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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Apr 05. 2024

하루 한 권 독서

[작가의 인생공부]- 이은대

삶과 글이 통하는 그 일치를 추구하는 작가의 책이다. ‘잘 쓰기 위해 잘 살기로 했다’라는 표현이 책을 읽어 갈수록 묻어난다. 인생을 하루라는 시간으로 봤을 때 오후 5시 정도를 살고 있다는 저자는 오후 6시나 7기에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굴곡 없는 삶을 지향한다. 책 속에서 저자가 들려주는 삶에 대해 들으면서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지 알 것 같다. ‘꽃길만 걷기를 바란다는 말, 함부로 하면 안 됩니다. 그보다 더 최악의 삶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바꾸지 못할 겁니다. 아무것도 깨닫지 못할 겁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글귀다. 


 삶의 굴곡을 피해 꽃길만 가겠다는 마음은 인생의 여정에서 변화와 깨달음을 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살면서 꽃길도 걷기도 하고, 돌부리에 넘어져 보고 그리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가지는 삶이 진정한 삶일 것 같다. 그 삶의 길을 쓰는 일과 연결 시킬 때 해석력이 커지고, 그리고 역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글이 좋아지면 인생도 좋아지는 것이다. 


 저자의 고백 같은 삶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시밭 같은 길에서 자신의 역량을 만 껏 키워낸 그 지혜와 용기를 배운다. 1년 6개월 경제 사범으로 감옥에서 보낸 시간은 그 어떤 사람과도 다른 자신만의 색채를 만든 시간이었으리라. 세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쓰고 읽는 삶을 살아낸 그는 책을 출판하고, 또한 삶을 쓰고자 하는 500명을 작가로 만들어 냈다. 

신이 내린 시련은 그 사람을 키워내기 위한 애정에서부터라고 하지만 막상 자기에게 닥친 그 삶의 무게를 기쁘게 견뎌 내기는 힘들다. 견뎌낸 삶을 써내려 가면서 경험의 가치를 만들어 낸 저자의 글은 짧고 이해하기 쉽다. 그리고 그가 조언하는 글쓰기는 많은 도움이 된다. 


 책은 ‘나를 위한 글쓰기, 세상과 타인을 위한 글쓰기, 인생을 위한 글쓰기, 철학을 위한 글쓰기, 성찰을 위한 글쓰기’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정돈된 서재를 연상시킨다. 진심이 묻어있고, 물흐르 듯이 읽어 낼 수 있는 저자의 책이 참 좋다. 그리고 그가 살아낸 삶에서 ‘존재, 가치와 본질, 어떠한 경우에도 온 힘을 다해 지켜야 하는 나’에 대한 발견을 돕는 문구들은 독자들에게 용기를 준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다치는 삶이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어떤 배움을 얻는가가 중요하다. 넘어져본 사람만이 타인의 고통을 공감해 줄 수 있고, 쓰러져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일으키는 몸짓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저자의 서문 중, 20대의 나에게는 겸손을, 30대의 나에게는 멈춤을, 40대의 나에게는 괜찮다는 자기 조언은 나의 삶도 돌아보게 한다. 과거의 나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생각하게 한다. 20대의 나에게는 인내심을, 30대의 나에게는 지혜를, 40대의 나에게는 베푸는 삶을 이야기할 것 같다. 지나온 길을 통해 가야 할 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또한 글쓰기 일 것이다. 


 나를 위한 글쓰기에서 품사를 활용한 전달력은 창의적이다. 문장에서 주어를 생략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그 주어가 온 힘을 다해 지켜내야 하는 ‘나’라는 표현으로 비유한 부분이 인상 깊다. 동사는 단호하게 행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목적어는 꿈과 목표가 있는 삶을 이야기한다. 실수와 실패는 삶의 보어 같은 역할을 하는데, 주어와 동사 그리고 목적어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감탄할 일을 많이 쓰다 보면 그럴 일이 많아지는 감탄사 활용과, 함께 하는 사람을 강조하거나 수식해 주는 부사 같은 삶도 이야기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려 주는 형용사는 제대로 된 읽기와 쓰기가 이루어지도록 돕는다고 한다. 형용사를 잘 활용하다 보면 작가가 보고 듣는 것을 독자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한다. 저자의 책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줄 때 독자는 마음을 열고 작가의 어깨에 기댄다'는 표현이 따뜻하다. 


