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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Style]-조셉 윌리엄, 조셉 비즈업

by 조윤효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의 관찰력을 깊게 만든다. 모국어로 쓰는 글은 생각과 말을 종이 위에 올려 두면 된다. 하지만,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글을 쓴다는 것은 나와 종이의 거리 사이에 수많은 장벽들이 존재한다. 세계라는 온라인 바닷속에 작은 종이 한 조각을 뛰우려면 배워야 함을 느낀다. 글쓰기에 대한 정석을 알고 꾸준하게 연습해 간다면 극복할 수 있는 장벽들이다.


영어로 'Style'이라는 말의 어원은 '끝이 뾰족한 필기도구'를 의미하는 라티어 'Stylus'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집트에서 갈대 끝에 금속 펜촉을 단 스틸 루스라는 쓰기 도구가 로마를 거쳐 중세 유럽에 전파되어 서수 기독교 사회에 펴졌다고 한다. 성경을 필사하기 위한 필경 공동체의 필경 수도사들은 단 한자도 틀려서는 안 되기에 추운 겨울에도 꽁꽁 언 손으로 스틸 루스를 가지고 신과 대면하는 일상은 고된 작업이었다고 한다. 스타일을 찾아가는 글쓰기 과정 또한 쉬운 길은 아닐 것 같다.


저자들의 글쓰기 관련의 책은 마치 릴레이 계주를 연상시킨다. 대학에서 글쓰기 강연을 하던 첫 저자 조셉 윌리엄이 4판을 출간하기 전에 신의 품으로 돌아갔고, 그의 오랜 친구인 그레고리도 2011년 책을 세상에 탄생시키고 친구의 세계로 떠났다. 다음으로 쓰기의 바통을 이어받아 조셉 비즈업이 책을 이어받아 책의 구성과 내용을 보충하여 다시 이 책으로 태어난 것이다. 그러하기에 쓰기의 정석 책이 되어 여전히 대학에서 사용되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고 고칠 때 참고할 수 있는 몇몇의 원칙을 깨달았던 그들의 지혜가 마치 도서관의 서재처럼 잘 분류하고 나열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초고를 쓸 때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조언을 모조리 잊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으면서 효과적으로 글을 수정하는 법을 안다면 세련된 글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저자의 조언 데로 한 번에 레슨 하나씩 2주에 걸쳐 일독했다. 기본 원칙이 정리가 잘 되어 있다. 물론, 사이사이에 영어로 예문이 나온다. 첫 글과 원칙을 적용한 수정본을 비교해주기 때문에 이해력을 돕는다. 영어의 글쓰기는 정장 차림 같다. 정해진 규칙이 있고 그 규칙에 맞게 글을 배열하는 것이 마치 만찬의 디너 테이블 위에 놓인 많은 포크와 숟가락 같다. 초고는 생각이 흐르는 데로 마구 쏟아내 쓰고 난 후 독자의 시선으로 다듬고 수정을 거칠 때 독자에게 쉽게 읽히는 책이 된다. 일본의 세계적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또한 초창기에 글을 쓸 때 영어로 쓰고 다시 일본어로 고쳐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글쓰기 법을 만들어 냈다.


언어는 달라도 영어적 패턴 글쓰기는 분명 한글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문체는 짧고 강한 비트가 있는 글들이다. 잠깐 필사를 했지만 지속하지는 못했다. 규칙을 알고 한편을 정해 꾸준하게 필사하며 자신만의 글을 쓰다 보면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일 것 같다. 명확하게 말할 수 없다면 명확하게 쓸 수 없고, 반면 명확하게 글을 쓸 수 있다면 더 명확하게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산뜻하며 우아하게 종이 위를 걷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런 힘을 가진 이들은 삶이라는 공간 속에 자신만의 리듬도 잘 만들어 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명확성의 원칙이 있다. 영어에서의 명확성은 행위자는 주어에, 행위는 동사에 넣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면 된다고 한다. 수동태를 활용한 글쓰기보다는 능동태가, 명사화되어 있는 행위를 동사로 바꾸면 명확성이 살아난다. '주요 행위를 동사로 표현한다.'는 말은 그만큼 다양한 동사의 어휘 습득이 필요하다는 말 같다. 문장의 주어인 주요 행위자는 짧은 게 더욱 효과적이고 동사는 구체적이어야 한다. 문장의 길이 조절에 따라 독자의 글 읽기 속도를 작가가 조절할 수 있다고 들었었는데 주어와 동사의 선택에 따라 명확성이라는 선을 그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이 책에서 배웠다.


작은 소주제로 묶인 글들을 구 Paragraph라고 하는데 쉽게 시작해서 어렵게 들어가라고 한다. 독자에게 익숙한 정보로 문장을 시작하고 독자가 예측할 수 없는 정보를 끝에 두라고 한다. 문장 끝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다음 문장의 첫머리에 나타날 정보를 미리 알려 줄 때 두 문장은 표층적으로 결속되어 있어 독자가 술술 읽게 하는 경험을 준다고 한다. 글을 쓸 때 접속사를 많이 쓰기보다는 문장 속 명제들의 논리적 흐름을 따르라고 한다. 접속사를 거추장스러운 장식으로 표현하는 게 재미있다. 길고 복잡한 구와 절은 글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구나 절은 짧게 쓰고 짧고 구체적인 주어와 행위를 묘사하는 강한 동사를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


