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들을 위한 심리학] - 김혜남

by 조윤효

아이에서 어른, 그리고 노인으로 향하는 여정은 생각의 짐이 점점 늘어나는 과정이다. 그 무게는 구름이 되어 삶의 풍경을 좌우한다. 먹구름이 되기도 하고, 가을의 푸른 하늘에 멋스러운 장면을 선물하기도 한다.


생각이 많다는 것은 부정으로 빠질 재료가 많다는 뜻일 수도 있다. 누구나 후회 없는 삶을 원하지만, 생각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삶의 여정에는 짐이 많아진다. 원하는 것이 많을수록 갈증은 깊어지고, 생각이 많을수록 발걸음은 느려진다. 그래서일까. 생각의 무게를 조금 덜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말한 “생각이 많은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은 어두운 방에서 스위치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는 표현에 공감이 갔다. 스위치를 켜면 방은 밝아진다. 이 책은 왜 생각이 많아지는지, 부정적인 생각을 멈추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말,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문제의 정체, 정신분석에서 배우는 단단한 어른의 태도, 마흔 이전에 알아야 할 것들, 그리고 이렇게 나이 들 수 있다면이라는 주제들을 담고 있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들려주는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는 더욱 진솔하게 다가온다. 42세에 진단받은 파킨슨병과 함께한 22년의 시간, 몸의 움직임이 점점 느려지는 과정 속에서도 여러 권의 책을 써 온 삶은 위안과 존경을 동시에 안겨 준다. 다섯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수재였던 둘째 언니를 향해 품었던 질투의 감정도 솔직하게 드러낸다. 대학 입학식 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언니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은 지금도 마음 한편에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생각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은 삶을 살아왔음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으며 내 머릿속 생각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조금 더 가볍게 나아가기 위해서는 그 원인을 객관자의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 책은 생각이 많을 때 도움이 되는 방법들을 제안한다. 쓸데없는 정보에 에너지를 쓰지 말 것,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을 내려놓을 것,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볼 것,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1년 뒤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마음 상태 분석 모형에 따르면 긍정과 부정의 황금 비율은 1.6:1이라고 한다. 100% 긍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비율을 이해하면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게 된다. 그 역시 내 감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조용히 마주하고 다독이다 보면, 긍정의 감정도 자연스럽게 함께 올라온다.


삶은 흐르는 강물을 따라가는 길이 아니라, 때로는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일지도 모른다. 잠시 쉬었다가 다시 한 걸음 나아가는 힘이 삶을 더 역동적으로 만든다. 걱정의 90%를 줄이는 방법 역시 단순하다.

1.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구분하고, 가능한 것에 집중한다.

2. 불안은 우리가 허락하지 않는 한 우리를 해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믿는다.

3. 걱정이 올라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나 한다.


누구에게나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완벽주의자가 아니라,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최적주의자가 되라는 조언을 저자는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다.

관계를 위한 표현법도 실천해 보고 있다. 첫째, 대화할 때 “나는 ~라고 느낀다”처럼 내 감정을 주어로 말한다. 아들과 이 화법으로 대화해 보니, 이전보다 말을 더 잘 들어주는 것 같다. 둘째, 감정이 격할 때는 표현을 잠시 멈춘다. 셋째, 감정에 충실하되 그 감정을 전부 믿지는 않는다.


화를 다루는 방법 또한 삶의 지혜로 다가온다. 화가 나면 숫자를 세고, 타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겠다고 마음먹는다. 화의 근원이 두려움임을 인식하고, 화가 난 상태에서는 어떤 결심이나 행동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인생에서 사람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경청 전에 알아두면 좋은 태도들도 인상 깊다. 쿨링오프 존을 만들고, 상대의 말을 끊어 비판하지 않는다. 때로는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고, 말뿐 아니라 몸짓과 표정을 관찰한다. 이해를 위해서만 질문하고, 지치고 피곤할 때는 솔직하게 양해를 구한다. 듣는 것을 즐기되, 결정적인 순간에만 말한다.


용서란 상처를 없었던 일처럼 덮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쏟을 가치가 없는 사람에게 사용하던 내 소중한 에너지를 거두어들이는 행위다.”
책에서 만난 가장 오래 남는 문장이다.

결혼을 시작하는 딸과 아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읽으며, 곧 결혼할 조카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 생겼다. 좋은 배우자를 원하기 보다는, 먼저 스스로 좋은 배우자가 되라는 것. 좋은 관계를 위해서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많이 하기보다,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나이가 들기 때문에 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놀지 않기 때문에 나이가 드는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의 말처럼, 어린아이처럼 생각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놀이하듯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의 말처럼, 인생의 진정한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받을 때 찾아온다. 사랑을 아끼지 않고, 위안과 격려를 건넬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어른이다. 물을 잔뜩 머금은 솜을 꼭 짜 준 듯한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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