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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 이재명

by 조윤효

진흙탕에서 뒹구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정치. 오랫동안 정치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감정이었다. 혹여 내게도 튈듯해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지난 12월 계엄령으로 인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계엄령 발표 직후에 학원에 근무하던 미국인 사이러스는 부모와 친구로부터 안전을 묻는 전화와 바로 귀국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그에게 한국의 정치 상황을 최대한으로 안정적으로 설명했고, 우리 국민성에 대한 이야기와 지난 촛불 집회 때 평화롭게 국민들이 해낸 일을 들려주었다. 미국은 시위를 하면 쉽게 폭력적으로 변하지만 한국은 평화적이면서도 질서 정연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들려주었고, 이번에도 잘 해결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다행히 그는 안심하는 눈치였고, 겨울 방학 때는 서울에 가서 집회 현장을 구경하가기도 했다.


몇 년 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한다고 세계적으로 떠들었던 적이 있다. 미국인 여교사가 학원에 오자마자 부모와 그녀의 지인들의 권유로 하루 만에 본국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도 같은 일이 생기면 안 될 것 같아 최대한 안심시키려 노력했었다. 다행히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또 다른 걱정이 스물 거리며 올라왔다. 새롭게 채용될 호주 여교사가 계약서에 사인도 했고, 출입국 절차를 밟고 있었는데 혹시나 한국이 위험하다 생각해 오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 때문에 정치뉴스에 더욱 눈을 돌렸다. 매일로 최대한 평화로운 내 주변 상황을 의도적으로 설명하면서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다. 마치 살엄음을 걷듯이 조심스럽게 채용절차를 밝아가던 지난겨울. 다행히 그녀는 지금 학원에 와서 아이들을 잘 지도해 주고 있다.


정치란 이렇게 우리 일상에 큰 영향을 준다. 정치가 내 삶을 바꿀 수 있는 길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저녁이면 불안한 마음에 유튜브를 보다 보니, 독서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독서보다 중요한 것이 현재 우리나라 정치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6개월 동안 한국 정치이야기와 한 명의 정치인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다시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지난 대선 때 내가 느낀 이재명은 표를 찍어 주기에는 먼가 꺼림칙한 사람이었다. 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그가 정치인으로서 걸어온 길을 나도 모르게 찾아보게 되었다. 동영상으로 성남시장 시절 시 시행했던 일들과, 청년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했던 강연들을 보면서, 정치의 보편성과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갖게 되었다.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 국민이 해야 한다는 것을 조용하게 전염시킨다.


갑자기 대법원에서 전원 합의체로 무재가 난 이재명의 선거를 급하게 서두르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나서 이재명의 책을 구입했다. 재고가 없어 조금 기다리기는 했지만, 책을 받아 단숨에 읽어 나갔다. 책은 계엄령이 떨어졌을 때의 상황, 계엄 이후와 탄핵 후에 국민에게 연설했던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재명의 정치 인생과 인생철학, 회복과 성장을 위한 대한민국 이야기, 결국 국민이 해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12.3 내란의 밤에 대한 이야기는 긴장감을 준다. 편안하게 따뜻한 방에서 유튜브로 보면서 느낀 불안감과는 확연히 다른 실제 계엄 해제를 위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조심스럽고 발 빠른 이야기는 긴장감을 준다. 위기가 닥치면 리더는 냉정해져야 한다. 저자는 이를 잘 보여 준다. 전체 300명 국회의원 중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국회를 향한 유일한 사람이다. 국민들에게 도움을 호소하면서 국회로 향했던 덕분에 유튜브 방송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술을 먹다가 쫓아 달려 나왔고, 집에 있다가 반팔 차림으로 정신없이 나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국민들이 밖에서 돕고,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어 조심스럽게 국회 의사당으로 숨어 들어간 이야기는 한 편의 스릴러 드라마 같다. 야당 대표라 체포될 확률이 높아 회의장 안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국회 의사당 시계탑옆 풀숲에서 몸을 숨기고 있다가 들어갔다는 대목에서는 생각보다 국회의원들이 맞닥뜨렸던 상황이 심각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의원들이 다 모였지만, 우원식 국회 의장은 절차의 명확성을 위해 30분 이상 뜸을 들였을 때 의사당 안에 모인 국회의원들의 초초함이 어떠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법을 잘 알고 있는 대통령에게 꼬투리를 잡히면 안 되기 때문에 철저하게 잘 준비해 계엄 해제를 위한 절차를 밟았던 우원식 국회 의장의 현명함을 저자가 들려준다.


