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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나를 살게 하는 것들]-김창옥

by 조윤효

선물 받은 책은 내용보다 그 자체로 감사하다. 가끔 김창옥 강사의 강연을 보는 나를 보고 아들 녀석이 생일 선물로 사다준 책이다. 그의 강의는 삶의 아픔을 이야기하지만 유머로 잘 소화시키는 매력이 있다. 책으로 전달하는 이야기 속에서는 웃음이 빠져 있다. 진지하게 삶을 대하는 그의 자세를 느낄 수 있었고 중년들이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과 그 받아들임이 보이는 책이다. 정신없이 가족을 돌보느라 또는 사회에서 성공을 향해 달리느라 나를 잠시 잊던 어느 인생의 가을날, 삶의 속도를 제어하고 싶어 자신의 속도, 꿈, 호흡 그리고 사람들을 보게 된다. 책은 그 순서로 삶을 이야기한다.


‘새것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롭게 하는 것’이라는 내용이 인상 깊다. 일상을 낯설게 보고 그 안에서 본질을 발견하라는 그의 조언을 통해 삶을 새롭게 하는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똑같은 일상 매일 만나는 소소한 일들에서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는 내게 그 새로움이라는 단어는 설렘과 닮아 있다. 책을 읽는 시간, 운동을 하는 시간 등 우리가 지켜낸 이 시간들이 우리의 삶을 지켜줄 거라는 위안이 따스하다. 커피를 마시는 것은 그 작은 여유시간을 함께 가지는 행위라고 이야기한다. 커피를 마시듯 하루 중에 나만의 숨을 내쉬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가지라는 말에 나의 하루를 바라본다. 어떤 시간이 내게 그런 의미를 주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가 내 안에 꽃이 있기 때문이라 이야기한다. 내 안에 사랑이 있어야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외부 조건이 아니라 내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닦고 그 혼자만의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는 게 먼저다. 그래야 세상 속의 풍요로움이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육체를 신전으로 대할 때 우리는 더욱 성장할 것이다. 마음속 번뇌와 욕심을 깨끗하게 닦아내고 감사와 긍정으로 채워 나가는 힘이 나이와 함께 성장하는 자아를 발견하도록 도울 것 같다.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쓰지 말고, 돈으로 시간을 사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일을 하고 노력해서 번 돈으로 시간을 사야 삶에 집중할 수 있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 중 하나가 부자는 하고 싶지 않을 때 안 해도 되는 자유가 조금 더 많다. 일하고 싶지 않을 때 일하지 않을 수 있는 자유가 더 많은 것이다.


프랑스의 소설가 폴 부르제의 인용글은 잘 알려진 표현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결국 사는 대로 생각한다.’ 저자 또한 책에서 인용한 문구다. 생각대로 살고 싶어 하는 그의 의지가 보인다. 칸트와 괴테 그리고 다윈이 매일 산책을 통해 생각하는 시간을 둔 이유를 알 것 같다. 시간을 따로 떼어 두지 않으면 삶의 소소한 일들이 생각이라는 흐릿한 안개를 날려 보내 버린다. 하루 일상 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생각하는 시간을 정해 둔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습관이 되지 않아 의식하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일을 하고 있다. 생각하는 그 시간이 내 삶의 질을 바꿀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인생의 진짜 멋과 맛을 다 아는 것이 아니다. 삶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있을 때, 비로소 인생의 멋과 맛을 알게 된다.’ 그의 불안했던 시절 이야기를 읽어 가며 인생에서 문득문득 만나는 사건과 문제들을 애정과 사랑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거나 사귀는 사람과 헤어지고 싶을 때 21일 동안 그것들을 귀빈으로 대접하면서 견뎌 본 후 결정하라는 그의 조언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대뇌 피질이 의심하고 고정관념의 신호를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게 하는 대뇌 변연체로 보낸 후 습관을 만드는 뇌간으로 가는 시간이 21일이라고 한다. 현명한 판단을 위해서 21일이라는 숙성 기간이 필요하다.


