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자수를 볼 때마다 나는 신윤복의 ‘미인도’를 떠올린다. 곱게 빗어 내린 쪽진 머리, 정갈한 옷매무새, 흰 저고리에 대비되는 진한 치마색. 하지만 그림 속 여인이 단지 ‘예뻐서’ 아름다운 건 아니었다.
나는 엄마의 자수와 똑같은 느낌을 그 여인의 뒷모습에서 받았다.
무언가를 꾹꾹 눌러 담은 듯한 어깨선,
침묵 속에서도 말 걸어오는 듯한 여인의 숨결.
미인이란 단지 외모의 기준으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걸,
엄마는 내게 손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엄마가 새긴 꽃들은 대부분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리며 만든 것들이다.
할머니의 국화꽃, 작은 이모의 목련, 나의 라벤더,
그리고 어느 날 엄마는 자기 자신에게 작은 동백꽃을 수놓았다.
“나는 겨울에 피는 사람이니까.”
그 말에 나는 왠지 울컥했다.
계절이 지나야 피는 사람.
피기까지 오래 걸리고,
질 때도 천천히 지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