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하루 한 권 독서

[머물고 싶은 동네가 뜬다]- 모종린

by 조윤효

등뒤로 숲이 집을 감싸고, 눈앞에 유유히 흘러내리는 강을 담고 있는 집을 꿈꾼다. 머물고 싶은 곳에 대한 로망은 꿈이 되어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책은 로컬에 주목하게 한다. 도시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둔 규칙을 따르고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긴장감을 준다. 욕망을 부추기고, 달리지 않으면 낙오된다는 긴장감은 나를 돌아볼 여지를 주지 않는다. 자연과 가까이 위치한 한적한 마을은 그 성긴 거리만큼 마음의 폭을 넓게 해 준다. 자연은 여유와 편안함을 스며들게 한다. 그러나 도시에 살던지 시골에 살던지 중요한 건 기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이 필수 조건이다. 책은 로컬의 특색을 살려 독립적인 지역 산업 육성이 실현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성공적인 로컬 비즈니스 미래를 이야기 한다.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 들은 나다움과 라이프 스타일을 바탕으로 일과 삶을 통합해 자신들만의 콘텐츠를 만들기를 원한다. 도시형 발전이 아니라 특색을 갖춘 로컬 산업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잘 연결할 때 균형 발전은 물론 개개인들이 자신의 개성에 맞는 곳에서 마음 편하게 삶을 누리고 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주는 듯하다.


책은 오프라인의 미래가 로컬이라는 것, 새로운 오프라인 시대의 기획자인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드 탄생 배경,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하는 크고 작은 기업 소개 그리고 지속 가능한 로컬 비즈니스 방법을 이야기한다.


코로나 이후 오프라인 시장이 눈에 띄게 축소되었다. 오프라인 시장에 대한 미래의 불확성을 걱정하기보다는 온라인과 다른 장점을 부각하는 전략을 알려준다. 온라인이 제공할 수 없는 가치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리테일의 미래가 온, 오프라인 융합과 균형에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오프라인은 감성과 경험을 제공하고, 실력 있는 기업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온, 오프라인을 잘 융합한다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 문화와 취향 공동체가 새로운 도시 문화를 형성해 일, 생활, 놀이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하나의 독립된 문화를 형성하게 될 것 같다. 대도시는 특색에 맞게 분화된 분권화, 지역은 함께 묶어 특색을 살리는 집중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으로 경쟁하는 탈 산업 사회는 복제할 수 없는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할 때 한국 경제의 견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나다움을 중시하고, 자신에게 충실하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스몰 비즈니스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과 기반이 필요한 시대 같다. 기존 교육과 지원 기간을 연결해 원천 기술, 창업 기술, 창업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해 주는 장인 대학이 필요한 이유를 알 것 같다.


미래는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상당수 대체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이야기하지만, 로컬 시대를 통한 균등한 발전과 개성 있는 삶에 대한 다양성을 통해 또 다른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을 준다. 커피도시 시애틀의 브랜드 스타 벅스, 아웃도어 도시 미국의 포틀랜드, 실용주의 도시 알름훌드가 이케아를 만들어 냈듯이, 한국의 각 지역의 특색을 세계화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매력적인 생활권 도시를 만들어 갈 때, 국내 인재를 잡을 수 있고, 해외 인재 유치가 유리해 한국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도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브랜드가 된다. 에어비엔비 숙박이 호텔만큼 인기를 끄는 이유는 사람들의 취향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관광명소를 점 찍듯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주민처럼 살면서 지역문화를 즐기고자 한다. 소도시 동네에 장기간 체류하는 디지털 노매드 스타일의 로컬 여행자는 온라인을 통해 쉽게 머물고 싶은 지역을 찾아낸다.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 세계의 연결이 쉬워진 것이다.


술, 음식, 특산품을 맛볼 수 있고, 2박 3일 체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면, 해외여행보다 한국 각 지역 방문객들이 늘어날 것 같다. 일본이 한때, 해외여행이 붐이었고, 국민들이 너도나도 외국여행을 다녔지만, 지금은 각 지역에 맞는 로컬 비즈니스를 잘 키워 국내 여행객들이 월등이 늘었다고 한다. 한국 또한 부쩍 해외여행이 늘었다. 문화와 지역색을 잘 엮어 살아보고 싶은 동네를 만들어 낼 때,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들도 자연스럽게 불러들일 것 같다.


