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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권 독서

[언어 감수성]- 신지영

by 조윤효

글을 잘쓰기 위해 지속적인 연습을 하지만, 말을 잘하기 위한 꾸준한 연습은 잘 되지 않는다. 쓰기보다 더 중요한 것이 타인과 소통의 다리를 연결해 주는 말하기다. 저자의 책은 말도 꾸준하게 연습해야 소통의 도구로 관계의 다리를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알려 준다. 튼튼한 소통의 다리는 삶을 행복하게 해주는 활동임을 알게 해 준다. 잠깐씩 읽었던 화술에 대한 책은 글씨체를 예쁘게 해 줄 수는 있으나 글을 잘 쓰게 해주지 못하는 것처럼, 화법은 말의 형태를 예쁘게 꾸며 줄 수는 있으나 진정한 소통으로서의 말하기를 돕지 못한다. 저자의 설득력 있는 글이다. 읽으면서 느낀 것이, 평상시 나의 화법을 점검하고, 글쓰기처럼 꾸준하게 말하기 연습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언어를 공부하는 것은 인간을 공부하는 일이고, 나아가 나와 내 삶을 챙기는 일이다.’


언어에도 새로 고침이 필요하다고 언어세계 탐구자 저자는 설득력 있게 말하기의 힘을 잘 보여 준다. 언어도 일상에서 꾸준하게 가꾸는 노력을 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피부 미용처럼 멋스럽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말이 가질 수 있는 이중성 때문에 생각과 행동에 큰 괴리가 있다. 중요한 건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는 일상이 필요하다. 말은 누구나 하지만,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화법의 달인은 드물다. 입에서 나오는 말이 향수가 되어 주변을 향기로 채우는 사람이 있을 때, 당연히 만남은 그 존재 한 사람으로 기쁨이 된다.


책은 ‘언어 감수성이 필요한 이유’, ‘관계는 말에서 비롯된다’, ‘언어에도 감촉이 있다’, ‘타인을 부를 때 생각해야 하는 것들’, ‘직장 내 호칭에 대한 숨은 불편한 진실’, ‘불통의 아이콘 고답이(물 없이 고구마 100개 먹고 대화하는 사람 같은 인물) 톺아보기’, ‘대화가 필요한 당신에게’, ‘말이 권력이 될 때’, ‘한국에서 나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 그리고 ‘존댓말을 써야 할지, 반말을 써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어 감수성이 다를 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거리는 세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관계가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 민감한 것과 상대에게 민감한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대화를 할 때 소통 능력이 커진다. 화자와 청자의 거리를 좁혀 주는 소통 능력은 지속적으로 가꾸어 나가야 할 중요한 삶의 기술 같다. 말이 관계를 만들고, 관계로 인해 행복이 느껴지는 순환 고리를 만들에 낼 때, 연금보다 더 중요한 노년의 삶이 풍요로 월 질 것이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이 따뜻한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말을 통해 관계를 맺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중심이 말이다' 라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이 간다. 말은 상대를 위해 하는 것이고, 상대에게 닿으려는 행위다.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까를 생각하며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말할 때 듣는 사람의 감수성을 고려하여 말하고, 들을 때 말하는 사람의 감수성을 생각한다면, 언어 감수성이 높아질 것이다. 관계가 익숙할 때, 말하기 감수성이 무뎌져, 가끔 가족 간에 생기는 불통이 일어난다. 언어 감수성은 공부하고 성찰을 통해 길러질 것 같다. 새로운 길을 내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습관처럼 연습하고 실천해 본다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곳에 대로가 생길 것이다.


관계는 말에서 비롯된다. 기계가 발달하고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외로움과 고립이라는 문제는 사회적 화두가 된다. 말하기를 관계의 관점에서 다시 배울 때, 따로 또 같이, 느슨하지만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성찰적 말하기와 배려를 가진 사람은 자석처럼 주변사람을 끌어당긴다. 반면, 쏟아내는 말이 용수철 같은 사람은 고립과 외로움을 만들어 낸다. 나이의 서열이 사람의 서열로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 관계를 만들어 낸다. 한국은 유난히 초면에 나이를 궁금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나이로 만들어 내는 수직구조를 만들고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암묵적 분위기가 있어서 그런지 수평적 관계의 친구를 만들기가 어렵다.


