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까지 성공(?)하고 나서, 엄마는 한동안 조용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야 엄마의 바느질 열풍도 끝났구나.
하지만 그건 내 착각이었다.
어느 날, 엄마가 또다시 천 조각을 들고 앉았다.
이번엔 네모난 조각이었다.
수건도 아니고, 가방도 아닌, 딱 봐도 손수건 크기.
“이번엔 뭐야?”
엄마는 실을 꿰며 말했다.
“너 산에 간다며? 산에 갈 땐 손수건이 필요해.”
“굳이 엄마가 만들 필요는 없잖아.”
“그건 네 생각이고.”
엄마는 그날 저녁, 손수건을 수놓기 시작했다.
검은 실.
나는 잠깐 불안했다. 또 구멍을 뚫을 셈인가 싶어서.
하지만 이번엔 아니었다.
엄마는 조그만 산 모양을 천천히 바느질하고 있었다.
세 개의 뾰족한 산, 그 옆에 아주 작게 구멍처럼 동그란 것 하나.
“이건 뭐야? 또 구멍?”
“아니, 해.”
“…근데 왜 검은색이야?”
“밤산에 오르는 기분으로.”
나는 별말 안 했다.
엄마는 손수건 끝에 작게 내 이니셜도 넣었다.
바느질 솜씨는 여전히 삐뚤삐뚤했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며칠 뒤, 나는 진짜로 산에 올랐다.
가파른 오르막길에서 땀을 닦으며, 그 손수건을 꺼냈다.
검은 실로 수 놓인 조그마한 산과 해.
그리고 귀퉁이에 작게 박힌 내 이름.
괜히 웃음이 났다.
산에 오르는 내내 힘들 때마다, 괜히 그 손수건을 만지작거렸다.
엄마의 손이 지나간 천 조각이라는 게, 생각보다 꽤 든든했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물었다.
“손수건 썼어?”
“응. 잘 썼어. 덕분에 잘 다녀왔어.”
엄마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손수건 하나라도 제대로 챙겨야지, 인생은 그런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내 손수건 귀퉁이엔 오늘도 조그맣게,
엄마의 바느질이 남아 있다는 것.
사실 그 뒤의 이야기는 뻔하다. 산에 가기로 한 약속은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무서운 듯이 비가 오는 바람에 취소가 되었고 우리는 9월에 가기로 다시 약속을 잡았다. 결국 엄마가 만들어준 손수건은 예쁘게 접어 찬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때까지 곤히 접혀있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