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의 시간

by 자하

그날 이후 엄마는 다시 미인도를 꺼내 들지 않았다.

테두리까지 다 끝냈는데도, 자주 들여다보거나 자랑하지 않았다.

엄마답지 않았다. 엄마는 보통 잘 만든 반찬 하나에도 "어때? 괜찮아?" 하고 물어보는 사람이니까.


그러다 어느 날, 동네 주민센터에서 자수 수업을 들었던 다른 어르신들이 집에 놀러 오게 되었다. 엄마는 처음엔 허둥대더니, 방 한쪽에 말없이 미인도를 걸어두었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누군가는 “진짜 액자 속 그림 같아. 이건 누가 모델이에요?” 하고 물었고,

엄마는 쑥스러운 듯 웃으며 “신윤복 그림이야, 조선시대 미인도”라고 짧게 답했다.


그리고 그날 밤, 엄마가 내 방에 들어왔다.

“자하야, 너 그때 물감 엎지른 거, 이제는 잘한 일 같아.”

나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다시 말했다.

“그 자국 없었으면 내가 끝까지 만들었을까? 그냥 놔버렸을지도 몰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알았다.

엄마에게 중요한 건 예쁘게 수놓는 게 아니라, 끝까지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는 걸.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