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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제3의 성공]- 아리아나 허핑턴

by 조윤효

‘허핑턴 포스트’ 미디어 그룹의 회장 겸 편집인인 저자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공한 여성이다. 글 사이사이에 소개된 그녀의 두 딸 이야기와 여동생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에 대한 개인적 이야기들이 그녀와 독자의 거리를 좁혀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그리스 신화에서 미노타우르스를 물리치기 위해 미로로 들어가는 테세우스를 아리아드네는 긴 실을 주며 그를 돕는다. 그 실을 건네는 아리아드네와 이름이 같은 저자는 독자들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책이라는 실을 건네준다. 이름대로 산다는 옛 말이 떠오른다.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삶은 다리가 두 개인 의자라고 한다. 그녀는 4개의 안정적인 다리로 웰빙, 지혜, 경의 그리고 베풂을 소개한다. 두 개의 다리로 앉으려 하지 말고, 4개의 균형 잡힌 다리를 갖춘 의자에 앉는 제3의 성공 정의를 말한다. 세상의 정상을 탐하지 말고 세상의 변화를 꿈꾸라는 대학 축사를 통해 그녀 만의 인생 가치관이 느껴진다. 시인 루미가 이야기 한 ‘모든 것이 우리를 위해 준비된 것이라 생각하며 삶을 살아가는 편이 더 낫다.’라는 말과 함께 ‘지혜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비롯한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 있다’고 조용히 이야기해 준다.


늘 시간에 쫓기는 ‘시간 기근’에 시달리기 쉬운 삶에서 ‘시간의 풍요’를 느끼는 사람이 삶의 경이를 만날 확률이 높다고 한다. 시간 기근은 삶의 경이를 경험할 기회를 빼앗아 간다는 말에 시간이라는 자원을 풍요롭게 느끼는 방법을 더 생각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갖게 한다.


‘웰빙’이라는 단어를 보며 ‘잘 존재하는 방법’이라는 정의가 떠 오른다. 잘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가 명상, 마음 챙김, 수면 그리고 운동을 이야기한다. 명상을 화두로 삼고 실천하는 세계적 기업과 사람들에 대한 소개는 명상 인구를 더 늘릴 것 같다. 수년 동안 명상을 해 오고 있지만, 아직 초보적인 수준인 내게 명상의 정의를 새롭게 보는 계기를 주었다. 명상이란 생각을 멈추고 자신의 호흡에 집중한다고 흔히 생각한다. 생각이 많을 때 명상 시 잡념이 더 생긴다. 하지만 떠오르는 생각을 멈추고 호흡에 다시 집중함으로써 자신이 생각과 감정을 주도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 진정한 명상이다. 즉, 생각의 주도성을 갖게 해주는 연습이 명상인 것 같다.


잘 존재하기 위한 방법 중 수면은 가장 과소 평가된 건강습관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여전히 잠을 많이 자면 시간이 아깝고 낭비한 느낌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 난다. 최소량보다 더 많은 수면을 잘 때 뇌의 회백질량이 증가하고 몸의 효율성이 커진다고 한다. 항상 내 몸에 맞는 최소량을 찾아 계산하고 그 시간만 잘려는 욕심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실제, 농구 팀원들에게 5주에서 7주까지 하루 10시간 잠과 잠깐의 낮잠을 자게 했더니 11명 모두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다는 연구 결과는 수면에 대한 효율성을 바꿔준다. 이집트 루소 신전에는 제사장들이 기도 후 신의 계시를 기대하면서 잠을 자는 수면실이 있다고 한다. 저자 또한 수면을 통해 내면의 문을 두드리고 심원한 통찰과 자각을 얻는 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잠든 동안 꾸웠던 꿈을 기록한 노트가 권수가 더해 갈수록 그녀만의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의 연결 다리가 더 튼튼해질 것 같다.


‘걸으면 해결된다.’ 자연스럽게 일주일에 3번 40분씩 걸으면 노화 예방 및 뇌 연결성과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시골 부모님이 작년부터 시작하신 시니어 골프가 참으로 중요한 활동임을 알 것 같다. 걸어야 산다고 한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님의 일과가 하루 종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신다는 이야기를 통해 마지막 자신의 정신을 놓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활동이 걷기임을 알 것 같다. 명상하고 더 많이 자고 더 많이 걸어야 더 잘 존재할 수 있다.


삶을 지혜롭게 산다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고, 관계와 사랑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건들은 우리 모두를 성장해 주기에 적합한 재료이고 삶은 그런 재료를 버무리는 예술이라 이야기한다. 이 예술이라는 삶은 인간과 신 모두에게 적절한 훈련의 기회가 된다는 말이 인상 깊다. 자신의 삶의 기차에 원하지 않은 불청객이 등장하면 조용하게 내리게 하고, 용서하고 깨끗이 잊어버리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내 삶의 승객들을 내가 결정할 수 있다는 주도감이 좋다.


‘인간의 모든 불행은 자기 방에 혼자 조용히 머무는 방법을 모르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프랑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블레즈 파스칼의 인용글도 좋다. 책을 읽는 기쁨 중 하나가 삶의 진실을 간단명료하게 소개한 문구들을 만나는 일이다.


저자의 ‘열손가락 감사 연습’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스트레스가 다가오거나 왠지 모를 화가 오를 때 내 몸 끝에 달려 있는 열손가락을 보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복을 생각해 본다면 화를 잠재울 시간과 불만을 사라지게 할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는 것 같다.


시간이 넉넉하다는 의식은 웰빙의 수준이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지혜도 한층 깊어지도록 돕는다고 저자는 조용하게 조언한다.

삶의 경이를 만나는 연습을 얼마나 했던가. 경이를 느끼지 못하면 죽은 사람과 마찬가지라는 말도 인상적이다. 자연과 예술은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비옥한 토양이고 내면세계를 여행할 지도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음악, 시각예술, 이야기가 내면세계의 지도 역할을 한다. 또한 휴가의 중요한 목적이 삶을 경이를 만나기 위한 것이라는 그녀의 말에 다시 한번 휴식의 정의를 생각해 보게 한다. 그녀의 딸이 학교 과제로 미술관에서 한 그림을 2시간 동안 보고 감상문을 쓰기였다는 것 도 기억에 남는다. 아들에게 써보고 싶은 방법이다.


성공의 의미를 진정으로 재정의 하려면 죽음과의 관계부터 재정립하라고 한다. ‘어떤 생각과 감정으로 삶을 살았느냐에 따라서 죽음의 질이 결정된다.’ 참으로 탁월한 말이다. 좋은 삶을 살아야 좋은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는 말에 공감이 많이 간다. 인생의 겨울을 살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며 나의 죽음을 어떻게 준비할 지를 생각했었는데 잘 죽기 위해서는 잘 살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자원봉사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할 때 우리는 존재의 경계를 진정으로 넓힐 수 있다는 말도 실천을 종용한다. 주로 자기만족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당뇨병, 암 등과 관련된 염증을 촉진하는 생물학적 지표의 수치가 올라가지만 봉사를 행복의 한 요인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그 생물학적 지표가 낮다고 한다. ‘우리가 받는 것을 통해 물질적으로 성장한다면, 주는 것을 통해 정신적으로 성장한다.’라는 그녀의 표현이 가장 기억하고 싶은 문구가 되었다.


나만의 성공 정의를 그녀의 도움으로 보다 명확하게 내리게 된다. 현재의 삶과 생의 마지막인 죽음의 연결을 어떻게 해내야 할지는 시간을 두고 명상과 걷기 그리고 사색과 베풂을 통해 하나씩 풀어가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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