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사랑하는 것과 아이들과 잘 지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책 표지에 적힌 문구가 손길을 이끈다. 아이를 사랑하지만 아이와 잘 지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 어릴 때야 사랑하며 아이와 잘 지내는 방법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가 10대를 넘어서면 그 만의 세계가 형성이 되는 과정이라 나의 세계와 가끔 충돌하는 것을 느낀다. 두 세계에 대한 존중과 이해가 있어야 두 공간이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며 서로 의지하고 성장하는 아름다운 은하수를 만들 것 같다. 세상이라는 큰 바다를 맘껏 날아다니다가 지치고 외로울 때 그리고 따뜻한 사랑이 그리울 때 언제든 내 품으로 들어와 쉴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부모님이 내게 그런 따뜻한 공간이듯이 아이에게 나도 삶의 휴식처 같은 사람이 되기를 소망한다.
저자는 덴마크 출신이며 유럽 최고의 가족 상담 전문가이다. 전반적인 내용들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는 않지만 소제목들을 연결해서 생각하기에는 꽤 괜찮다. 읽고 나서 요약을 해보니 읽으면서 의식하지 못했던 내용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이가 독립적이고 책임감이 있으며 자존심이 강하게 잘라 수 있는 가정을 원한다면 부모가 스스로 변화되고 성장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의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라는 저자의 말은 나의 태도가 먼저 변해야 아이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가르침이라는 이유로 아이만 문제 삼고 변화를 요구했던 적은 없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부부 각자 배우자의 삶의 질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한다. 사랑하고 사랑받은 결과로써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한 가정의 분위기는 구성원이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다루는 어른들, 즉 부부의 방식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에 한 가정의 분위기에 필요한 것은 사랑뿐만 아니라 의지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에도 공감이 간다.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가 권위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면서도 아이에게 권위를 갖는 교육 즉, 권위의 영향력이 있는 교육이라 저자는 주장한다. 실제로 규율이 존재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잘 자란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자율성과 의견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가정이다. 그 공간을 위해 사랑과 의지를 갖고 노력해야 하는 공간임을 가끔 잊었었다. 부모가 먼저,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이도 당연히 다른 사람들의 규율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라 한다. 상대방이 어리든 어른이든 다른 사람의 규율을 존중하는 사람은 자신도 존중하게 된다고 한다. 부모와 아이 간의 대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부모가 아이의 관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부모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아이를 대하라는 말도 좋은 조언이 된다.
부모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가치관을 아이에게 전달하게 된다. 아직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의 경우 부모의 가치관과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흘러들어 갈 수밖에 없다. 감정이입과 공감능력을 충분히 보여 줬을 때 비로소 배려라는 것을 아이가 배울 수 있다고 한다. 예로,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 때 한 아이가 가지고 있는 놀잇감이 다른 아이에게 부러움이 되는 상황이 생긴다. 그 다른 아이는 그 놀잇감을 가지고 놀고 싶어 눈물로 호소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곁에 있는 어른이 우는 아이에게 동정심을 느껴 놀잇감의 주인인 아이에게 잠깐 양보하라고 이야기하는 과정의 부당함을 이야기한다. 동정심을 느끼는 건 어른인데 희생은 아이에게 요구하는 상황이다. 아이가 어렸을 때 내가 아이에게 요구했었던 상황과 비슷해 반성이 된다. 부모가 나누는 법을 가르치고자 표현양식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 지를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배려하는 마음을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아이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은 결코 부모의 사랑이 결핍되어서가 아니라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가 나 있기 때문이라는 말도 많은 생각을 일으킨다. 사랑한다고 해서 항상 잘 지내는 것은 아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방식과 아이가 부모에게 사랑을 주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느끼게 하려면 제3의 방식을 선택하라고 한다. 그 제3 삼의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다.