배나무를 기르는 농부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을 들여 기다리는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자기만의 속도가 있고, 자기 만의 타이밍이 있으며 자기만의 적기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급해하지 말고 열매가 맺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묵묵하게 걸어가면 된다. 그래야 지치지 않을 것이다.


‘한대도 안 맞고 이길 수 없다.’라는 권투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힘을 얻었듯이 우리 또한 삶의 무대에서 한 대도 맞지 않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할 때 마음이 가벼워질 것이다. 카지노에 없는 물건 3가지는 시계, 거울 그리고 창문이라고 한다. 이는 도박하는 사람이 오로시 그 쾌락에만 빠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다. 역설적으로, 우리 삶에 시계, 거울 그리고 창문을 의식해야 한다는 말 같다. 삶의 유한성을 상징하는 시계를 통해 남은 시간을 인식할 때 지혜가 생기고, 거울을 통해 자신의 마음까지 들여다보는 힘을 키우고, 창문을 활짝 열어 한곳에 집중했던 시선을 분산해 세상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반복적인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삶이 주는 메시지라고 한다. 겸허히 그 메시지에 귀 기울여보라는 조언도 일리가 있다. 삶은 늘 꽃길만 걸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바닷가의 파도처럼 좋은 일들과 나쁜 일들이 수시로 우리를 찾아온다. 반복해서 생기는 문제를 메시지로 보고 관찰하고 문제를 하나씩 풀어 가면 된다. 좋은 일들이 오면 겸허하게 감사하면 된다. 파도가 생기는 바다처럼 인생도 큰 물결이든 작은 물결이든 살아가는 과정에서 생겨 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나만이 겪는 문제가 아니라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는 이렇게 행복과 슬픔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게 그게 삶이다. 또한 헤어짐을 전제로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섬에 서로를 연결하는 출렁다리에 대한 표현도 공감이 간다. 존중, 예의, 배려가 가족 안에서 지켜지지 않을 때 작은 갈등 상황에서도 출렁다리처럼 관계가 요동칠 수 있다고 한다. 가족 간의 소통에서 중요한 것은 지혜나 지식이 아니라 예의와 배려 그리고 따뜻한 시선이라고 한다. 부모는 컨설턴트나 보스가 아니라 응원 단장이 되라는 말에도 반성이 되었다. 나의 섬과 아들의 섬을 연결하는 다리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격려를 해주는 응원 단장이 되어야 한다. ‘아이가 길을 선택하고 걸어가는 삶의 주체자가 아이 자신이라는 것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저자의 이야기 덕분에 2월의 결심 중 하나가 ‘가르치려는 보스가 아니라 격려를 해주는 응원 단장으로 아들을 대하자’를 휴대폰 메모난에 기록해 두었다. 어제부터 실천하고 있는데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꼬박 21일을 정성 들여 연습해야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행성에 비유한 그의 표현도 좋다. 달과 지구의 거리처럼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서로를 파멸시키지 않을 수 있다. 태양과 적정 거리를 유지했기에 갤럭시 은하계에서 인간과 동물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지구가 된 것이다. 가족과의 적정 거리를 유지하되 배려와 예의 그리고 따뜻한 시선을 주고받을 때 삶이 달콤해질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의 기억에서 사라지면, 그때 죽은 것이다.’ 북 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를 통해 저자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살아 있지만 죽은 사람이 있고, 죽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 있다. 노년의 삶을 살아가시고 계시는 양가 부모님 생각이 났다. 그 출렁다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좋은 추억을 함께 만들어 가는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 때가 되면 해야지 했던 생각을 내려 두고 자식들의 삶에 우주가 되는 그분들의 삶을 위해 지금 바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아이에게 큰 우주가 되어 주고 싶다. 그렇게 삶이 진행이 되고 그렇게 역사가 되고 새로운 삶의 시작을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다.


저자의 책은 밝은 핑크 빛이 아니라 차분하고 멋스러운 회색빛이다. 일독하면서 작은 위로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법을 배웠다. 그의 강연을 더 자주 볼 것 같다. 내 손안에 든 삶이 더욱 값지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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