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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글로벌 맨, 칭기스칸]- 김명교

by 조윤효

참으로 닮아 있다. 13세기의 몽골제국과 지금의 온라인 세상이 형태는 달라도 세계 경제 통합이라는 거시적 관점에서는 닮은꼴이다. 로마군의 400년 보다 칭키스칸의 25년이 더 많은 땅과 인간들을 정복했다고 한다. 칭기스칸을 시작으로 그의 아들과 손자들이 13세기 동, 서양의 문명을 정복한 몽골제국의 이야기가 생각보다 흥미롭다. 세계를 제패한 한 나라의 흥망 성쇠를 보며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음을 알 것 같다. 1227년 그때부터 중국과 유럽은 외교나 무역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칭기스칸은 어떤 인물이기에 1000년이 지나도 그의 행적을 궁금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는 개인의 장점, 충성심, 능력과 실력에 기초한 독특한 체제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농업세를 없애고 부와 보물을 축적하는데 중점을 둔 게 아니라 전투에서 얻은 물자를 널리 분배하여 다시 상업적 유통망으로 순환시켰다고 한다. 정복을 통해 모든 문명 문화를 분배하고 통합하는데 관심을 둔 문화 전달자라고 한다. 정복전쟁이 아니라 세계화, 개방화를 위한 경제 전쟁이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동 문명의 역동성을 보여 주고 디지털 무역을 이룩한 칭기스칸에 대한 과소평가의 이유를 두 가지로 이야기한다. 첫째, 역사 기술이 기록 중심 사관이라 시샘하는 주변국의 눈으로 기록되어 있고 반면 유목민들의 문자 의존도가 낮기 때문이다. 둘째로, 역사가 공간만을 중심에 놓고 서술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표피적인 모습으로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사회의 눈높이로 칭기스칸을 봤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인류 문명을 보는 관점을 바꾸지 않는 한 칭기스칸을 제대로 평할 수 없을 것이다. 토사 구팽과 권모술수, 책략도 없었고, 이권을 둘러싸고 벌이는 살벌한 다툼도 없었던 유일한 시대라고 평한다.


'모든 법칙에서도 보여주듯이 원칙이 없을 경우 세상을 경악케 하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사상누각일 뿐이다.' 온라인 속 세상을 누비기 위해서는 자국 또는 자신만의 원칙을 갖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칭기스칸은 인류 최초로 세계를 인식하고 정복 후에 도 '친구가 되자, 한 식구가 되자'라는 용어를 썼다고 한다.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에서 바라보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라는 3대 정착 문화권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이 문화권에 동시에 충격을 가한 경우는 역사적으로 대몽골 제국이 유일하다고 한다. 그래서 칭기스칸을 세계 문명을 통합하고 또 그 속에서 서로 어울려 살 수 있는 길을 제시했던 인류 최초의 인물이라 평한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인류는 역사상 최초로 잠시나마 종교와 인종을 불문하고 하나의 제국, 하나의 이상으로 통합하여 서로 어울려 살았다는 말이 앞으로 후세들이 어떤 삶을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는 것 같다.


정착 사회와 이동 사회에 대한 비교는 왜 성을 쌓으면 퇴보하는지 보여 준다. 정착 사회는 황제를 정점으로 창의력을 결여시키는 수직 마인드로 폐쇄형 시스템을 구축한다. 반면, 이동 사회인 유목 사회는 현실 안주를 허용하지 않고, 나와 다른 사람이 대접받는 개방형 시스템으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칭기스칸은 착취, 군림, 지시의 수단이 아니라 역할과 기능을 발휘 조절하도록 한 리더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낸 것이다. 20세기까지 유목민에 대한 정착 문명의 편견이 있었기에 그에 대한 평가도 절감된 것 같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이의 인용글이 기억에 남는다. '부유한 사람은 즐기기 위해 여행할 것이고, 가난한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이동해야 하므로 결국은 누구나 유목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온라인으로 통합되어 가는 지구촌은 세계화라는 말이 당연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전화, 위성통신, 위성방송, 인터넷은 시간과 공간의 압축 현상이 일어나게 했으며 인류에게 정착이 아닌 이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한다. 장소 중심이 아니라 시간 중심으로 사고하는 세상이라는 저자의 의견이 날카롭다. 성을 쌓는 정착민의 수직적 사고로는 21 세기를 선도할 수 없을 것이다. 유목민의 수평적 사고와 협동의식이 중요한 시대임을 저자는 이야기한다. 칭기스칸의 어머니 허엘룬은 '하나하나를 소중히 하라. 그리고 그들을 뭉치게 하라!'라고 아들에게 강조했다고 한다. 몽골 시대의 여서의 존재는 그 위치가 대단한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볼 때, 또는 아직도 여러 나라들이 여성이라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많다. 하지만, 몽골인들은 여성이라는 존재를 남성과 동등한 존재로 대한 것을 보여 준다. 남자들이 정복을 위해 전장에 머무르며 다른 문명을 흡수, 분배하는 동안 여자들은 나라를 다스리고 제국을 운영했다는 기록이 이를 보여 준다.