부부가 사랑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자신의 욕구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상대에게 수긍할 수 있으면 하되,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뜻을 고집할 능력도 필요하다고 하다.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과 목적을 정할 때도 반드시 상대방의 가치와 경험을 함께 고려하라고 조언한다. 상대방의 인생을 자신의 인생과 마찬가지로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가치관과 욕구 그리고 목적을 자신의 것과 동일하게 여겨 주는 ‘동등하게 존중’은 현명한 방법이다. 현실에서 사랑은 동등한 존중 없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에 김창옥 강사의 말이 떠오른다. ‘배려와 예의 없는 사랑은 폭력일 수 있다.’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치는데 평생이 걸릴 수 있다.’ 가족은 살아 있는 유기체이기 때문에 어느 날은 평화 롭고 어느 날은 예기치 않은 감정의 소용돌이로 혼란스럽기도 하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가정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가사일에 대한 정의를 이야기한다. 가사일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어떤 태도와 마음으로 일을 했는가’이다. 요리하는 사람이 요리를 즐기면 즐길수록 주방은 다른 가족 구성원들을 끌어들이는 자석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한다. 요리하고 식사하는 분위기가 중요한 것은 음식을 다루는 태도가 다른 것을 대하는 태도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도 가끔 식사 시간에 긴장감이 조성되곤 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먹이고자 하는 내 마음과 입이 즐거운 음식만 고집하는 아들의 마음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부모가 먼저 여유를 갖고 눈앞에 놓인 음식과 마주 앉은 소중한 내 아이와 함께 하는 순간을 즐기면 그만이지 더 이상의 교육을 하지 말라는 말에도 반성을 하게 된다.
‘동등한 존엄’의 관계 즉 상대방의 존엄에 대해 서로가 똑같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아이의 삶에 대한 표현, 관점을 존중하고 아이의 요구, 희망등 모든 것이 어른의 그것과 동일한 무게로 다뤄져야 동등한 존엄 관계가 형성되는 것 같다. 부모가 아이를 이끄는 상황이 문제가 아니라 이끄는 방식이 문제라고 한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충분히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대 갈등이 사라진다고 한다. 아이의 반응은 부모와의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을 이룬 후에야 비로소 대화하는 법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다고 한다. 대화의 성공 여부는 다른 사람의 관점에 관심을 갖느냐 또는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 대화를 할 때 상대의 관점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먼저다.
가정에서의 대화는 자신을 위한 대화, 자신에 대한 대화를 꾸준하게 하라고 한다. 서로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야 가족 전체를 위한 좋은 선택이 무엇인지 결정할 수 있고, 가족 구성원은 꾸준히 변해 가기 때문에 수시로 대화를 나누어 서로 상대방의 현재를 알라고 한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다. 내가 변하듯이 내 아이가 성장하면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변해 가고 있는데 어릴 적 모습 그대로 아이를 대했던 것 같다.
부모와 아이의 문제는 교제 능력이 결여된 부모의 책임이 크다고 한다. 소통할 수 있는 교제 능력이 부모인 내가 가지고 있는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가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는 신호를 보낸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부모가 아이의 스파링 상대 혹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도 조언이 된다. 아이가 사춘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침묵만이 오가는 공백기가 형성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부모와 아이 사이에서 일어는 대화의 결핍은 아이가 부모와 자신의 세계관을 비교하고,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과 지식 그리고 지혜를 통해 일궈낸 가치관이 아이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소통의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어른이 아이를 진지한 마음으로 대하는 기술을 익혔을 때, 아이 또한 어른을 진지한 마음으로 대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함부로 아이를 비판하거나 망신을 주거나 비웃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아이가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를 해주라는 말은 큰 숙제다.
부모가 아이에게 사랑, 관심 그리고 견해를 표현하는 방식을 바꿔보라고 한다. 교육적 훈계를 삼가고 부모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하라고 한다. 어떻게 행동하고 무엇이 좋은지를 설명하려 하지 말고 아이가 누구이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설명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도우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공백기에 놓인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 대화법이 더욱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부모가 자신을 바라봐주길 원하는 아이의 욕구’를 알아채야 한다. 아이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한다. 아이를 교육시키는 시간이 아니라 순수하게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관심의 시간을 통해 소통 방법을 배우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 보라는 말도 내게 필요한 조언이다. 부모가 온 마음을 다해 아이를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자녀 교육의 핵심이라 이야기한다. 온마음을 다해 아이와 대화하려는 노력을 해보았던가? 10대 아이에게 도덕적 비난을 삼가하라는 것과 가족 구성원 간 업무 분담이 명확하지 않을 때 10대들은 피곤함과 나태함을 보여 준다는 말도 다시 한번 나의 태도를 점검하는 계기가 된다.
아이가 아니라 나의 태도를 점검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 준 책이다. 시간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질을 올리기 위한 소통법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사춘기 공백기가 생기지 않도록 동등한 존엄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의식적 노력이 선행 되어야 함을 느끼게 해 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