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임소미
‘반복되는 것은 역사가 아니라 인간 본성이다.’ 저자의 주장 데로, 인간본성을 알기 위한 공부가 역사임을 알 것 같다. 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싸우는지, 왜 아직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들이 전쟁을 벌이고 있는지 그 궁금증들이 해결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국제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야 하는지 조언을 해주는 듯하다. 낙관론으로만 지금 상황을 보기 보다는 제대로 알고, 대체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게 현명할 것 같다.
‘인간 본성에 대한 관점으로 과거의 사건을 본다면 현재의 우리에게 아주 유용하게 쓰일 귀중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한 권의 책으로 세계 역사를 다 알 수 없지만, 세계사 공부를 위한 마중물로 훌륭한 책이다. 인류 문명의 탄생인 고대사, 역사를 바꾼 결정적인 순간의 전쟁사, 대제국의 흥망의 역사를 통한 최강국 통사 그리고 세상이 숨긴 비극의 역사인 잔혹사를 읽으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확장된다.
인간의 피와 신장을 신에게 바친 인신공양의 아스테카 문명은 멕시코 중앙 고원 일대에서 시작했다. 전쟁을 신에게 보내는 제물 준비로 생각하고, 주변 종족 사냥을 나섰던 그들 문화는 섬찟하다. 연간 2만 명이 신의 노여움을 풀어 국가 유지를 위한 희생량이 되었다. 아스텍족의 수호신이 내린 계시, ‘날아가는 독수리가 뱀을 물고 선인장위에 앉는 곳에 정착하거라’라는 흔적을 멕시코 국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일류 문명은 하루와 닮아 있다. 찬란하게 태어나 하루아침에 저녁으로 떨어진다. ‘금발에 하얀 턱수염을 기른 사람들’이 올 것이라는 신의 계시로, 수백 명 밖에 안 되는 백인 침략자들에게 문을 열어준 아스텍 원주민은 대량 학살을 당한다. 유럽에서 넘어온 전영병인 ‘천연두’와 주변 원주민 연합군이 백인인 코르테스 일행을 도운 부분도 큰 힘을 발휘했을 것이다. 왕인 몬테 수마 2세를 인질로 잡고, 수많은 금과 자원을 뺏고, 결국 학살한다.
이집트 문명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장 높은 피라미드의 높이가 146.5 미터라고 하니 인간이 신의 이름으로 해낼 수 있는 잠재능력의 한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클레오 파트라의 죽음과 함께 끊긴 파라오의 명망은 이집트의 찬란했던 문명의 끝을 보여 준다. 알렌산드로스 대왕이 이집트를 정복할 때, 자신을 해방자로 칭하고, 이들의 신과 전통을 존중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알렉산드로스 시절 이름을 지어준 도시 ‘알렉산드리아’라는 도시이름이 남아있는 것 같다. 이슬람 지배자들이 이집트를 정복하고, 그들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단지, 이슬람 개종 시 세금을 대폭 줄여 주는 정책을 썼는데, 이는 이집트가 자발적으로 이슬람교로 개종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이집트는 90%가 이슬람교이고 10%만이 기독교 라고 한다. 바람과 햇살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시합에서 결국, 해가 이기는 동화의 예를 보여주는 것 같다.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는 아프리카와 유럽의 교역의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중동 전쟁의 불씨가 된 곳이기도 하다. 영국 지배령에서 벗어난 이집트인들과 주변 아랍계 국가는 이스라엘과 지속적인 갈등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국가에 수에즈 운하 금지는 1차 중동 전쟁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 이후로도 2차, 3차, 4차 중동전쟁이 발생하게 된다.
중국의 찬란한 황하 문명 또한 쇠도의 운명을 피하기 어려웠다. 역사는 꽃과 닮아 있다. 활짝 만개해 그 아름다움을 꽃피우지만, 시들어 사라지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청나라와 영국 아편전쟁으로 2000년간 존재했던 중국의 황제 제도가 사라진다. 중국 내부의 싸움에서 진 장제스 국민당은 타이완으로 가고, 본토에서는 마오쩌둥의 공산당이 ‘인민공화국’을 세우게 된다.
역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가 세르비아에서 암살되어 도화선이 된 세계 1차 대전은 그 잔혹석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쟁을 나가는 젊은이들이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크리스마스 쯤 돌아올 거라는 막연한 희망을 가지고 참전한 수많명의 젊은 병사들이 참호 속에서 죽어갔다. 전쟁 책임에 대한 천문학적인 배상금으로 독일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게 되고, 금융업을 장악하고, 사회적 영역에서 전문직에 종사하는 유대인이 쉽게 공공의 적이 되었다.
가난한 예술가였던 오스트리아인 히틀러의 독재가 쉽게 권력을 질 수 있게 만들었고, 순수 게르만족의 나라를 세운다는 명목아래 다시 세계 2차 대전을 일으킨다. 21년 후 다시 세계 대전에 이루어지니 당연히, 그 엄청난 희생을 감당하고 싶지 않아 관망하는 나라들이 생긴다. 독일군이 거침없이 유럽의 여러 나라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1차 세계 대전을 종식시켰던 미국이 2차 대전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독일이 멕시코에 보낸 전보 때문이라고 한다. 멕시코가 미국에 뺏긴 땅을 다시 찾을 기회라는 전보가 도화선이 되어 결국, 미국도 전쟁에 나서게 된다. 세계 2차 대전은 독일 주도와 일본 주도의 두 전쟁으로 나뉠 수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식민지를 만들어 가는 게 당연하다는 잘못된 세계관으로 인류는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다행스럽게도 일본과 독일은 패망했고, 전쟁은 종식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교훈이 담겨 있다. 영원한 아군도 없고, 적군도 없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파시즘과 극단적 인종주의는 인간을 쉽게 악의 군단으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 준다.
