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어렵지만, 당당하게

by 이은경

사람 얼굴을 잘 외우는 저인데,,10년도 전에 근무했던 회사의 부사장님을 길거리에서 알아보는 저입니다. 그렇지만 죄송하게도 가끔은 어르신 존함이 많이 헷갈립니다.

애교스럽게는 김희철 어르신?? 이신지 박희철 어르신?? 헷갈려 스스로 정말 여러 번 반성합니다.

요즘 "100세 시대다."라고 다들 이야기합니다.

김희철 어르신도 75세가 넘으셨는데 정말 60대 초반으로 느껴집니다. 160cm 정도 작은 키와 허리둘레는 굻으시지만 단단한 체형, 눈이 부리부리 하시고 코가 낮으셔서 불도그를 닮으셨습니다. 그래서 보청기가 고장이라도 나서 말썽인 날에는 조금만 인상을 쓰고 계서도 무척 화가 나 보이십니다.

어르신은 4계절 화려한 색감과 패턴 셔츠를 입고 센터에 오세요. 빨간색에 골드빛 사슬 패턴을 입고 오셨을 때가 기억에 특히 남아있습니다. 스타일링에서도 드러나듯이 조용조용한 성격은 아니시고, 오시면 커피도 타달라고 하시고, 또 다 드시고 항상 여기 믹스커피가 유난히 맛있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여기서 저의 팁은 물을 정말 5ml 정도 덜 넣는 것입니다.

몇 년 전 한여름의 더위가 꺾이고 가을로 접어들 때쯤 오전 11시경 센터 문에 달린 종의 쟁그랑 랑랑 소리를 만드시며 김희철 어르신이 센터에 방문하셨을 때 일입니다.

남자가 가을을 탄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긴 했지만 본인 입으로 "난 가을을 타."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김희철어르신이 처음이었습니다. 가을을 타서 이맘때는 혼자라도 어디를 가고 싶다는 어르신은, 스마트폰이 점령한 요즘 시대가 너무나 버겁습니다. 그래도 포기하기 않으시고 보청기 센터에 오셔서 사장님께 도움을 요청하세요. "내가 비행기를 타고 어디라도 다녀와야 이 마음이 쫌 달래질 거 같아."라며 말을 꺼내시면, 정말 '나는 자연인이다'의 고정 출연자인 이승윤 씨와 너무 놀랍게 닮은 사장님은 곧장 여행사이트에서 중국 3박 4일 저렴한 패키지 상품을 알려드립니다. "39만 9천 원짜리인데 어떠세요?" "너무 좋지" "그럼 예약해 드릴게요" "응 고마워"

은퇴 후 어르신들의 삶은 단순합니다. 운동하고 가끔 친구들 만나고 , 가끔 여행 다니는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화를 못한,,, 놓친 어르신들에게는 무엇하나 쉬운 일이 없습니다. 어찌어찌 돋보기를 쓰고 배달앱을 열지만 음식을 찾고 카드결제까지 완료하기는 남들처럼 쉽지가 않고, 은행과 카드사 고객센터 통화연결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내에 따라 키패드에서 해당 번호를 누르는 일부터 벌써 진땀이 난다고 합니다. 이러니 온라인 호텔예약, 비행기 예약은 시도조차 생각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은 어르신들은 직접 발 품을 팔아 매장을 방문하십니다. 어쨌든 김희철 어르신은 그렇게 중국여행을 예약하셨고, 여행사에 입금을 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 보청기 센터를 나가셨습니다. 그리고 한 달 후쯤 다시 센터에 오셨을 때 사장님께서 여행에 대해 물으시니, "못 갔어" 그러십니다. 사장님도 어르신이 더 말을 어어가지 않으시니 다른 이야기를 꺼내십니다.

근데 이런 일이 거의 매년 한두 번 정도 있었습니다."나 동해안 기차여행 좀 예약해 줘?", "나 베트남이나, 어디 가까운 동남아 여행 좀 예약해 줘" 센터에 근무하는 5년 동안 이 일을 반복적으로 보면서 어르신이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되고, 추후에는 쫌 짠하게 느껴져서 마음이 안 좋았습니다.

근데 지난가을엔 어르신이 정말 태국 여행을 다녀오셨고, 너무 좋으셨는지 격양된 목소리로 본인은 태국과 너무 잘 맞는다고, 음식도 다 좋았다고 하십니다. 평소 목소리가 크신데 그날은 데시벨이 한층 더 높아지셨습니다.

그렇게 즐거워하시는 어르신을 보면서 너무 다행이다란 생각이 들며, 솔직히 반복된 부탁에 민망하셨을 수도 있으시고, 혼자 가시는 게 꺼려지셨을 수도 있고, 여러 사정이 있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당당히 본인의 삶을 주도해 가시는 어르신이 멋지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