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On the Road] -박준

by 조윤효

글을 쓸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책을 읽어 갈 것인가 잠시 망설이다 글을 쓴다. 허전함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책을 통해 마음 한구석의 그리움을 채우고 싶어셔였다. 박준의 책은 여행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바라보게 하는 책 같다.



태국 카오산로드에서 만나는 여행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여행 동기, 방법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을 인터뷰한 책이다. 특히, 장기 여행자들에 대한 인터뷰다. 짧게는 7개월 길게는 4년 이상의 여행 중인 세계 각국의 사람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여행은 공간적 이동을 통한 나의 다른 면을 찾아내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나와 다른 세계관으로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한 것일 수 도 있다.



그래서 잠시 들러 관광지를 둘러보고 사진으로 남기는 것을 여행이라 하기에는 너무 가볍다. 수박의 껍질만 먹고 수박을 먹어봤다고 하는 것일 수 도 있다. 진정한 여행이란 그곳에서 자신의 일상을 그들 세계와 맞추어 보는 것이다. 생활을 직접 해보면서 살아 봐야 진정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이란 방문이 아니다. 그곳에서 자신의 존재를 심어 보려는 노력을 통해 그들만의 존재 방식을 배우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아 봐야 한다. 마음이 다 이해할 때까지 몇 개월이든 몇 년이든 그렇게 정해진 궤도에서 나를 이탈시킬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동안 '아~ 여행하고 싶다!!!'라고 갈망했었다. 이제는 '아~ 나와 다른 세계에서 살아보고 싶다`라는 말로 바뀐 것 같다. 박준의 책은 이렇게 생각의 댐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다. 작은 균열이 그 댐 속에 갇힌 물들을 어느 순간 쏟아 내 버릴 것이라는 것을 안다. 두렵다기보다는 기다리고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카오산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삶의 길은 절대 같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모르게 길들여진 인생의 정해진 틀 속에서만 움직였다는 생각이 든다.



17살 자퇴를 하고 긴 여행 중인 여고생, 60을 눈 앞에 두고 빵집을 처분하고 여행 중인 부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차를 팔아 여행 온 스님, 카오산 여행 법 책을 만들어 팔면서 여행의 길이를 늘리고 있는 남자, 오직 사람의 얼굴만 찍고 있는 흑인 여자, 집단 여행이 익숙한 젊은 유대인, 마약과 술로 삶의 일탈을 치료하고 돌아간 독일의 젊은 남자..... 참으로 다양하고 다채로운 인생이 아닌가?



정해진 길로만 가라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아들에게는.... 그의 성장에서 분명 삶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으로 정신적 폭풍이 몰아 칠 때 나는 과연 17살 여고생의 부모처럼 흔쾌히 안전장치라 생각했던 모든 지지대를 풀어 줄 수 있는 용기가 생길지 생각해 본다.



길게 보면 인생도 여행이다. 하지만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노력이 있을 때 더욱 깊어지고 넓어지는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여행애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게 해 준 책이다. 잠깐 방문하는 여행도 있고 그곳에서 살아 보는 체험을 하는 것도 여행이다. 또한, 우리 각각은 혼자만의 섬에서 살아간다. 주의의 가족, 친구 더 넓게는 낯선 사람들의 가슴속에 있는 섬을 알아보고 이해하려는 자세 또한 또 다른 여행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가 버리는 건 일상이 아니라 욕심일지도 모른다'라는 책의 에필로그가 인상에 남는다. 장기 여행자에게는 많은 것이 필요 없다. 짐을 가볍게 할 수 있는 여행자가 진정한 고수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별이라는 조금 긴 여행 중인 우리가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채우는 연습이 아니라 줄여가는 연습을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 지상에 내가 잠깐 소유하는 것은 있을 수 있지만 영원한 소유가 불가능한 지금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생각해 본다.



대학 시절 비 오는 쌍계사를 도보로 걸어 내려오며 비옷을 때리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며 생각했었다. 우리나라 곳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외국인들이 많이 알려진 관광 명소만 찾아다니는 것을 보고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 또한 유럽 배낭여행 때 책자에 알려진 유명한 장소만 찾아다니며 사진 찍기 분주했던 기억이 난다. 그곳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역사와 환경이 씨줄과 날줄이 되어 만들어 낸 현상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진정한 여행의 가치를 깨닫게 될 것 같다.



이제는 내 안의 다름 외침이 들린다. '아~ 긴 여행을 하고 싶다. 그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는 마음의 일탈이 가능한 곳으로 가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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