 타인과 세상을 위한 글쓰기에서는 주제, 소재, 구성, 문법, 문단, 어휘, 제목, 목차, 문체를 인용해서 어떻게 글을 써야 하는지를 잘 알려 준다. 글을 쓰는 목적을 잘 전달하기 위해 주제가 선명해야 한다. 관심과 연결을 돕는 소재 선택이 필요하고, 글 전체틀을 마련하고 중요한 내용은 빠트리지 않게 도우며, 중복을 피하게 해주는 구성을 이야기한다. 약속을 지키고 예외를 두지 않는 인생 문법을 지키는 사람이 자신의 품격을 지키고 타인을 배려하는 존재가 되는 글을 쓸 수 있다. 하나의 문단에 하나의 중심생각을 넣어야 하고, 자신의 우주를 확장하기 위해 어휘의 활용성을 이야기한다. 문장 하나하나에 깃든 진심과 적확한 단어 사용에 집중할수록 어휘를 빨리 익힐 수 있다는 조언도 새겨둘 만하다.‘그 이름을 정확히 부르면 그 삶이 나에게 온다’라는 표현으로 제목의 역할을 보여주고, 목표와 계획의 중요성을 주는 목차와 작가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문체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인생을 위한 글쓰기를 하는 방법으로 ‘마침표, 쉼표, 말줄임표, 느낌표, 물음표, 큰 따옴표, 작은따옴표, 괄호, 띄어쓰기, 마감’이라는 비유로 독자들을 잘 이끌어 준다. 반드시 끝내는 힘과 잠시 멈춤의 필요성, 침묵과 여백의 가치, 경이로운 세상을 표현하는 힘, 좋은 질문이 좋은 답을 만든다는 지혜, 대화의 품격을 느끼게 해주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친절과 배려를 담고 있는 괄호와 책임지는 인생을 위한 마감법칙, 집중과 몰입을 위한 하나의 법칙을 통해 ‘성공 체험은 겸손하게, 실패 경험은 솔직하게’ 쓰라는 저자는 단연 글쓰기가 강한 사람이다. 


 철학을 위한 글쓰기로 ‘짧게 쓰기. 중복을 피하기,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집중과 몰입으로 쓰고 싶은 글을 읽고 싶은 글로 만들기, 방법보다는 목적을 생각하는 질문하기, 조급함을 내려두고 마지막 한 줄까지 정성을 다해 쓰기, 그리고 누구를 위한 글인지 명확하게 알기’에 대해 조언한다. 

어떤 직업을 갖느냐 하는 것보다는 어떤 존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이 분명해지고, 철학과 가치관을 정할 수 있습니다.’ 


‘핵심 메시지가 그의 중심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듯이, 인생 목표와 존재 가치는 삶의 중심을 잡아 줍니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소중한 조언들을 기억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성찰을 위한 글 끄기로 ‘줄이고, 없애고, 바꿔라, 꼼꼼하고 냉정하게 정독하기,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그러나 매일 쓰기, 반복과 연습을 통해 시간의 권위를 이용하기, 욕심을 버리는 마음 그리고 겸허한 마음으로 초심을 잃지 않기’를 이야기한다. 

몸과 마음이 가벼우면 에너지가 누적되고, 그 에너지로 인생 본질과 목적에 몰입하면 큰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시간으로 단련된 사람에게서는 품격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도 느긋하게 써야 하고, 책도 여유롭게 읽으며, 인생도 천천히 살아야 함을 조용하게 조언한다. 

 ‘경험과 확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가 인생의 핵심 메시지라면,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배움과 성장일테지요’ 작가의 말이 긴 울림을 주는 책이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느끼고 실천하도록 돕는 저자의 책은 단연 올해의 최고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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