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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효 Nov 13. 2024

하루 한 권 독서

[일본 중소기업 진화 생존기] - 오태현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먹고 사는지를 알 때, 각자의 상황에 맞게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제조업이 강한 일본은 중소기업이 99.7%를 차지하고, 68.8%가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2016년) 

일본은 분명 소비 중심의 미국과 또 다른 사회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2002년 한국이 월드컵으로 떠들썩할 때, 일본의 한 중소기업 직원은 노벨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일본의 중소기업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나라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에게는 새로운 관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경영전략이 먼저고, 경영 전술이 두 번째라고 한다. 기업의 목적이 무엇인 먼저 생각하고, 다음으로 그 목적에 맞는 곳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전술이라는 것이다. 일본 중소기업의 전략을 토대로 한 다양한 전술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전통과 혁신을 통해 진화해 온 일본 기업들은 100년 넘는 장수 기업이 많다고 한다. 그들이 말하는 강한 기업이란 지속 가능한 기업이라는 것이다. 생존 대부분의 기업이 매출은 올랐으나, 종업원의 수는 큰 변화가 없다고 한다. 기업의 가치를 직원들에게 체화된 기술, 경영 노하우, 보유 브랜드 같은 무형 자산 까지를 포함시키는 사고가 중소기업의 오랜 생존을 돕는 도구가 된것 같다. 


 수시로 새로운 기업이 태어나고, 죽어가고 그리고 더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먹는 먹이 사슬 같은 생태계에서, 일본 중소기업들은 꿋꿋하게 살아남아 있다.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사용했던 전술들은 그 숫자 만 큼 다양하다. 세계가 주목하는 기술을 개발한 기업, 숙련공을 통해 기술이 전술되면서 더욱 전문성을 발휘하게 한 기업, 핵심 기술만 연마해서 고 부가가치를 창출한 기업, 제조에 혼을 담은 기업, 틈새시장을 공략한 기업, 탁월한 기술로 대기업과의 수평적 분업을 성공시킨 기업 그리고 연구 실적을 바탕으로 급성장한 수많은 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렇게 다양한 기업들에게 나타나는 6가지 특징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1. 모르는 것은 하지 않는 용기

2. 업계의 상식, 성공의 형태를 믿지 않기

3.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불합리한 점을 찾아내기

4.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5. 분수에 맞는 성장을 도모하고, 사업 리스크를 직시하기

6. 세상을 위해, 인류를 위한 자발적 기업 문화를 구축하기


 책은 전통과 혁신을 담고 있는 이중성을 갖춘 생존 기업을 소개하고, 사회와 그 분야의 구성원에게 존경받는 전문가가 있는 기업을 소개한다. 그리고 왜 사업을 하고 있는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미래를 위한 사업을 다각화 해나가는 확장성을 갖춘 기업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태어났으면, 어떻게든 살아남은 영속성의 기업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통과 혁신을 공존하는 기업 이야기는 부럽다. 조상들의 전통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사회는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다. 2,000년 이상을 떠돌이 민족으로 살던 유대인들이 이를 잘 보여 준다. 

토스트와 계란을 무상으로 지급하고, 전통적 차집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중장년층의 사랑을 여전히 받고 있는 고메다 커피는 ‘거리 속 거실’이라 불리 운다. 자신들 만의 빵과 커피의 맛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가맹점들의 순수 이익과 상관없이 매장의 좌석수에 따라 로열티를 받아 함께 상생하는 도를 보여주는 기업이다. 


