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여행기
한 달 전, 같은 학교 언니와 카톡을 하고 있었다.
'내가 진짜 웃긴 거 알려줄까.'
'우리 같이 찍었던 사진, 내 친구 두 명한테 일본인 한 명, 일본인같이 생긴 애 한 명 맞춰보라고 했거든.'
'두 번 다 일본인을 너로 찍었어.'
3월 말, 언니 친구 두 명과, 언니, 나 이렇게 4명이서 만난 적이 있었다. 언니 친구 두 명 중 한 명은 일본인이었다. 4명이서 술을 마시고 인생 네 컷을 찍었는데 이 사진을 언니가 다른 친구 2명에게 보여준 것. 그리고 난 그렇게 일본인이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일본어라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감사합니다)' 밖에 할 줄 모르는 한국 사람이다.
후쿠오카에서도 일본인으로 오해를 많이 받았다. 3박 4일 동안 나를 일본인으로 생각하고 말을 건 사람이 4명 있었는데, 그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나 홀로 떠난 후쿠오카 여행 2일 차, 백화점에서 젊은 여성분이 말을 걸었다. 분명 일본어는 맞는데, 말이 너무 빨랐다. 그래도 해석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그녀의 말을 들었다. 영어 발음과 비슷한 일본어도 있잖아. 하지만 마지막까지 하나도 알아들지 못하고 물음표가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かんこくじんですか(한국인입니까?)'
'한국인'이라는 말에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이때는 정말 신기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3번이나 이런 일을 겪을 줄을 누가 알았을까.
3일 차, 점심시간대쯤 나카스 안쪽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밤이랑 분위기가 달라서 처음에는 거리를 잘 못 들어선 줄 알았다. 번쩍거리며 환한 빛을 내던 전광판도 꺼져있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도 한산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과 따뜻한 날씨. 편안한 하루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편의점을 지나가는 순간 왼쪽 길에 서 있던 할아버지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못 알아들었더니 또 등장한 '칸코쿠진'. 한국인이 맞다고 한 뒤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
'大丈夫(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거지. 그는 손으로 X를 그리며 의사를 물었지만 앞의 단어를 알아듣지 못한 나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어중간한 대답을 하며 지나가려는 순간 'コーヒー(커피)'라는 말이 들렸고, 두뇌를 풀가동하여 커피라는 것을 떠올렸다. 그가 손으로 가리킨 왼쪽 건물이 수상하게 보였다. 뭐야. 아 설마 커피 마시자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손가락으로 X를 그리며 상황을 벗어났다.
오케이. 그러면 모르는 길 말고 아는 길로 걸어야겠다. 그러면 안전하겠지. 나카스 안쪽거리에서 강 쪽으로 빠져나왔다. 거리를 유유히 걷던 도중 젊은 남성분이 말을 걸었다. 이번에도 빠지지 않는 '칸코쿠진'. 그렇지 안 나올 수 없는 질문이지. 다행히도 그는 영어를 할 줄 알았고, 나에게 phone number를 물어보았다. 아 번호? 줄 수 있지. 그는 번호를 받은 후 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당연히 오지 않았다. 국제 전화 거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이번에는 이메일을 교환하자고 했다. 이메일을 받은 그는 아까처럼 나에게 이메일을 날렸다. 이메일이 잘 전송되는 것을 확인한 그는 자기가 지금 집에 가야 하니까 이따 볼 수 있냐고 하였다. 아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을 한 나는 일단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알겠다고 했다. 말도 안 통하는데 둘이 만나서 할 게 있나. 얼굴 구경만 하는 건가. 곰곰이 생각한 후 30분 뒤 못 만날 것 같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에게는 정말 미안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같이 있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가 빨렸다.
마지막 네 번째도 나카스 강에서 일어났다. 4일 차 아침 7시에 카페를 가려고 길을 걷고 있었는데, 누군가 일본어로 길을 물었다. 할 수 있는 건 지도를 보여주는 것뿐. 지도를 켜서 위치를 보여주는 순간 유창한 한국말이 들렸다. "아 한국분이세요?" 한국인이 한국인에게 일본어로 물어보는 이 상황. 이게 무슨 일이람. 한국인이 일본어로 물어볼 만큼 일본인처럼 생겼던가. 아침 7시에 혼자 거리를 걸어 다녀서 더 일본인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인인 줄 알았어요. 제가 뛰다가 이상한 곳으로 와서..."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 그분은 골목길로 뛰어가셨다.
혼자 여행을 가기에 좋은 곳이라고 해도, 외국은 외국이다. 설레고 재미있어도 낯선 느낌을 받을 때는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다음에는 일본어 공부를 해서 후쿠오카 한 달 살이를 해보고 싶다. 그러면 재밌는 일이 더 많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