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스웨덴 라이프]- 고지연

by 조윤효

세상의 모든 곳을 구석구석 돌아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여행자의 눈이 아닌 살아가는 자의 눈으로. 그래서 여행지를 다녀온 책보다는 그곳에서 살아본 이들의 책에 손이 간다. 그들의 눈으로 그들의 마음으로 간접적으로 살아보는 것이다. 북유럽 사회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고풍스러운 그릇들, 복지가 잘된 나라의 안정적 시스템 그리고 요란하지 않은 행복의 소리가 조용하게 배경 음악처럼 흘러나오는 풍경이다.


저자는 대학 8개월 동안 스웨덴에서 공부하면서 느끼고 생활한 이야기를 전한다. 스웨덴의 매력이 조용하게 스며들어 다시 대학원 학생으로 그곳에서 공부하게 되었다고 한다. 조금은 내성적이고, 화려한 삶보다는 소박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편안한 마음을 주는 곳이 스웨덴 같다. 억지로 튀지 않아도 되고, 나를 알리기 위해 화려한 언변이나 외모가 필요하지 않은 곳에서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가 더 잘 들릴 것이다.


여행자의 눈에서 생활자의 눈으로 스웨덴의 겨울, 봄,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준다. 노르웨이, 덴마크와 함께 북유럽의 세 나라는 학교 다닐 적 3 총사라 불리는 단짝 친구 같은 느낌이 든다.

스웨덴은 유럽 연합국이지만 유로 대신 크로나를 쓴다고 한다. 유로를 쓸 경우 수출이 쉬워지고, 해외 투자가 더 많이 이루어진다는 잠재적 경제 해택보다는 복지와 자국 통화에 대한 주권을 지키는 선택을 한 것이다.

노르 세핑의 작은 도시는 딱 소박하게 공부에 집중하기 좋은 생활 조건 같다. 기숙사, 시립도서관, 쇼핑 센터, 기차역이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기숙사가 대학이 아닌 사립 업체에 의해 운영이 되고, 여름방학인 6월과 7월은 공짜라는 말에 복지 선진국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을 만나는 일이 소중한 곳. 여름은 10시간 이상 태양을 맘껏 만나지만 겨울은 하루 30분 정도로도 만족을 해야 하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당연 겨울은 해가 나오면 모든 일을 뒤로 미루고 태양을 조우해야 한다는 삶의 지혜를 갖게 했을 것 같다.


긴 겨울, 조용하고 단조로운 사회에서 바이킹의 후예들은 알코올이 주는 행복감을 적극 맞이했을 것이다. 1922년 금주 문화에 대한 포스터가 잘 보여 준다. 금주법에 실패를 했지만 대신 국민들의 술 생활권을 자연스럽게 규제하는 방식이 느껴진다. 술에 각종 세금이 높게 붙고, 술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파는 것을 불법으로 만들었다. 술에 취하면 심지어 팝에서 쫓겨나거나 저자처럼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강제 입원 조치가 이루어지는 나라다. 학생 파티에서 위스키를 먹다 친구의 무릎에 잠든 저자를 발견한 경찰이 그녀를 응급실로 보낸 것이다. 다음날 병원에서 50만 원의 진료비와 함께 걸어 나온 그녀가 얼마나 당혹스러웠을지 알 것 같다. 다행히 사립 보험이 가입되어 있어 진료비를 다시 받았지만 학생 신분으로 눈덩이 만한 진료비에 하늘이 노랗게 보였을 것 같다.


비싼 술 값 때문에 저자의 친구들이 차를 타고 독일 가서 술을 맘껏 사 온다는 일화도 독특하다. 술 값이 50~70%가 싸니 하루 만에 자동차를 타고 가서 양껏 술을 사 오는 것이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의 행복한 일탈이었을 것이다. 모닥불을 피워 두고 불꽃놀이를 하며 술을 마시는 ‘발보리 행사’나 고등학교 졸업식날 술이 담긴 트럭 위에서 선원 모자를 쓴 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몸에 뿌리며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을 사람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미소 지어주는 사회가 스웨덴이라는 걸 보여 준다.