 지역 농민들에게 농업 조합보다 3배나 높은 가격으로 쌀을 구매해서 식초를 만들어 팔고 있는 이이 오양조 또한 분명 선한 기업이다. 마이크로 파로 전자레인지를 처음으로 만들어 낸 기업인 마이크로파 화학 또한 여전히 세련된 디자인으로 100년 만의 진화를 보여주며 살아남아 있다. 세계 제일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신념으로 의료용 가위와 바늘을 만들어 세계 시장 35%를 차지하고 있는 마니라는 기업의 정신에는 분명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를 시니세라고 하는데, 시니세 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가 일본이다. 혈연관계가 아닌 인재를 가족에 포함하여 전속시키는 전통으로 그 생명의 길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기능인을 높게 평가하는 사회적 인식과 문화 덕분에 ‘사회가 함께 만드는 전문가’를 만들어 낸다. 특정 주제에 독보적 지식을 갖고, 고도의 숙련 기술을 지닌 익스 퍼트들이 강소 기업을 만들어 낸다. 규모 확대 추구가 아니라 본업을 소중히 여기며 대를 이어가기 때문에 천재보다는 숙련 기술자를 칭하는 쇼쿠닌을 더 좋아한다고 한다. 


 전문성을 위해 퇴직자를 다시 체용해 펠로로 두고, 젊은 직원을 직속 부하로 두는 제도가 또 다른 성공을 이끌어냈다. 미미카 판매 업체 타카라토미의 지혜로운 전술이다.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자는 구호아래 세계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무봉제 니트 짜는 기계는 여성 니트 옷의 가격을 낮추어 주었다.


물 위에 뜨는 전기차 ‘펌’은 교체형 바테리로, 휴대폰과 연동이 되어 연료의 남은 정도를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이들은 미래형 전기 자동차의 빠른 진화를 불러올 것 같다. 

 ‘사회 문제 해결에 어떤 형태로든 기여할 수 없다면 우리 회사의 존재 가치는 없다’라는 철학을 가진 홍차 기업은 분명 일본 사회의 귀한 존재다. 지진 같은 재난이 빈번한 일본 사회에서, 구호품 빵들이 전달과정에서 손상되는 것을 막고자 만들어 낸 캔 속으로 들어간 빵은 3년 유효기간을 자랑한다. 산소가 들어가 있지 않아 장기 저장이 쉽고, 캔에서 탄생한 빵이지만, 그 맛이 방금 만들어낸 빵과 유사하다고 하니 놀랍다. 또한,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재난으로 구호의 도움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에게 손쉽게 전달되고 있다니, 신의 손길을 담은 기업은 그 사회의 자랑이 될 것 같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관행처럼 반복하던 것을 의심할 때 바로 거기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창출된다.’ 고기를 냉동하고 해동하면서 생기는 ‘드립’ 현상은 맛을 떨어 트리고, 단백질과 아미노산 같은 영양소 손실을 가져온다. 기존의 액체 냉각 냉동이 아니라 물에 에탄올 60%를 첨가하는 냉동 방식으로 20배나 빠른 냉각속도를 자랑하는 기업 또한 타성에서 벗어난 새로운 눈으로 시도한 결과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한 존중이 영속성이 강한 기업을 만들어 냈다. 세상이 변하는 속도와 사업이 맞지 않아, 3대째가 되면 세상의 격차로 회사가 망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가게 입구를 가리는 무명천인 ‘노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하는 신조인 ‘영속하는 것을 기업의 진수로 제시’한다. 아무리 최신 기술이라도 업에 직결되지 않는 분야는 연구 범위에 넣지 않는다는 압력 밥솥의 기업도 여전히 일본 사회에서 사랑받고 있는 기업이다. 


다른 빵집과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기 위해 식빵과 롤빵만 대를 이어 만들어 오고 있는 페리칸 같은 독특한 기업이 많은 곳이 일본이다. 

숫자 만 큼 경영 전략이 다양하다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된다.

그러나, 아직도 은행에서 도장을 찍어야 하는 금융 문화나 공무원 사회의 디지털 지연현상은 분명 일본의 빠른 걸음을 늦추는 요소라고 한다.


혼신의 힘을 모아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의미인 ‘모노즈쿠리’ 정신은 우리가 배워야 할 정신적 전술 같다. 업을 대하는 전략과 전술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필요한 시대다. 업의 전통성, 전문성, 영속성 그리고 확장성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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