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북, 뉴베리 300권 읽더니]- 이두원
책은 느린 걸음이다. 빠르게 성취하고 쉽어하는 사람들은 저속력의 책보다는 속도감 있어 보이는 시청각이나 강의 같은 방법을 원한다. 영어 교육에서 중요한 것이 정확한 목표를 정하고 그곳에 도달하기 위한 방향을 잡는 것이다.
하나의 활동에 10년 이상을 쏟는데 어찌 정통하지 못하겠는가. 대한민국 영어 교육은 초등 3학년부터 대학까지 진행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잘하기 힘든 구조다. 학교 성적위주로 영어를 대하기 때문이다. 놀이형식의 초등영어, 문법 중심의 중등 영어, 독해 중심의 고등 영어 그리고 토익에서 특정 점수를 따야 졸업이 가능한 대학 영어가 학습자가 직선이 아니라 한자의 갈지자처럼 이리저리 중심을 이동하게 만든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 나라 말로 대화할 수 있고,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며 쓸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다. 올바른 목표를 잡고 나아가야 한다.
영어를 수년 배운 사람들이 글을 읽지 못하는 까막눈으로 학교를 졸업한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 된다. 바른 뱡향을 제시하면서 초등부터 고등까지 연계된 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학에서 영어 전공 서적으로 학문을 탐구할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해 더 나은 성취를 이루어 내는 인재 배출을 목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영어 교육과 원서 리딩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 보이는 책이다. 모든 사람이 어린 나이에 영어권나라에서 살 수 없지만,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언어인 영어를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단연코 영어 원서 독서다. 원서 독서를 통해 영어권 문화를 배울 수 있고, 문법을 배우지 않아도 언어의 규칙을 습득할 수 있으며, 다양한 어법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다. 다독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하는 힘 또한 생긴다고 하니 이만한 보물지도가 없다. 어려부터 낮은 단계로 서서히 다독으로 넘어가다 보면, 외국에 가지 않아도 현지인만큼의 지식과 정보 문화를 체험하고 터득할 수 있다. 단지, 긴 시간 동안 꾸준하게 해내는 인내가 필요하다. 한 분야에 성공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가 인내력을 꼽는 이유가 있다.
영어책을 선정하는 부분과 지도법이 들어가 있어 토요 독서반을 운영하는 나에게 좋은 조언을 준다. 영어책을 고를 때, 수준에 맞는 쉬운 책을 선택하고, 원어민 오디오로 녹음된 책을 듣고 따라 읽게 하며,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정리해서 외우기를 병행할 때 효과적이라고 한다. 영어책 읽기의 골든 타임이 초등 1학년부터 중 1학년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 모국어가 자리 잡은 아이들에게 영어 독서로 영어라는 세계로 인도할 때, 첫걸음은 여우비(여름날에 잠깐 뿌리는 비)처럼 영어라는 마른땅에 스며들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무기를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마른땅이 순식간에 비옥한 땅이 되고, 그 땅에 수많은 것들을 길러낼 힘이 된생겨난다.
아이들 영어동화의 장점이 그림 안에 상황이 잘 담겨 있다는 것이다. 영어동화는 소리를 들으며 그림과 이미지로 읽고 이해하는 훈련을 위한 좋은 재료가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정독과 다독의 갈림길에 가끔 혼돈이 온다. 하지만, 저자는 정독 보다 70~80% 이해하는 빠른 속도의 다독이 더 효과적인 성과를 낸다고 이야기한다.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읽다 보면 영어로 생각하는 사고력이 커진다. 어려서부터 영어 원서를 많이 읽은 아들의 경우와 대학생 때 부터 영어회화를 공부한 나의 영어는 뭔가 다르다. 여전히 발음이나 영어적 표현에 대해 아들의 잔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의 잔소리가 싫지 않은 이유가 부모의 뿌듯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영어 다독으로 영어 마스터의 길을 목표로 잡았다면, 저자의 조언데로 부모가 실천해야 할 사항들을 지키면 된다. 우선, 영상 매체를 보는 시간을 줄인다. 온라인 속 즐거움에 대한 제한도 포함된다. 쉬운 스토리를 선정해서 최소 5번 이상을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단계를 올리기보다는 수평적 독서를 지향해야 한다. 같은 레벨의 영어 동화를 많이 읽게 해주는 것이다. 영어책을 묵독이 아니라 큰소리로 따라 읽게 돕는다. 영어 원음을 듣고 그 뒤에서 따라 읽는 세도우 리딩(Shadow reading)이 실제 아이들의 발음 교정에도 도움이 되고, 읽는 동안 잡념이라는 방해물을 적게 만날 수 있다. 각 페이지별 그림과 연관된 내용을 기억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즉, 그림과 문자를 이미지로 연결시켜 동시에 기억하게 하는 방법은 어릴수록 효과가 더 좋다. 학원에서 낮은 단계 아이들의 낭독 숙제를 시키다 보면, 어느 순간 그림과 상황에 맞춰 영어를 쉽게 외우고, 상황에 맞게 외운 표현을 쓰는 아이들이 제법 많다. 읽고 난 후,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표현들을 기록하는 습관은 휘발성 같은 단기 기억이 장기 기억으로 안착시키는 효과를 줄 것이다.
