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은 갈망을 만든다.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제한은 넓은 세계를 더 동경하게 만든다. 책을 빌릴 때마다 여행 관련 책을 하나씩 챙긴다. 한비야 씨의 오지탐험 책도 만났고 가족 미국 여행 책도 만났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한 손미나 씨의 여행책도 좋았다. 이번에도 여행책을 이리저리 살피다가 사람들이 잘 선택하지 않을 것 같은 여행지를 찾아보았다.
이준오 씨의 책 '세상의 모든 고독 아이슬란드'라는 책이 그런 나의 의도를 담고 있을 듯 해 인연을 만들었다. 여행책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사진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읽기 전에 저자가 정성 들여 찍었을 사진들을 보며 아이슬란드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물론 한비야 씨의 여행책들은 사진을 아끼듯 가뭄에 가끔 쏟아내는 비처럼 만날 수 있다. 그 또한 입담 좋은 그녀의 글체로 사진을 보지 않아도 나름 상상하는 재미를 준다.
이준오 씨의 프로필을 보며 뮤지션이자 음악감독이라는 걸 알고 조금은 섬세한 관찰과 음악과 연계된 것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며 읽은 책이다.
아이슬란드라는 나라를 들어 보았지만 그 나라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아 네이버에서 나라의 위치와 주변 국가들 그리고 쓰는 언어를 찾아보았다. 영국과 거리가 가깝고 자신들의 언어가 있지만 대부분 영어를 잘 구사한다고 한다. 덴마크 속국에서 독립한 지 100년도 안된 인구가 작은 추운 나라다.
저자의 여행시기는 10월 말에서 11월 초 약 3주간의 일정을 통해 아이슬란드를 만나는 행보였다. 사람보다 자연의 존재가 강한 나라인 것 같다. 빙하가 떠다니는 호수라든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거대한 폭포 그리고 인가가 드물어 절대 고독과 만날 수 있는 나라다.
그의 글들은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의 서랍장 같다. 다양한 물건이 가득 들어 있어 호기심으로 몰래 하나씩 꺼내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저자의 언어 방은 참으로 다채로운 어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풍경을 묘사하는 표현과 아이슬란드 자연을 담은 사진은 잘 조화가 되어 읽는 내내 잔잔한 행복감을 주었다.
차를 렌트해서 음악을 들으며 이동하는데 첫 1주는 만나는 사람이 손에 꼽힐 만큼이다. 저자가 차속에서 들었던 아일랜드 음악들을 유튜브에서 들어보니 몽환적인 느낌이 든다. 왠지 그 나라의 자연환경과 음악이 닮은 듯하다. 환경의 열악함은 인간의 정신을 키우는 양분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 아티스트들의 음악 적 매력이 유럽인들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
어디에 존재하느냐가 나를 규정하는 틀이 될 수 있다. 척박한 작은 섬나라에서 아이슬란드의 선조들은 어떤 삶의 가치를 가지고 역사를 만들어 냈을까? 어딜 가도 웃음으로 맞이하는 그들의 태도가 조금은 예측할 수 있게 해 준다.
신이 세상을 만들기 전에 연습 삼아 만들어 본 땅이라고 하고 세계 여행자들의 꿈의 여행지라고 하지만 우리가 봐야 할 건 그런 환경에서 대를 잊고 살아온 그들의 정신이다.
빙하가 덮인 초원이나 검은 해변들을 보면서 다른 공간 속에 자신을 놓아 보고 여행이 아닌 삶으로 살아보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그 누군가가 책 사이의 사진을 절묘하게 잘라간 두 페이지 흔적이 못내 아쉽다.
책의 마지막 부분은 지나간 사랑에게 자신의 맘을 담아 편지를 써놓은 저자의
글이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한다. 지났지만 아련한 사랑 그리고 책을 통해 추억의 연인에게 글을 쓸 수 있는 순애보(?) 같은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