스웨덴의 시간 개념은 그 느긋한 국민성도 보여 준다. 수업 시작이 10시라면 정식 수업 시작은 15분부터 진행된다고 한다. 그 옛날 시계가 없던 시절 성당의 종소리를 듣고 시간을 예측하여 움직이던 사람들을 배려한 문화가 여전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2012년 2013년 글로벌 교육 기업 ET에서 비영어권 국가를 상대로 한 영어능력 시험에서 스웨덴이 1위를 했다고 한다. 물론, 영어와 같은 게르만족 언어이기 때문에 쉽게 배우기도 하겠지만, TV나 영화를 통해 영어 매체를 상시 접하는 환경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웨덴 사람들은 영어가 유창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5주간의 유급 휴가를 주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스웨덴 사람들은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 쉽게 해주는 것도 세계 공용언어인 영어의 유창성도 한 몫 한 것같다. 한국에 콩글뤼쉬가 있다면 스웨덴엔 스웽글리쉬가 있다. 각 나라마다 영어에 자신의 모국어가 살짝 가미 되어 같은 음식이라도 지방에 따라 다른 음식맛이 나듯 스웽글리쉬의 그 독특한 맛을 보는 것도 제법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는 일이 마치 명절 행사처럼 자연스럽지만 동남아에 발생한 쓰나미로 스웨덴 자국민 500명 이상이 사망한 슬픈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음식문화가 많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도 알 것 같다. 추운 곳에서 자라지 않는 채소들이 귀하니 당연 단순해졌을 것이다. 미트볼로 만드는 요리나 캔에 담긴 청어를 미드 서머를 자축하기 위해 먹는다고 한다. 대신, 스웨덴 이곳저곳에 자리 잡은 태국음식점은 인기가 많고 맛도 우수하다고 한다.


‘옴부즈맨 제도’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1809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법이다. 인종과 성별의 차별이 느껴질 때 비용 없이 고발이 가능하고, 조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려는 문화가 스웨덴의 또 다른 문화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낸 것 같다. 동성애에 대한 관용 그리고 유색 미족이나 흑인들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관용적인 분이기를 저자는 보여준다.


스웨덴의 잘된 복지 제도는 일하지 않고 한 달에 한번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당 관청에 가서 서류 작성만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생활비로만 살며 하루를 술로 채우는 사람들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안전한 사회적 그물망이다. 진료비 연간 상한서 제도도 있는데, 이는 년간 진료비가 20만 원이 넘으면 그 추가적인 비용은 나라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그리고 치과 진료는 무료라고 하니 가난한 사람들이 병으로 인해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480일간의 유급 육아휴직 기간도 대단하다. 그중 남편이 60일은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제도를 통해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부담스럽지 않은 문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학생들이 정보의 자유로운 이용을 주장하는 해적당이 2006년에 글자와 해적선 그림을 상징으로 ‘파일러트 베이 The Pirate Bay’가 생겼다고 한다. 신흥 종교 이름으로 나를 복사하라는 ‘코피미즘 Kopimosim’을 창시하고, 이를 상징하는 단축키 ‘Ctrl+C’ 나 ‘Ctrl+V’ 이야기는 잔잔한 웃음을 자아낸다.


스웨덴과 덴마크의 국민 관계의 정서가 궁금했었다. 이웃해 있지만 수천 년 경쟁관계인 그들의 관계는 우리와 일본과는 다른 분위기다. 스웨덴 사람들은 덴마크 사람들을 무식하고 게으르다고 하지만 느긋하고 솔직하며,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부러워한다고 한다. 또한 덴마크 사람들이 다른 나라와 스포츠에서 경합하는 경우 자연스럽게 덴마크 사람들을 응원해 준다는 말을 통해 그들의 경쟁이 선의의 경쟁이고, 좋은 이웃 관계임을 알 것 같다.


술 못지않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커피를 소비하는 국가 중의 하나가 스웨덴이라고 한다. 2007년 1인 국민 커피 소비량이 우리나라가 1.8K, 스웨덴이 8.2K라는 것만 봐도 왜 그들이 관계의 만남을 ‘피카(커피) 할까?’라는 말이 인사처럼 되었는지 알 것 같다.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고 튀는 것보다는 적당하게 일하고, 적당하게 여가를 즐기며, 적당하게 행복을 함께 맛보자는 ‘라곰’ 정신에 대한 이야기도 스웨덴을 잘 규정하는 단어 같다.


동양에 유교적 정신이 흐른 다면, 북유럽 사회에 내려오는 관습법 ‘얀테의 법’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 덴마크에서 태어난 노르웨이 작가 ‘산데 모제’가 쓴 소설 속 마을이 얀테라고 한다. 당신이 특별하다고 말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마라. 당신이 남들보다 똑 또 하고 더 낫고, 더 많이 알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 당신이 더 중요하고 더 잘하고 있다고 말하지 말라.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 누구도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어떤 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겸손을 지향하는 문화를 만들어 낸 것 같다.


스웨덴의 ‘얀테의 법’과 그들의 조용한 듯 강한듯한 삶의 향기가 갓 짜낸 맛 좋은 커피 같다. 삶은 결국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행복할 때 함께 마음 편히 웃는 것이다. 그 진리를 알고 사회 곳곳에 뿌려진 그들의 문화가 아름답다. 내면 깊은 곳의 자아를 만나기 위해 겨울 스웨덴을 선택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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