독자들이 힘주어 읽어 주기를 바라는 단어들, 특별히 중요한 것이라고 인지해주기를 바라는 단어들을 문장 끝에 두어 강조할 수 있다고 한다. 문장 마무리 방식에 따라 문체의 효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문장에서 가장 강세를 받는 지점을 문장의 '강세 자리 Stress Position'이라고 하는데 그 강세를 끝에 두는 게 좋은 글이다. 마치 한 단어, 한 줄의 글들이 춤을 추듯 리듬을 맞추는 느낌이다. 강세 자리를 맞추기 위한 여섯 가지 방식도 소개한다. 쉽게 들어가고 끝에 강세를 주기 위한 문장법을 사이사이에 쓰기 위해서는 이 도구를 잘 활용해 봐야겠다. 첫째, 'there is~/ there are~ (~있다)' 구문이다. There is a pen. There are pens. 강세인 pen이 뒤로 가게 된다. 둘째, What분열 문으로 쓸 수 있다. What we need is love.......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love사랑이다. 셋째, 수동태를 정보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쓰라고 한다. 넷째, 'it' 분열 문이다. 주어가 길어지면 그 주어를 문장 뒤로 놓고 주어 자리에 'it'을 쓰는 형태의 글을 말하는 것 같다. 다섯째, 'not only X, but also Y구문을 활용할 수 있다. X 뿐만 아니라 Y 또한이다'라는 표현은 학교 시험에 단골손님이었었다. 여섯째로, 대명사로 치환하거나 생략하는 법을 써보라고 한다.


독자들이 읽고 싶고, 주제를 예측할 수 글을 쓰라고 한다. 또한 글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 줌으로써 독자가 더 많은 것을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 공감대를 형성하고 문제를 제기한 후 해법과 핵심 주장을 펼쳐야 한다.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면 절반은 해결된 것이다.'라는 존 듀이의 인용글과 '돌이켜 보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훨씬 힘들었다.'라는 찰스 다윈의 인용 글도 기억에 남는다. 핵심 문장을 짧은 도입부의 끝부분에 배치해 보라고 한다. 이후 따라올 길고 복잡한 내용이 시작되기 전에 독자들이 읽어야 할 핵심 문장을 짧은 도입부의 끝부분에 배치하는 것이다. 독자가 아는 내용이 앞에 가고 모르는 내용이 뒤에 갈 때 글이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 자 독자가 알 수 있다고 한다. 이는 글의 프레임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라고 한다. 간결성과 균형과 우아함을 갖춘 문장을 쓸 수 있다면 글쓰기의 가장 큰 무기를 갖게 될 것 같다. '최대한 적은 단어로 내 감정을 표현하여 내 시간은 물론 독자의 시간을 아낀다.'라는 존 웨슬리의 말도 인상 깊다. '불필요한 메타 디스코스를 가지치기하면 느슨한 문장이 팽팽해진다.'라는 저자들의 이야기는 한 줄 한 줄의 문장을 생기 있게 만들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긴 문장을 쓸 줄 알아야 진정한 달인'이라 표현한다. 짧은 문장 만으로 복잡한 개념을 전달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길면서도 명확한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구나 절을 주어와 동사 사이에 넣지 말고 문장 앞이나 뒤로 보낼 때 긴 문장이 명확해 진다. 깊은 영감을 주는 문장의 미학은 균형과 대칭을 이야기한다. 단어의 균형감을 알고 싶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전치사 보다 형용사와 부사가 더 무겁고 형용사와 부사보다 명사와 동사가 더 무겁다고 한다. '문장을 시작하는 방식은 명확성을 결정하고, 문장을 끝맺는 방식은 리듬과 우아함을 결정한다.' '명사화된 표현이 문장의 주어부에 오는 것은 독서를 힘들게 하지만, 문장 끝에 오는 것은 독자에게 극적인 충격을 가하며 클라이맥스 효과를 만들어 낸다.'


깊은 영감을 주는 문장의 미학으로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문장이 균형과 대칭을 이루게 한다. 둘째, 무게감이 있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셋째,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문장 끝에서 강세를 받는 단어나 구가 앞에서 나온 단어나 구와 소리가 비슷하거나 의미가 호응할 때 독자들은 더욱 강한 인상을 받는다'라고 한다. 넷째, 카이 아즈 무즈 Chiasmus라는 기법으로 앞의 단어 배열과 엇갈리는 단어 배열로 끝을 맺는 방법이 있다.


책의 후반부는 구두점 사용에 대한 규칙을 소개한다. 구두점은 규칙보다는 글 쓰는 사람의 의도적인 선택에 의해 강세, 뉘앙스를 조절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쓰기 도구다. 콤마(,)와 세미 콤마(;)는 다음 절을 이끌기도 하고 독립시키기도 한다. 절 사이에 구두점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문장의 깊이가 달라진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용보다는 2페이지당 한번 정도 쓰는 게 효과적이라 한다. 영어로 글을 쓰는 초급 단계라 배워야 할 게 많지만 관련된 도서를 꾸준히 보다 보면 명확한 규칙을 터득하게 될 것 같다.


에토스란 독자들이 글에서 추론해 내는 저자의 인품을 말한 다고 한다. 글은 철저히 이타적이어야 한다. 이유식을 막 시작하는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글을 만날 때 우리는 책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 저자가 가진 지혜를 독자가 재미있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자르고 다듬고 꾸미는 글은 그래서 엄마의 손길을 닮은 것이다. 책은 저자의 에토스를 말해 준다. 한 줄 한문단 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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