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미인도, 지금 우리

by 자하

엄마가 어느 날, 아주 뜬금없이 말했다.

“나 이번엔 신윤복 미인도로 대회 나가볼까 해.”


나는 한동안 대답을 못 했다.

“… 엄마, 그거 되게 어려운 그림인 거 알지?”

엄마는 당당했다.

“원래 도전하는 거야. “

엄마가 천천히 바늘을 움직이며 말했다.

“이 여자는 그냥 예쁜 게 아니야. 조선 시대 미의 기준이지. 하지만 내 바느질 안에선 조금 더 다르게 보여야 해.”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다르게?”

엄마는 웃으며 말했다.

“너처럼. 멋도 부리고, 허술하기도 하고, 귀엽고, 조금은 엉뚱하게.”


그렇게 엄마의 신윤복 미인도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엄마는 여인의 저고리 색을 바꿨다. 기존의 은은한 옥색 대신, 조금 더 환하고 발랄하게. 웃긴 점은 중간에 천을 물들이는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랫부분에 잘 보면 보이지도 않을 얇은 점 하나.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할지 매우 고민을 하다가 결국 애벌레로 둔갑하기로 결정했다. 막상 일이 닥쳤을 땐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애벌레로 마무리하니 그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매우 마음에 들었던 점은 표정이 엄마의 스타일로 재해석되었다는 것이다. 단아하고, 아름답고, 아주 조금은 엉뚱한 구석이 있는 표정.

나는 그걸 보며 생각했다. 엄마가 바느질한 건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엄마가 보고 싶은 ‘여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미인은 예뻐야만 되는 게 아니라, 그냥… 뭔가 마음을 기분 좋게 해주는 사람인 것 같아. 완벽하진 않아도, 어딘가 사람 냄새나는 그런 사람.”


나는 엄마가 꿰매고 있는 그 미인도 여인을 보며 생각했다. 가만히 앉아 있지만, 그 옆에 작은 애벌레가 기어가는 천 위 풍경이, 오히려 요즘 우리 모습과 더 닮아 있었다. 조선의 미인도, 지금 우리, 그리고 구석에 작은 생명 하나.

나는 웃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가끔 생각한다.

엄마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요즘 세상에서 제일 보기 힘든 미인은,

완벽하지 않고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대상은 받지 않았지만 특상을 받고 엄마는 이를 통해 또 한 번 성장했다. 영원히 성장하는 엄마를 보며 나도 마음이 다잡게 되는 순간이었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