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윤효 May 26. 2021

하루 한 권 독서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 -강인선

신문 여기자들이 쓰는 책은 무겁지 않으면서 단단하고 야무진 조각 같다. 성별이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지만 글 속에는 개개인의 사색 스타일과 가치관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세계는 왜 싸우는가' 여기자 김영미 씨의 책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들의 단단한 세계 그리고 프로의식이 느껴져서 읽는 동안  지적 자극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더 큰 세계를 뛰어다는 그녀 들의 능력이 부러웠고 자랑스러웠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박노자 교수의 책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라는 책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 굶직한 선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나라 사람 이상으로 한글을 자유자재로 써내는 힘을 보고 감탄했었다. 그의 글은 육중한 돌탑 같다.


강인선 기자의 책은 서점에서 책 구경을 하고 있는데 아들이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권해준 책이다. 읽는 동안 무슨 내용이냐고 관심을 보이는 걸 보니 자신이 선택해준 책을 누군가 읽고 있다는 건 또 하나의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책을 추천한다는 건 참으로 조심스럽다. 사람의 취향과 생각이 달라 내가 좋다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마치 아이들 동화 속의 이야기 같다. 새로 이사 온 바둑이가 맛있는 뼈 다기를 상차림 해 동물 친구들을 초대하는데 모든 동물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선물로 가지고 온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멀뚱이 쳐다보며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는데 그중 한 동물이 제안한다. 각자가 좋아하는 것을 먹자고... 그리고 행복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장면이 있다. 아들이 어렸을 때 읽어 준 동화였지만 큰 교훈을 담고 있었다. 나의 기준으로 타인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가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이지 않는 강요를 정당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글 서문에 힐러리와 콘디의 공통점을 이야기한다. 행복과 성공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이 있고, 어려운 일을 선택하며 잘되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보다는 실패해도 좋다는 각오를 한다는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말처럼 '탁월함은 차별을 압도한다'는 말이 미국 최상위 그룹에서 사회의 각종 잣대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여성 리더들의 특징인 것 같다.


책 속 그녀는 워싱턴에서 숨 가쁘게 살아 가지만 미국적인 문화와 정서를 제3의 눈으로 관찰을 통해 한국사회를 객관적으로 잘 이해하는 것 같다. 타자 지향적인 우리의 정서는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나를 가두고 스스로 교도관이 되어 자기를 괴롭히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공감이 많이 간다. 과연 나는 주의의 시선에서 자유로운가? 결혼 이 늦어지면서 서서히 가족과 친척 분들에게 받았던 무언(?) 또는 덕담(?)들이 삶을 살아가는 기준을 잡아가고자 치열히 고민 중인 나의 집중을 깨기도 했었다.  


이제는 조금 이해가 간다. 세계 경제를 주름잡는  미국의 인재, 빌 게이츠 나 마크 주커버그가 왜 사회에 대한 기부를 당연시 여기는 지를.  미국 최고 교육기관에서 장래  지도자를 키울 때 끊임없이 주입하는 메시지가 ' 그 사회에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자는 가장 혜택 받지 못한 자를 위해 일할 의무를 가진다 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회의 최고 엘리트를 키워내는 시스템에서 과연 어떤 가치관을 심어 주고 있을까? 혼자만을 위한 성공은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한 줄기의 빛이 되지 못한다. 밤하늘의 별빛이 아름 다운 건 홀로 빛나서가 아니라 수많은 별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비춰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글 중 인상에 남는 한 줄이 있다. 그녀 또한 인용한 글귀이다. '티백은 뜨거운 물에 넣어보기 전에는 그 안에 어떤 향기의 차가 들었는지 알 수 없다.' 마치 나라는 존재를 시련과 고난을 만나지 못하면 내 안의 향기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말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힐러리와 콘디는 어려운 일을 선택하는 삶을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자신만의 향기를 발견하기 위해서. 사람은 삶의 장애와 어려움을 통해 성장한다. 그래서 '꽃길만 걸으세요'라는 말을 100% 동조해 줄 수가 없다. 시련을 통해 성장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에 수많은 업적을 남긴 이들은 어려운 일을 선택해  난관을 만나고 그것을 극복하는 삶을 통해 자신의 향기와 색깔을 나타내는 티백 같은 삶을 살아냈고 살아내고 있을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한 뜨거운 물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작가의 이전글 Gesture 영문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