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자신만의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대하는 태도와 방법이 나올 것 같다. 젊은 고물상 사장 이석수 씨의 책을 보면서 땀의 가치와 성실 그리고 신용이라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성실’이라는 단어는 왠지 유행이 지난 표현처럼 느껴지지만 결국 모든 일의 기본이 되는 정신중 하나일 것이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 남들에게 내세우기 힘든 일을 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업적을 이루어낸 작은 영웅 같다. ‘인간 극장’의 주인공으로 동시간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였던 그의 출현은 아마 사람들에게 열심히 자신답게 살아가는 젊은 패기를 선물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야 놀자’에도 출현해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가격과 가치를 평가해 주었던 경험도 그에게는 값진 경험이 되었으리라.
‘비를 피하는 법이 아니라 빗속에서도 춤출 주 알아야 한다.’는 말이 가장 인상 깊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 기쁜 일, 어려운 일 그리고 속상한 일들을 마주치는 여정이다. 좋은 일은 웃음 가득하게 감사하게 받아들이면 되고 나쁜 일들이 다가오면 그 속에도 자신의 박자에 맞춰 춤을 추듯 대해보는 인디언의 지혜를 배워보는 것이다. 오는 비를 탓한다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단지, 그 속에서 춤을 출 수 있는 담대함을 배워 보는 것이다.
그의 성장이야기는 맑은 날 보다 잔뜩 흐린 날 심지어 장대 같은 비가 쏟아지는 과정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에게 ‘가난이란 조금 불편할 뿐이다’라는 말조차 사치처럼 들렸을 것 같다. 대문도 없는 허름한 집에 고등학교 진학까지 사치로 느껴질 만큼 어렵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부모라는 커다란 버팀목 위에 너무도 편안하게 성장한 내 삶을 뒤돌아 보며 다시 한번 내가 가질 수 있었던 복의 크기에 감사함이 올라온다. 9남매 중 8번째 아들이고 홀어머니와 남동생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자신의 정신적 지주 같은 그의 아내의 사랑이 그를 거인으로 만든 것 같다.
절실함을 내면화시킨 과정을 보여 준다. 그는 의지가 미래를 만든다는 것을 믿었고 삶 속에서 그 고단한 실천 과정을 보여 준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려 했지만 그의 누나의 조언, ‘어떤 경우이든 배움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설득의 말에 돈이 없어도 갈 수 있는 농고를 선택하게 된다. 지역이 달라 학교에 가자마자 이유 없이 아이들에게 얻어맞는 일상을 견디지 못해 그는 결국 학교를 나온다. 교무회의 중이던 선생님께 한 통의 편지를 남기고 버스에 오른 저자를 보고 슬리퍼를 신고 달려 나온 선생님의 이야기는 따스하다. 공장에서 먹고 자고 저녁은 오토바이를 타고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삶을 향한 분노를 쏟아 내던 그에게 선생님은 그의 사장에게 전화를 해 저자가 학교로 돌아올 수 있게 해 준 일화도 잔잔한 미소를 일으킨다.
나이트클럽 웨이터를 하던 당시 그의 부인을 만났고, 그녀로 인해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 간다. 대학까지 나왔고 부잣집 딸이었던 그의 부인은 하늘이 그에게 내려준 소중한 인연이다. 인생의 문이 모두 닫혀 있다고 생각할 때 그녀의 등장은 또 다른 문에 대한 희망을 꿈꿀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그녀로 인해 컴퓨터 강사가 되기 위해 자격증 공부를 했고, 컴퓨터 강사까지 했던 이야기는 여자가 남자에게 미칠 수 있는 사랑의 영향력을 보여 준다. 마치 평강공주가 바보 온달을 장군으로 만든 이야기 같다.
그녀와의 결혼을 위해 장인어른이 내건 조건도 독특하다. ‘직장일을 해봐야 너처럼 가진 것 없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다. 네 사업을 해라. 그리고 내 밑에서 사업을 배워라.’라고 제한한 것이다. 당시 철물점을 하고 있던 그의 장인은 나름 큰 성과를 이루어 냈고, 부를 일구어낸 방식을 알았던 분 같다. 결국, 결혼하고 자신만의 사업을 위해 돈이 들지 않는 고물을 다루는 일을 할게 된다.
‘자신의 직업을 하늘이 내린 천직으로 여기는 절실한 마음 가짐을 가져야 한다. 이건 의지의 문제인데 그렇지 않으면, 절대 최선을 다하려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통해 그가 자신의 업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고 행해 왔는지를 보여 준다.
하루 매출 2만 원에서 시작해 연 매출 30억으로 키운 그의 뚝심과 우직함이 ‘땀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책을 읽고 나서 유튜브를 통해 인간극장에 출현한 영상을 봤다. 큰 파이만을 욕심내는 사람들은 현실 속에서 자신의 작은 파이의 가치를 잊기 쉽다. 그의 솔직한 화법과 일에 대한 열정이 묻어난다. 13명의 직원과 함께 이제는 제법 큰 고물상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뛰는 그의 끈기가 대단하다. 자신이 어렵게 일하던 시절이 있어서 직원들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또는 출퇴근 시 이용하라고 용달차까지 개개인에게 허락한 그의 큰 배짱도 배울 점이다.
‘신뢰’라는 최고의 벗을 만들어 낸 그의 일의 발자취도 배울 점이다. 고물상을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형제들이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을 사야 했다. 자금이 부족해 거래처 사장들로 부터 신용으로 돈을 빌릴 수 있었던 일화는 그가 가진 가장 값진 보물이 바로 ‘신뢰’라는 것을 보여 준다.
한 사람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인연들을 생각해 본다. 배움을 권한 누이와 그 배움을 끝까지 이루도록 도운 선생님 그리고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 준 부인과 장인어른이 저자 인생의 큰 버팀목이 된 사람들이다. 결국, 인간은 인간들 사이에서 배우고 사랑함으로써 존재의 가치를 느끼고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따듯한 미소와 격려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삶의 큰 버팀목을 만들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격려하는 삶, 인정해 주는 삶 그리고 위로를 주는 삶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