인권변호사에서 성남 시장, 경기도 지사와 대통령 후보와 당대표까지의 과정을 이미 유튜브로 보고 알고 있어서 그런지 책을 읽어가는 속도가 빨랐다. ‘국민 여러분이 저를 살리셨습니다’라는 말을 통해 저자가 가지고 있는 국민에 대한 신뢰를 느낄 수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회복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이 간다. 잘 사는 나라로 잘 알려진 우리나라인데, 자살률은 높고, 출생률은 최저치이며, 국민 행복감은 바닥 수준인 이유를 누군가는 해결해야 한다. 화분에 심어둔 나무가 너무 자라 더 이상 성장을 할 수 없을 때는, 더 큰 화분에 옮기든지 아니면, 넓은 정원으로 옮겨 심어야 한다. 한국이 처한 상황이 화분에서 자란 꽉 찬 나무 같다. 더 큰 성장을 위해 옮겨 심어야 할 시간이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이 떠오른다. 2050년에 고등학교 교실에는 열서너 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을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이었다. 노인인구는 늘어가는데 일할 젊은이들은 적고,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도 적어지고, 능력 있는 젊은이들은 한국을 떠나는 세상을 어떻게 두고 볼 것인가. 국민 개개인의 소득 격차 완화와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돈이 없는 젊은이들이 결혼을 포기하고, 높은 집값 때문에 결혼한 신혼들이 집사는 것을 포기하고, 아이 낳는 것을 포기하는 나라. 이런 나라의 분위기를 후손에게 전달해서는 안된다.


기본 소득에 대한 국민 권리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한나라의 구성원 기여도로 모든 가정에 매달 특정한 금액을 국가로부터 받는 것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 당연하다는 논리였다. 그래서 저자의 기본 소득에 대한 선거 공략에 대해 거부감이 들지 않은 것 같다.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삶이 아니라 기본적인 삶이 보장되는 사회적 대전환을 이루어야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가난을 증명한 사람을 골라 지원하지 않고, 모두를 지원한 후 불필요한 몫은 회수하면 어떻겠습니까?’ 미래는 최소한의 삶을 지원받는 사회가 아니라 기본적 삶을 보장반는 기본사회로 가야한다는 생각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집 한 채 사기 위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돈을 벌고 아끼고 늙어가는 삶이 어떻게 행복할까. 기본적 삶이 사회로 보장될 때, 부담자와 수혜자가 분리되지 않고 모두가 수혜자인 기본사회 정책은 두 집단 간의 갈등을 최소 할 것이다.

내 세금이고, 내가 맡긴 권력이니 그 권력과 예산을 우리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써라’라고 요구할 수 있는 주인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리더란 미래를 향한 그 미지의 항해에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기에, 닥쳐오는 파도나 태풍에서 무너진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곧 급하게 변화될 국내외 정세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하는 역량 또한 중요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위기의 지구 온도’에 대한 이야기도 막연한 두려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섯 번째 멸종한 공룡에 이어 인류가 여섯 번째로 멸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섭씨 1.5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이미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섭씨 1.1도로 오른 상태라고 한다. 지금 먹고살기 바쁘다고 후세에게 재앙을 부르는 일을 막는 정책을 등한시 해서는 안된다. 탄소중립과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전 지구적 과제이자 새로운 에너지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제시해준다. 기후위기를 대대적 산업전환과 선도 국가로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기 위한 ‘국회 기후위기 탄소 중립 특별위원회’ 설치는 중요한 과제임을 알 것 같다.


기업의 사용 전력량 100퍼센트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기 위해 에너지 고속도로 정책에 대한 현안을 들려준다. 이를 통해 자원을 최대한 공정하게 배분하고 성장 성과를 공정하게 나누는 것이 우리 모두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한 사회의 운명은 선출직이든 임명직이든 그 사회의 권력을 가진 공직자들의 마인드와 가치, 지향 열정에 달려 있다.’ 대통령인 리더는 가치, 지향, 열정, 국민에 대한 충직함 그리고 유능함이 필요한 시대다.

투표라는 주권을 포기하면 그 몫은 소수의 기득권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들려준다. 정치라고 하는 것이 무언가 특별한 사람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우리 삶 그 자체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정치는 충직하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 국민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을 뽑으면 그 나라 국민이 행복한 나라에서 살게 되는 것이다.


‘정치는 나쁜 것이다. 정치에 관심 갖지 마라. 정치는 더럽다’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 혐오를 조장했던 일부 악성언론이나 일부 소수 권력자들의 속임수에 걸려들지 않아야 한다. 권력은 다수를 위해 작동되어야 하고, 권력이 다수를 위해 작동하면 다수가 행복한 사회가 된다는 것을 저자는 알려 준다. 합리적이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기득권 강자가 자신의 잘못을 책임지지 않고, 권력을 연장할 목적으로 국민을 속이기 위해 흘리는 ‘악어의 눈물’은 결코 연민하거나 동정하지 말라는 저자의 말에 다시 한번 다짐을 한다. 우리 모두가 이 나라의 주인이고, 역사의 주인이다. 주인 된 자로서 삶의 방향을 제단 하는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고, 우리를 대신해서 일하는 관료들을 섬기는 대상이 아니라 부리는 대상으로 보는 눈을 갖게 되었다. 저자 덕분에 정치에 흥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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