몽골 사회는 오직 능력과 실력에 의해서만 제국을 관리했고, 외부의 재능을 통치 세력 내부로 끌어 드여 수도원, 학교, 책의 인쇄, 사상과 지식의 교류를 지원했다. 세계의 무역로 확보로 물자의 소통을 원활히 했고 이로인해 만인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켰으며 서로 다른 문명의 지식, 정보, 사상을 전파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몽골 제국의 독특한 시스템과 원칙을 보며 어떻게 그 짧은 기간 동안 세계를 하나로 만들 수 있었는지 알 것 같다. 한나라를 정복하면 그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몽골에 흡수시켜 그곳을 기점으로 다시 다른 나라를 정복하는 거미줄처럼 앞으로 옆으로 뻗어나갈 힘을 가졌던 것이다. 거란이 투항한 이후로 중원 통치 경험이 있는 그들의 합류는 몽골에게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몽골은 기술자를 존중했고, 그들이 집단촌을 형성해 살 수 있도록 도왔으며 속도와 기술력을 끊임없이 보완했다고 한다. 동서양의 기술을 접목시켜 농업 생산을 극대화시키고 상업 유통을 활성화 한 대몽골 제국이 단 시간에 세계를 제패한 것이다.


공용으로 여행하는 관리나 사신에게 숙박, 식사, 말 등 편의를 제공한 잠치를 세웠고, 은의 기축 통화 외에 종이 화폐를 유통시켜 팍스 몽골리카라는 인류 통합의 시대 이념을 제시했다고 한다. 코릴타라는 독특한 시스템은 마치 요즘의 유엔 연합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각국의 관료들이 만나 회의를 하기 전에 파티를 연다. 세계의 정세를 알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내기 위해 천호제의 대표들은 3개 국어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정복 후 부족을 해체하고 10호 단위로 재편해서 혈연 위주의 구조를 탈퇴한 혁신적 사회 모델을 만들었다. 조직이 지니는 장점으로 자신의 입보다는 부락민들의 머리로 판단하게 하기 위한 칭기스칸의 사회 조직 스템이 천호재다. 천호재의 우두머리가 천호장이고 이들의 우두머리가 백호장 그리고 백 호장의 우두머리가 십 호장으로 사회 조직이 그대로 군사 조직으로 연결되게 했다고 한다. 몽골의 천호재를 군사, 정치, 행정, 사회 등 모든 분야가 하나로 통합된 다이내믹하고 효율적인 조직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몽골의 인재 양성 기관인 케식텐도 인상깊다. 군사, 정치의 최고 조직을 위해 행정과 군사 지휘능력을 겸비한 우수한 인재들이 그 누구보다도 제국이 지향하는 이념을 명료하게 파악하도록 돕돕는 교육기관이었다고 한다. 10호마다 2명씩 청소년을 뽑아 당시 선진화된 선두 국가인 페르시아로 보냈다. 이는 페르시아 지역을 몽골의 한 연방으로 확보하고 그 핵 속에 주변 제국인 유럽까지 예속시키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한다. 케식텐 제도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멘토를 만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생각은 세계적으로 하고 행동은 지역적으로 할 수 있는 인재들을 양성해 냈다. 천호 제도와 케식텐 제도를 바탕으로 강력한 군정 일치의 사회 조직을 구축한 몽골은 개인의 존재보다 역할에 더 중심을 두었다고 한다. 개인의 능력을 최대화시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개인의 실력과 창의성을 극대화하여 열린 사회의 다문화 공동체를 씨앗으로 혼합 문화를 만들어 냈다고 한다. 다수의 꿈과 상식이 소수의 욕망에 의해 뒤틀려지고 깨어진 역사적 속에서 칭기즈칸은 인류 공동의 번영을 꿈꾸었던 리더라고 이야기한다.


몽골과 이슬람 상인들의 공생관계를 통해 동서 교역이 물자의 이동 루트가 되었고 사상의 전파가 함께 이루어진 시대였다. 몽골은 군사력으로 판세를 장악하되 그 이후에는 경제의 지배를 통해 세계 제국을 유지한다는 구상을 해냈고, 권력의 집중보다는 시스템의 작동에 제국의 생명을 걸었다고 한다. 역사상 사상 탄압이 없었던 유일한 제국인 몽골제국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할 것 같다. 공생의 관계를 모색해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칭기스칸의 정신이 사라진 후 당연히 몽골 제국은 다시 나누어지고 전쟁과 분열의 역사 길을 걸어와 지금의 현재 나라들로 나누어졌다. 몽골제국의 흥망성쇠를 보며 분열이 아니라 협력을 만들어 낼 때 인류는 더 큰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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