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달라졌다, 아주 조금

by 자하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어느새 내가 막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였을까?

엄마는 평소답지 않은 모습으로 토요일 아침부터 거실을 휘젓으며 부산스럽게 돌아다녔다. 가만히 있던 나까지 조급해지는 모습에 엄마에게 슬며시 물어보니 '공방'이라는 곳에 신 청을 해서 가게 되었다고 말을 했다. 집 말곤 어딘가를 자주 가지 않는 엄마가 갑자기 공방이라는 곳을 가겠다니 조금은 당황스러웠지만 간다고 하니 말리지는 않았다. 문뜩 생각난 것이라곤 어제 보았던 엄마의 폰에서 자수를 설명하는 유튜브 영상이었다. 설마 그것을 보고 관심이 생긴 걸까라는 의문이 드는 찰나 엄마는 그렇게 집을 나갔다.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걱정이 된 것은 그날따라 작게 보이던 엄마가 당당하게 나갔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날 첫 유치원을 보내는 엄마의 마음을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날 저녁이 되어서 녹초가 된 몸으로 흐물거리며 집에 온 그녀는 몸과는 달리 반짝이는 눈을 가지고 밥을 지었다. 매일 어깨와 다리가 아파 저녁만 되면 일찍 잠들어버리던 그녀가 변한 것이다. 오랜만에 마치 진정으로 살아있는 듯한 엄마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오늘 공방은 어땠어?"

'가서 뭐를 한 거야?'

'이제부터 공방 다닐 거야?'

수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엄마는 긍정의 의사만 답했고 나는 저녁을 다 먹고 엄마의 옛날시절을 떠올렸다. 안방 한쪽 벽에 가득 쌓여있던 말려있는 실들과, 그 속에 놓여있던 물레를 천천히 발로 밟고 있던 엄마의 모습. 가운데서 우뚝 솟은 커다란 바퀴가 회전하고, 손끝에서 실이 만들어지던 순간, 부드러운 양모가 천천히 꼬이면서 하나의 선이 되는 그 순간들이 신기해 나와 동생은 발판을 누르는 것을 꽤 즐겼던 것이 기억난다. 그러나 어느새 엄마는 실들을 하나씩 정리해 창고에 쌓아두기 시작했고 이사를 오고 나서부터는 아예 찾을 수도 없었다. 물레는 그저 화장실 앞 움푹 들어간 부분의 장식품이 되었을 뿐이었다. 나는 그걸 깨달은 날 어찌나 슬펐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오늘, 우리 집 어딘가에 조용히 박혀있던 실들이 나와서 숨을 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던 그 복슬복슬한 것들이 다시 엄마의 손에 들어가게 된 날이었다. 이 작은 집에서 엄마라는 꽃이 살아 움직이던 날이었다.

그날 이후, 식탁 끝엔 늘 천 조각 하나가 자리했다. 밥을 짓고,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마친 뒤에야 엄마는 비로소 앉아 조용히 바늘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날 이후로부터 그 옆을 슬쩍 지나치며, 수놓아지는 작은 꽃들을 훔쳐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엄마를 응원하는 첫째 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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