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권 독서

[평범하여 찬란한 삶을 향한 찬사]

by 조윤효

우리가 평범함을 예사롭게 지나치지 않을 때, 평범한 삶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파울 플레밍의 이 한 줄은 이 책을 잘 설명해 주는 글귀다. 행운을 주는 네 잎클로버를 찾느라, 행복을 상징하는 세 잎클로버를 짓밟고 있는 건 아닐까. 남과 다른 삶을 꿈꾸는 방식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남들보다 뛰어난 삶이 아니라, 남과 다른 삶은 어쩌면 ‘평범함’이라는 기조 위에 세워진 조각일지도 모른다.


성공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 사이의 간극을 부추기는 사회 속에서, 개개인은 소모품처럼 여겨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평준화는 생의 비극을 불러오기도 했다. 아리안이 최고의 민족이라는 논리로 유대인 학살의 타당성을 부여했던 히틀러는, 장애인들 또한 쓸모없는 인간으로 여겨 처리 대상으로 삼았다.


각기 다른 평범함을 인정할 때 인간의 삶은 다채로워진다. 이 책은 평범함을 두각에 내세우며, 평범함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부여한다. “나는 평범한 사람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는 니체의 초기 사상에 영향을 주었지만, 차츰 니체는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절대적 성공자의 명성을 따라가기보다는, 사상을 통해 자신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 그것이 철학이다.

인간의 삶을 욕망과 권태의 추를 오가는 과정으로 표현한 대목이 인상 깊다. 살아가는 일은 끝없이 욕망하는 일이다.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나면, 머지않아 찾아드는 권태가 또 다른 욕망을 불러들인다. 욕망과 권태의 추 사이를 오가느라 삶은 분주해지고, 우리는 쉽게 소중한 것들을 놓친다.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다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무언가를 추구하는 일이지만, 가끔은 타인의 삶을 관찰할 필요도 있다. 매 생애의 첫 순간을 살아가는 우리는, 타인의 지난 삶을 통해 앞으로 내게 다가올 길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남을 판단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 생긴다. 그래서 책은 조언한다.
누군가를 판단하려면 행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난해한 시를 해석하듯,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세심하게 표현된 것들을 거부감과 공감의 저울에 올려 내 기준에 맞춰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함부로 타인의 삶을 판단할 수 없다. 내 감정이 일시적이듯, 타인이 순간적인 감정으로 뱉어낸 말과 글만으로 상대의 전부인 양 오인해서도 안 된다.
그의 긴 생애를 들여다보지 않고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책은 말한다. 지나치게 보잘것없는 사람도, 지나치게 추한 사람도 없다고. (게오르그 뷔히너)

타인을 소설 속 인물로 바라보는 연습 또한 독창적이다. 이는 타인에 대해 더 풍성하고 다채로운 시각을 갖게 해준다. 타인을 포용하는 흥미로운 관점이다.


평범성이 있어야 천재성이 돋보인다는 말도 당연하다. 소설 속 인물들이 더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 역시,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이 배경이 되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는 주인공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조연들이 주연을 빛나게 한다.


성공을 시기할 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마음이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힌다. 쇼펜하우어가 헤겔의 성공을 시기하며 보였던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낸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타인을 시기할 때는 비이성적인 판단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게도 날지 말라고 충고했던 다이달로스는 이카로스의 추락을 보며 어떤 비애를 맞보았을까. 인간의 삶은 욕망을 향한 무한 질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카로스처럼 욕망에 몰입된 인간은 결국 자신을 파멸로 이끈다는 사실 또한 드러난다.


무한 질주의 경쟁 사회는 수많은 이카로스들을 양산한다. 해마다 수많은 추락을 만들어내는 사회는 분명 건강하지 못하다. 지금은 의미가 다소 퇴색되었지만, 프랑스의 대학 입학시험은 한때 ‘매우 우수, 우수, 양호’의 세 등급으로만 구분되었다고 한다. 대학 입학시험의 철학적 질문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회라면, 이카로스의 추락을 막는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체화된 인지 개념 역시 중요한 교훈을 준다.
지금, 여기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로 최선을 다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것.”
평범한 것들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면, 높은 것과 낮은 것, 아름다운 것과 추한 것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책은 평이한 태도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을 선물한다. 보편성은 안전지대이지만, 더 높은 곳을 향한 끝없는 욕망에는 절제가 필요하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비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일은 쉽지 않다. 그 적당한 고도를 알아내고, 내가 날 수 있는 높이를 찾아가는 것, 그것이 삶 같다. 나의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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