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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pr 21. 2021

하루 한 권 독서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류시화 시인의 시집을 대학시절 좋아했었다. 그의 절제된 듯한 감정 표현법과 삶을 바라보는 진지함이 그 시절 정신적 갈증을 느끼던 나의 번뇌와 코드가 잘 맞았나 보다.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기에는 아깝다는 어느 중년 작가의 말처럼 그땐 주체할 수 없을 만큼의 욕심으로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방황하던 시절이었다. 마치 불빛을 향해 달려드는 나방처럼 꿈이라는 막연한 이름으로 욕심과 존재의 가벼움으로 마음은 사막처럼 말랐었던 것 같다. 


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타고르의 '기탄잘리'의 깊이 있는 해석과 안목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단지 힌두어나 영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차원이 아니라 인도의 문화를 제대로 알고 삶에서 그들의 일상을 함께 겪었기에 원문의 느낌을 가장 잘 살린 번역이 된 것이다. 


빛을 가린다고  그 빛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영혼에서 나오는 삶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이야 말로 글을 쓰는 사람이 갖추어야 덕목인 듯싶다. 


그의 인도 이야기는 단지 여행자의 눈으로 '인도 보여주기'가 아니다.  삶의 무대 위의 생활방식을 지배하고 있는 신의 존재감을 바라보는 인도인의 일상을 보여 주는 느낌이다. 


읽다가 이것이 혹시 픽션은 아닌가 하고? 책 앞뒤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이렇게도 여행할 수 있는 담대함 그리고 생활 속 인도인의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언행을 일화처럼 보여 준다.   '눈은 입으로 말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말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인들은 사람을 끝없이 쳐다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당신처럼 학식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더 많이 줄 수 록 더 많이 돌려받는다는 사실을 왜 모른단 말인가?'라고  많지 않은 적선에 훈계하는 거지의 배짱. 도와줘서 고맙다가 아니라 '현생에서 좋은 업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 사람이다'라는 자신감. 


가난하게 살아 가지만 불평보다는 그 생을 통해 깨달음을 배워가려는 유연함이 곳곳에  묻어 난다. 혹자는 얘기한다. 인도인의 이런 태도가 발전을 막는다고. 현생은 살기 어려울 지라도 최선을 다해 잘 살아간다면 보다 나은 삶으로 환생할 것이라는 막연한 긍정이 가장 낮은 천민의 신분으로도 만족하면서 살아가게 하는 것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시인이 영적 스승으로부터 배움을 얻고자 갖은 고생도 마다하지 않고 그와 함께 버텨낸 시간이다.  결국, 저자는 스승의 귀한 물동이를 깨트리고 도망치듯 빠져나오는데 버스 정류장까지 쫒아온 요기(요가 수행자) 싯다 바바는 창문 너머로 시인에게 깨달음의 만트라를 선물한다.   


첫째 만트라는 너 자신에게 정직하라. 세상 모든 사람과 타협할지라도 너 자신과 타협하지 말라. 그러면 누구도 그대를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둘째 만트라는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찾아오면, 그것들 또한 머지않아 사라질 것임을 명심하라.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음을 기억하라.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해도 넌 마음의 평화를 잃지 않을 것이다. 

셋째 만트라는 누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러 오거든 신이 도와줄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마치 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네가 나서서 도우라. 


세상 곳곳을 모두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관심의 초점을 맞추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의 소소한 것들을 더 많이 의식하며 살아갈 수 있으리라. 배울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은 인생에 지금에 만족하며 현재를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자세는 배우고 싶은 또 하나의 삶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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