담화 표지란 말의 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담화상 기능을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문장 내에서 말을 연결하고, 화자의 태도나 담화 구조를 표시하는 역할을 한다. 상대와 대화하면서, ‘아니’라는 표현을 자꾸 사용하는 습관은 타인과의 거리를 점점 멀어지게 만들 것이다. 고마움을 담아 선물했는데, ‘이런 걸 뭐 하려고... 안 그래도 되는데...’라는 말을 들을 때, 상대가 선물을 싫어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었던 적도 있었다. 나 또한 그런 표현을 썼던 적이 있는 것 같다. 부정어로 말하지 말고, 상대가 담아내고자 했던 마음을 알아주고 표현하는 게 언어 감수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언어에도 감촉이 있다. 내 말의 감촉이 내 가족에게 내 아이에게 대물림 될 수 있다는 말은 공감이 간다. 눈에 보이는 재산이 아니라 관계의 형성을 더욱 단단하게 해주는 말의 감촉을 아이들에게 무려 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듣는 말과 듣고 싶은 말이 다를 때, 가끔 상대의 친절에도 불편함을 느꼈던 이유다. 따뜻한 말을 많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삶이 사막이 될 수 있다. 듣고 싶었던 말을 나부터 말해보는 실천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각자의 생각 속에서, 힘겨운 전쟁을 하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들려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는 용기가 된다.


타인을 부를 때 생각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이 간다. 부르는 사람은 괜찮은데, 듣는 사람이 불편한 호칭들에 대한 예를 통해, 드러나는 차별의식을 보여 준다. 상대와 나와의 관계를 나의 입으로 고백하는 말이 호칭어라고 한다. 호칭어에 민감하면서도 동시에 둔감하다. 호칭어는 말하는 사람일 때와 듣는 사람일 때 확연한 온도차가 있다는 것이다.

동사무소 직원분들에게 ‘주무관’님이라는 호칭을 써야겠다. 결혼하고, 시간이 지나 아줌마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유쾌하지 않았던 감정이 떠올랐다.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호칭을 생각하게 한다. 호칭어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표현으로 쓰라는 저자의 조언을 실천해야겠다.


직장 내 호칭에 대한 숨은 불편한 진실 또한 공감이 간다. 한국어는 호칭 없이 말하기 힘든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직책을 빼고, ‘~님’으로 통일했지만, 생각보다 적용이 어렵다는 예를 통해, 한국어의 여러 특징을 보여 준다. 너를 너라고 하기 어려운 이인칭 대명사의 공손성이 낮다는 것이다. ‘나는 당신을 공손함을 드러낼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선언이 들어가 있는 게 한국어의 ‘너, 당신’이라는 것이다. 한때, 배우 이영애 씨가 ‘친절한 금자 씨’에서 말했던 ‘너나 잘하세요’라는 표현의 느낌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호칭어나 지칭어(가리켜 이르는 말)로 표현하고, 그 표현을 바탕으로 문장의 높임법을 실현시키는 것이 한국어의 운용방법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언어의 새로 고침으로 직장 문화를 유연하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 이름 뒤에 ‘000님’이 정착될 경우 ‘개인의 개별적 특성을 인정하고, 다양성에 주목하려는 노력을 언어로 드러내는 것’이라는 말도 공감이 간다. 말이 문화를 반영하고, 문화는 다시 말에 반영된다. 존중의 언어가 존중의 문화를 만들어 내고, 존중 문화는 다시 존중어를 낳는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즉각적인 실천을 부른다.


대화란 상대와 내가 수평선을 놓고 이루어질 때, 깊이가 더해진다. 부녀간의 대화, 부자간의 대화, 직장 내 상사와의 대화 그리고 교사와 제자 간의 수직적 대화는 영원히 만나지 못하는 선이 될 수 있다. 한국어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사이 관계가 말끝을 통해 드러난다. 가끔 영어가 가지는 간편성이 당혹스러울 때가 있는데, 아마 한국인 특유의 문화 때문이리라. 권력이 센 사람일수록 말을 더 많이 하고, 낮은 지위를 가진 사람은 화자로 전락하는 발언하는 소수와 침묵하는 다수를 만든다. 리더가 소통이 중요한 이유가 의견을 많이 듣고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임을 알려 준다.


나이 위계가 평등 의식과 충돌하는 것 때문에 사회에서 소리가 난다.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세는나이를 쓰고 있는 한국. 1962년부터 법적으로 만 나이로 세고 있었지만, 새삼스럽게 만 나이로 통용하자는 의견이 있었던 일을 상기시켜준다. 새해에 모두 똑같이 한 살을 먹는 만 나이로 세야 하는지, 개개인 생일이 지난 후부터 나이를 세야 하는지가 중요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언어적 특징 때문인 것 같다.


책을 통해 언어 감수성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매일 실천하는 일을 통해 가족 관계는 물론 사회적 관계를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첫 발걸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좋은 책은 훌륭한 스승이 된다. 저자의 소망처럼 소통이 잘 되는 대한민국을 함께 꿈꾸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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