 '이야기 하나 해 줄게'라고 표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가 치른 경험을 통해 남에게 깨달음을 주려면 우리가 무엇을 깨달았다고 가르쳐 줄게 아니라 우리와 함께 깨달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그 수단이 바로 감정을 움직이는 스토리다. '
플라톤을 인간의 정신을 이성과 감성으로 분리시키고 이성이 우월하고 우리가 내리는 결정을 이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잘못된 신념 체제를 부여한 철학자라고 이야기한다. 이성과 감성은 양자택일이 아니라 공존해야 하며 실제 결정권자는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라고 한다. 어떤 주제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려면 그 주제에 대한 상대방의 감정을 바꿔야 한다고 한다. 스토리가 가진 힘이 바로 그 감정을 바꿔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 생존 요령을 깨달은 후 그 내용이 우리 암호 해독기에 자동으로 프로그램화되어 들어간 것 그것이 스토리다. 상대방이 가진 스토리와 상관이 있어야 통한다고 한다. 만인을 위한 스토리가 아니라 물리적, 사회적 생존이라는 목표로 한데 뭉친 개개인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통하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정치인이 당선이 되는 예를 보여 준다. 또한 루마니아의 사회주의 제도가 미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삶에 대한 또 다른 스토리를 대중에게 전달하여 결국 사회주의 체재를 무너뜨리는 큰 힘을 발휘하는 것 또한 좋은 예이다.
광고를 하든 또는 타인을 설득하든 아니면 더 나은 사회를 원한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능력은 스토리 텔러가 되는 능력이 아닐까? 분명 변화는 어렵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된 미하이 칙센트 교수가 이야기하듯이 '어렵지만 달성이 가능한 일을 시도할 때 가장 행복하다.'라는 말을 되새겨 보면 좋을 듯하다. 자신의 삶의 스토리 텔러가 될 수 있을 때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 같다. 자신의 업을 스토리화 시킬 수 있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스토리의 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