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건은 그만하겠다고 했다.
“이제 지겹다. 수건에만 놓으니까 사람이 무슨 목욕탕 종업원 같아.”
그 말에 나는 괜히 웃음이 터졌다.
“그럼 이번엔 뭘 할 건데?”
엄마는 당당하게 말했다.
“가방.”
그날부터 엄마는 한참 동안 낡은 가방을 뒤적였다.
헌 가방, 오래된 에코백, 어깨끈이 삐뚤어진 토트백까지.
“가방에 구멍 뚫고 자수 놓으면 예쁘겠지?”
엄마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다.
“아니, 엄마. 가방에 구멍을 내면, 그냥… 헌 가방 돼.”
하지만 엄마는 웃었다.
“아니지. 구멍처럼 보이게 바느질하는 거지. 진짜 구멍 내는 게 아니야.”
이쯤 되면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는 게 낫다.
그날 오후, 엄마는 재봉틀 대신 바느질 도구를 꺼냈다.
가방 중앙에 연필로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안에 검은 실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그건 얼핏 보면 구멍처럼, 조금 더 자세히 보면 수놓은 무늬처럼 보였다. 수건에 하던 것과 비슷했지만, 천이 두껍고 탄탄해서 바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아이고, 손가락 빠지겠다.”
엄마는 혼잣말을 하며 실을 잡아당기고, 매듭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꽤 즐거워 보였다.
며칠 뒤, 엄마는 그 가방을 들고 시장에 나갔다.
나는 뒤따라가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제발 아무도 엄마 가방을 신기하게 쳐다보지 않기를…
그런데 뜻밖에도 슈퍼 아줌마가 먼저 물었다.
“어머, 그 가방 어디서 샀어요? 특이하네.”
엄마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제가 만들었어요. 요즘 유행이에요. “
아줌마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 못 한 듯 잠깐 멈췄다가, “우와. 독특하네요.” 하며 웃었다.
그날 밤, 엄마는 가방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이 가방, 은근 반응 좋더라. 다음엔 옷에 해볼까? 니트 같은 데다 하면 귀엽겠지?”
나는 깜짝 놀라 대답했다.
“내 옷엔 하지 마.”
엄마는 웃었다.
“그럼 네 아빠 옷에 해볼까?”
엄마는 그날 이후로도 가끔 가방을 꺼내, 여기저기 구멍처럼 보이는 바느질을 덧붙였다. 원래의 구멍 위에 더 작은 구멍, 그 옆에 점 같은 것들. 언젠가는 작은 우주처럼 보일 것 같았다. 엄마는 말한다.
“이건 이제 가방이 아니야. 작품이야.”
나는 종종 그런 엄마가 부럽다.
틀려도 괜찮고, 어설퍼도 괜찮고, 그저 ‘이렇게 해보면 재밌지 않을까?’라는 마음 하나로 무언가를 해보는 용기. 수건이든 가방이든, 결국은 엄마가 자신의 시간을 남기는 방식이라는 걸 나는 이제 조금 안다.
엄마는 오늘도 가방에 바늘을 꽂고 있다.
“가방 하나에 구멍이 이렇게 많아도 괜찮을까?”
나는 대답한다.
“엄마, 그게 엄마 인생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