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로 피운 서울 나들이

by 자하

엄마가 어느 날 말했다.

“나… 서울 가야겠다.”


평소라면 ‘차 막힌다’, ‘사람 많다’며 절대 나서지 않을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서울은 왜?”

엄마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종이봉투를 꺼냈다. 그 안에는 작은 꽃들이 줄줄이 달린 천 전등갓과, 흰 손수건에 수놓은 작은 국화, 벽에 걸 수 있는 꽃 장식들이 가득했다.

엄마가 조심스레 말했다.

“이번에 서울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팔 수 있는 기회가 있다길래… 한번 팔아보고 싶어. 내 꽃들도… 세상에 나가보라고.”


서울 마켓 준비는 작은 전쟁이었다. 엄마는 전등갓에 묻은 먼지를 떼고, 액자에 놓은 꽃들을 만지고, 손수건에 다리미를 대며 “이게 제일 예쁘게 보이는 방법이 뭘까” 고민했다.


거실은 그야말로 꽃밭이 되었다.

흰 천 위의 분홍 동백꽃, 연보라 수국, 노란 들국화,

그리고 엄마가 최근에 만든 전등용 꽃 자수.

전등을 켜자, 꽃들이 마치 실제 꽃처럼 빛을 머금었다.

“이건 꼭 팔고 싶다. 누가 집에 걸어주면, 나까지 거기 사는 기분일 것 같아.”라고 엄마는 읊조렸던 것 같다.


마켓 날, 엄마는 새벽부터 머리를 말리고 화장까지 했다. 손에는 꽃 자수 전등갓이 든 종이 가방을 꼭 껴안은 채 지하철에 앉아서 갔다고 한다. 나머지 작품들을 선생님과 함께 갔고 나는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에 서울로 가기로 했다. 그렇게 서울에서의 전시 4일 차에 나는 가게 되었다.

“많이 팔았어?”

“응 책도 많이 사주셨고 손수건도 많이 팔았어.”

“다행이다. 인기 많네”

나는 장난스러운 듯 엄마에게 엄지 척을 치켜세웠다. 엄마는 조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이었지만 생기가 가득 넘쳐 보였다. 나는 2층에도 올라가 다른 분들이 전시한 작품을 보았다. 이불보와 옷에도 자수가 되어있는 것을 보고 수준이 엄청나다고 생각했고 옛날의 고요함이 아주 잘 드러나있다고 느끼게 되었다. 정말 엄청난 순간이었다.


밤이 되어 마켓 부스에 꽃 전등들이 하나둘 걸리자, 다른 부스보다 먼저 사람들이 발길을 멈췄다.

“우와… 불 켜니까 진짜 꽃 같아요.”

“이거 직접 하신 거예요?”


엄마는 처음엔 부끄러운 듯 작게 고개를 끄덕거리고 어떻게 불을 켜는지를 알려주었다. 사람들은 웃었고, 그렇게 첫 전등이 팔려나갔다. 곧이어 손수건과 작은 벽걸이 꽃 작품들도 천천히 팔리기 시작했다. 그날 하루, 엄마의 어깨는 점점 가벼워졌고, 엄마의 표정은 서울 하늘보다 더 환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엄마는 액자 하나를 품에 안고 있었다. 그건 안 팔린 마지막 작품이었다. 엄마는 조용히 말했다.

“이거 아까까지 어떤 손님이 고민하던 건데 값을 더 낮게 잡았어야 했나? 그분이 고민하는 게 보였어..”

그러자 나는 잠시 고민을 했다. 그리고 아빠가 말했다.

“가격은 그대로 두자. 너의 작품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어. 진짜 필요로 하는 사람은, 망설임 없이 데려갈 거야.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너를 세상에 알리는 순간이 올 거야. “


나는 그 순간 아빠가 반짝 빛나는 후광을 본 듯했다. 정말 엄마는 감동한 표정을 보였고 나도 아빠의 말에 동감했다. 이제 시작이니까 주눅 들 필요는 없다. 엄마의 자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꽃이 되어 세상으로 나가고, 엄마의 마음까지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조용한 손 편지 같은 것이니까 더 어깨를 피고 다니라고 해주고 싶다. 영원히 빛나길 바라며 오늘은 마무리를 하겠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