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듯 책의 결말도 내 예상과는 달랐다. 지나치게 낙관주의적인 태도였다. 물론 결말의 일부분은 예상과 비슷했지만 왠지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을 때 작가는 조용하게 미소를 지을 것 같다. 저자 Andrew Clements의 글은 학교를 소재로 책을 쓴다. 이것 또한 아이디어다. 정해진 큰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힘은 또 하나의 창의적 발상일 수 있다. 학창 시절은 언제나 이야깃거리가 풍부하다. 오랜만에 만난 학교 동창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쉽게 해주는 주제도 학교다.
이번 책은 '마지막 방학 콘서트'라는 제목으로 독자에게 주인공의 마지막 콘서트라는 예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주인공 Hart Evan의 마지막 콘서트가 아니라 그의 음악 선생님 Mr. Merineat의 마지막 콘서트다. 마지막이라는 글자와 콘서트라는 그 감정의 상치가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독자의 관심을 끌어당기는 제목을 만드는 기법 중 하나로 써도 좋을 듯하다.
우리나라 중학 1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미국 6학년의 분위기를 보여 준다. 근교의 두 초등학교학생들이 졸업 후 중등 과정인 Palmer Intermediate학교에 함께 모인다. 절반정도의 아이들은 아는 아이들이고 나머지 절반 아이들은 잘 모르는 신학기 분위기를 통해 학창 시절의 그 설렘이 기억 저편에서 떠오른다. 9월이 학년 시작인 미국이라 10월이나 11월이 되면 'We`re the Palmer Intermediate. 우리는 팔메르 중학생이다.'라는 감정이 자연스럽게 생긴다는 말도 이해가 된다.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은 하트는 크리스마스 합창을 준비하는 음악 수업 시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합창 연습을 하는 동안 고무 밴드로 음악 선생님 얼굴을 맞추는 최악의 상황을 맞는다. 이로 인해 교장실로 불려 가고 방과후 학교에서 1 시간씩 머물다 가야 하는 Detention(구금) 벌을 받는다. 음악 선생인 마이너트의 화를 달래주는 교장의 대화를 통해 상황이 이해가 된다. 학교 예산 삭감으로 음악 선생님인 마이너트는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학교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다. 학생의 장난조차 위협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이너트와 그의 부인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함께 생활하는 것이 그의 삶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상실감을 가지고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준비하는 마이너트의 복잡다단한 마음이 느껴진다.
음악 시간에 아이들이 떠드는 과정도 우리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 시절 왜 그렇게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하트반의 녀석 들은 쉴세 없이 떠든다. 결국, 음악 선생님인 마이너트는 겨울 크리스마스 콘서트는 주인공인 아이들 스스로 준비해 보라는 제안을 한다. 아이들이 투표를 통해 하트를 리더로 뽑는다. 인기가 있어 하트가 당선되었지만 그는 전혀 원하지 않는 자리다. 음악 콘서트를 준비하는 동안 변화되는 하트의 태도가 재미있다. 원하지 않는 리더 자리를 맡은 하트는 음악 시간을 그냥 방치한다. 교실 이곳저곳에서 떠드는 소리를 두고 보는 음악 선생님과 하트의 불편한 감정선이 느껴진다. 누구나 무질서는 오래 견디지 못한다. 결국, 하트는 아이들과 토론을 통해 각 영역별로 나누어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준비한다. 그 과정 중에 물론 학부형의 항의가 교장실로 오기도 하고 아이들 중 적극 참여하고 이끄는 아이들과 따르고 참여하는 아이들 그리고 방관하고 노는 아이들에 대한 구분도 웃음이 난다. 우리도 그랬던 기억이 있다. 열심히 하는 아이들, 그래도 조용하게 따르는 아이들, 그리고 뒤에서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시종일관 무관심한 아이들의 모습은 어디를 가든 비슷한가 보다.
스스로 준비하는 콘서트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아이들이 하나씩 해내는 모습이 대견하다. 서로 이야기를 맞추어 나가는 과정 중에 갈등이 생기고, 리더인 하트의 독단적인 표현 때문에 어느 날은 모든 아이들이 그에게 인사 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불편한 과정을 통해 하트는 콘서트에 선택할 노래나 활동을 투표를 통해 결정짓는 조금 성숙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찾아가는 길에 인내심이 필요함을 느낄 것 같다. 혼란스럽고 때론 싸우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목표를 향해 서로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준비하는 과정 중에, 하트의 마음이 커 가는 것이 보인다. 모든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각자의 자리에서 연습을 하는 아이들에게 수시로 격려의 말을 보내는 주인공 하트가 어른스럽다. 배움이란 이렇게 마음이 자라도록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드디어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시작된다. 생각보다 아이들의 무대가 웅장하다. 아이들의 부모 또한 도우미가 되어 무대의 조명이며 인형 출현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노래를 부르며 한 명씩 무대를 체우는 방식도 어른스럽다. 콘서트가 끝나자 관객들이 일어나 쉼 없이 박수를 치는 장면은 뭉클하다. 그 어느 누구도 무대가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쉽없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는 표현을 통해 아이들 스스로 준비한 무대가 아이들과 그들의 가족에게 멋진 추억으로 평생 동안 기억 될 것임을 보여 주는 것 같다.
하트의 아버지가 아들의 손을 잡아주면서 '최고의 무대'였다는 말에 얼굴이 빨개지는 순수함을 간직한 주인공이 기특하다. 공연이 끝나고 하트는 무대 뒤 마이너트를 찾아간다. 그는 그의 마지막콘서트를 마치고 책상에 있는 자신의 소지품을 박스에 챙기고 있었다. 그를 찾아간 하트는 방학 후 음악선생님 마이너트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책을 읽어 가면서 아이들이 음악 선생님이 학교를 떠나야만 하는 상황을 알게 되고 그리고 무대를 통해 그를 다시 학교에 복직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을 줄로 알았다. 하지만, 책의 결말은 하트와 음악 선생님 마이너트의 헤어짐으로 끝난다. 물론, 하트가 이야기한다. 미리 알았더라면 학교에 타원서를 내서 음악 선생님을 도울 수 있었을 것이라 말한다. 서로 작별인사를 하고 마이너트 선생님이 불을 끄고 나가는 장면이 왠지 씁쓸하다.
학교라는 작은 공간은 또 하나의 사회다. 아이들이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삶의 주도성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학교이길 바란다. 공부해야 할 교과목과 시험도 중요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공연 등을 스스로 준비해 보고 서로 의견을 맞추어 가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 주도성을 배울 수 있고, 협력을 통해 이루어 나가는 과정이 또 하나의 큰 교육이다. 학교라는 틀은 두 가지 양면성이 있다. 보호받는 느낌과 성적을 통해 분류되는 느낌.
저자의 책은 따뜻하다. 학교라는 과거의 일상들 중에서 행복한 추억을 더 많이 끌어내 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