영어 단어의 60%가 프랑스어나 라틴어에서 유입된 것이라 파닉스 규칙을 안다고 영어를 다 읽어 낼 수 있는 건 아니다. 파닉스만 배우다가 귀한 언어 민감기를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 페이지 수가 적은 낮은 단계의 스토리를 함께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영어 초급 탈출을 위한 리딩 5단계 영어 동화 다독으로 목표를 잡은 부모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담고 있다.
1. 독서 레벨 확인 후 그 보다 한 단계 낮은 쉬운 영어책부터 시작한다. 첫 1년간 100권은 50페이지 이하의 책 200권을 목표로 잡는다. 다음으로 50 페이지 이상 되는 영어 쳅터북 300권 이상 읽기로 넘어간다.
2. SR5(영어 독서 레벨 테스트 현지 5학년)점대 까지는 영어 오디오 듣기를 하면서 묵독과 낭독을 번갈아 읽는다.
3. 새로운 단어를 기록한다. 그리고 주말에는 책과 연관된 오리지널 만화나 영화, 영어 동요 그리고 미국 드라마를 보여 준다.
4. 한 권의 영어 책을 읽고 난 후, 리딩 노트에 책 제목을 기록하고, 책의 느낌과 간단한 줄거리를 쓰는 습관을 길러 준다. 또한, 특정 페이지 필사 또한 함께 병행한다.
영어 다독을 위해서는 먼저 영어 그림 동화책으로 시작해서 리더스 북, 챕터북 그리고 영어 소설 순서로 진행한다. 초등 시절 AR(영어책을 제대로 읽고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지수) 3.0 정도의 책 500권 이상 완독 목표를 둔다. 다독이 영어를 체화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방법이다.
‘Extensive reading is not the best way. It`s the only way. 다독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 유일한 방법이다’ 언어학 박사 스티븐 크라센 언어학 박사의 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영어로 표현된 수백 권의 책을 읽어야 체화된 영어로 평생활용할 수 있음을 저자는 알려 준다. 예로, 한국적인 영어로 ‘I`ll help you’라는 표현보다는 ‘Let me help you’라는 실제 원어민이 사용하는 표현을 습득하게 돕는 게 영어 동화다. 수평적 읽기를 수백 권 읽다 보면 현지에 살지 않아도 그 문화 속에 사용되는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양이 질을 압도할 만큼 다독 훈련을 해야 자연스러운 영어 습득의 길이 열릴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인 SR레벨 11점(현지 고등학생 이상의 읽기 실력) 이상인 학생의 예는 놀랍다. 아이가 영어 독서에 빠지게 하는 방법으로, 읽기 황홀감에 빠질 영어책을 만나게 해주어야 하고, 수평적 다독 읽기와 함께 중간에 쉬지 않고 연속해서 첫 2년간은 영어책 300권 읽기의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초등 저학년에서 고학년까지 부모가 도와주어야 하는 게 독서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다. 인간은 15세까지 신이 내린 두뇌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독해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리딩 감각은 스스로 읽는 훈련을 해야 얻어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원어민의 경우 분당 250~500자 단어를 읽어 내지만, 수능 영어 1,2등급을 받은 한국 학생들의 경의 분당 30~50개 단어를 읽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꾸준하게 영어 독서를 해온 아이들이 결국,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영어책을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이중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
중급정도까지는 제법 많은 아이들이 올라간다. 하지만, 고급 과정으로 넘어가는 아이들은 소수다. 다독을 통한 고급과정 진입이 필요함을 느끼지만, 단기간 성취를 위한 학교 영어 점수에 연연한 중학생들의 영어독서 중단은 안타까울 때가 많다.
영어 교육의 목표를 먼저 세워야 한다. 학교 교육을 마치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핀란드 대다수의 국민들처럼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영어로 된 글 또한 모국어 책을 읽듯이 읽고 써내는 능력을 만들어 내는 교육을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