2차 대전 중 20세기의 악명 높은 두 독재인 히틀러와 스탈린의 대결인 독소 전쟁을 보면서, 한 나라의 리더가 언론을 장악하고, 자신들의 사상을 주입해 국민들에게 전쟁의 정당성을 심어 주고 자발적 전쟁 참여를 유도하는 과정은 악마의 속삭임 같은 느낌을 준다. 일본의 전쟁 확장을 막기 위해, 일본 석유 수입의 80%를 차지하는 미국의 수출 금지는 태평양 전쟁 원인이 된다. 결국, 미국이 일본 본토에 던진 두 번의 원자폭탄은 일본의 항복으로 이어지고, 세계 2차 대전이 끝난다.
고양이가 쥐를 몰아붙이면, 힘없어 보이던 쥐도 저항을 한다. 세계 1차 대전의 패전 책임을 너무 과하게 물어 독일 국민들이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를 주었다. 덕분에 일본은 2차 세계 대전의 책임국가 중 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배상금이 적었을 것이다. 패전 하루 전날 결혼식을 올리고, 다음날 부인과 함께 자살한 히틀러의 생애가 궁금해 인터넷에서 그가 연설한 장면을 찾아보았다. 대중 선동 연설의 달인답게, 강약 조절을 통한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스피치는 묘하게 애국을 강조하며, 교묘하게 지역감정이나 종북선언,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요즘시대의 정치인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유다왕국의 백성을 의미하는 유대인들은 로마의 직접적 지배 이후부터 2,000년 동안을 나라 없이 떠돌아다녔다. 세계 삼대 종교(이슬람, 기독교,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실제 예루살렘에서 가장 오래 살아온 팔레스타인과 유대인의 갈등 근원은 영국이었다. 영국이 지배하고 떠나면서, 아랍인에게 예루살렘을 인계하고 오면서, 유대인들에게도 소유권 지지를 했다고 한다. 결국, 유대인이 팔레스타인의 땅을 차지하면서 70만 명의 팔레스타인이 자신이 살던 곳에서 쫓겨났다. 팔레스타인의 땅 80%를 차지한 유대인들과 이슬람 국가 간의 갈등은 그 끝이 보이지 않아 보인다. 종교가 달라 같이 살 수 없는 것일까...
러시아 표트르 대제의 영토 욕심을 따르는 푸틴은 현재 우크라이나를 자신의 영토로 뺏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1949년 냉전 초기에 미국과 유럽주요 국가들이 소련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해 만든 군사 동맹이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다. 유럽의 식량창고라 불리는 우크레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고, 프랑스도 가입하게 되자 고립을 우려한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땅은 넓지만, 겨울이면 얼지 않는 항구의 필요성과 더불어 유럽으로 통하는 문이 필요한 러시아의 영토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의 끝은 아지도 갈 길이 멀 것 같다.
세계의 잔혹사는 ‘인간의 천적이 인간’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준다. 경상도 크기의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법천지의 섬나라 아이티 이야기는 몇 해 전에 세계뉴스의 화두가 되었다. 유럽 정복자의 무자비한 억압으로 원래 섬주민들이 몰살되자, 아프리카에서 흑익을 노예로 삼기 위해 섬에 데려오게 되고, 백인들이 즐기는 설탕을 위해 사탕수수 농장에서 중노동으로 죽어가는 일상이었던 나라였다. 노예 스스로 해방을 해낸 나라였지만, 국가 권력이 아니라 여러 갱들이 나라를 점령해 인신매매와 약탈로 국민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캄보디아의 킬링 필드에서 행해진 학살은 한나라의 지도자 사상이 악의 화신이 될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준다. 1975년부터 4년간 사회혁명을 목표로 폴포트가 시행한 사회시스템에서 캄보디 안의 4분의 1일 죽었다고 한다. 화폐 경제를 없애고, 생산 수단을 국유화하고, 지식인들을 죽이고, 자급자족의 농사 기반을 위해 농촌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과 폭행으로 죽어갔다고 한다. 캄보디아 역사를 100년 뒤로 물러나게 했다는 그 잔혹사의 이야기는 간담을 서늘하게 한다.
일본의 오키나와 섬으로 불리는 곳이 한때는 다른 언어를 쓰고, 독립국으로 살아가던 류큐 왕국이었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에 조공을 바치며 살아가던 류큐 왕국은 1879년 일본에 의해 강제 합병이 되었다고 한다. 일본 땅에서 벌어진 유일한 지상전이 오키나와 섬이었고, 주민들은 미군의 총받이 역할을 했다고 한다. 전쟁 이후 1945년부터 미군이 지배했고, 미군의 중요한 군사 기지였다고 하다. 1972년 미국이 일본으로 섬을 반환했지만, 중국이 소유권을 주장하지 않고 미루다가 일본 땅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 여전히 독자적인 식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특유의 낙천성을 가지고 있는 이 지역은 세계 최고 장수촌으로 사계절 내내 온화한 날씨를 가진 곳이라고 한다. 2009년 류쿠어가 소멸 위기 언어로 발표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자칫 류큐 왕국과 같은 운명을 가질 뻔했다. 이제야 우리 조상들의 지혜로움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나라가 일본에 합병된 이후 만주땅에 임시 정부를 세웠기에 지금 우리나라가 한나라로써 존재할 근거를 갖게 된 것이다. 세계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현재를 살며, 미래를 만들어 갈 후손들에게 이정표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역사공부다. 방대한 대륙의 역사로 한걸음 나아가게 해주는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