머물고 싶은 동네로 15분 안에 모든 게 가능한 도시를 꿈꾼다고 한다. 사람 중심, 보행자 중심, 걷고 싶은 도시를 통한 삶의 질을 올려 주는 것에 포커스를 맞추어야 함을 알 것 같다. 탈물질주의, 환경 주의, 지역 발전, 지역 재생 주의가 로컬 비즈니스의 핵심이 된다. 순천만 하나가 지역경제를 살렸고, 전주의 한옥마을이 외국인들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다. 강릉 또한 바다와 숲을 통해 그 지역 특색을 잘 살려 사람들이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었다. 강릉 바다 앞에 나란히 손을 잡고 있는 커피숖들은 그 지역의 특색이 되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올해는 강릉을 가봐야겠다. 여행의 방식과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점을 찍는 여행이 아니라 그곳에 물들어 보는 면이 되는 여행을 꿈꾸는 시대 같다.


지역 자원, 문화, 커뮤니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이 필요한 시대다. 로컬을 창조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역성, 문화성, 창조성으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글로벌 저성상 시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창조 도시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각 도시에 특화된 장인 대학이 설립되고, 크리에이터들을 적재적소에 공급해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역동적 소도시들을 만들어 내면 된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지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닮은 지역과 함께 행복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 돈을 벌고자 하는 밀레니엄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고 <밀레니엄의 반격>의 저자 전성환 씨는 이야기한다. 현대 사회는 나은 제품이 아니라 차별화가 되는 다른 제품을 원하기 때문에 ‘다움 추구’를 통한 협업, 연결력이 중요하다.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이 일로 연결되면, 그 일들이 공간으로 제품과 서비스로 만들어지고, 공간과 제품은 브랜드가 되어 지역을 만들며, 지역은 다시 사람을 만든다.


일과 삶을 새롭게 정리하도록 돕는 것이 라이프 스타일이다. 브르주아 계급의 라이프 스타일이 물질주의였다면, 개성, 자기표현, 다양성, 삶의 질, 사회적 윤리 중시하는 탈물질 주의시대가 현대라고 한다. 모든 시작이 ‘자기 다움’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처럼, 대도시 성장 위주의 발전 모델을 무조건 따라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 같다. 지역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잘 관찰하고, 그 공간을 잘 드러내며, 문화를 입혀 서로 연결되는 엥커스토어를 만들어 내야 한다. 대구의 ‘성심당’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엥커스토어란 혁신성, 지역성, 문화성을 기반으로 유동인구, 시설, 구심점, 정체성등 상권 공공채를 제공하는 상업 시설이다.


언니의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가 공감이 간다. 부산의 구포 국수가 퇴행의 길을 걸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국수를 만들 때 천연색을 내는 당근이나 호박 등을 넣어 만들기 시작했고, 등산객들이 오르내리는 곳에 공장을 짓고, 국수를 파는 식당을 만들어 연매출이 수억 원대가 되는 곳을 창출하게 되었다고 한다. 색깔 별로 멋스럽게 포장된 국수를 선물 받았을 때, 왜 수출까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필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부산 영도의 도시 재생 사업도 눈여겨볼 만하다. 주민이 주도하는 DIY(Do It Yourself) 운동은 전문가나 장인이 아니라 주민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고치고 수리하는 작업을 말한다. 상품이 아니라 로컬 문화를 판다는 생각으로 전환할 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것 같다. 책을 판매하는 공간 또한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책을 파는 북카페, 요리책을 판매하는 식당, 아름다운 몸을 만들어 주는 책이 전시된 헬스장, 피부 미용에 대한 정보 책이 있는 미용실 등등... 다양한 시각이 필요한 시대다.


캘리포니아에서 자신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4차 혁명이라고 한다.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작업을 조직이나 집단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행복하고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기술이 4차 산업의 혁명 기술이라는 것이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미래 경제에서 소상공인 도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다수의 중산층이 기계가 만들 수 없는 공간과 문화 구조에서 창업과 고용의 기회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책은 다양한 로컬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준다. 지역 특색에 맞는 경제 개발과 창의성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개개인이 개성에 맞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는 사회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책이다.

제목 없음.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하루 한 권 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