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을 받은 날, 나는 더 깊이 엄마를 사랑했다

by 자하

처음은 가짜인 줄 알았다.

누군가가 전하는 달콤한 거짓말.

그렇게 보이스피싱에서 걸려온 전화인 줄만 알았다.

‘대상이라니’

엄마는 그날 하루 종일 기뻐했다. 처음 보는 엄마의 모습은 그날 가족 전체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엄마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실력을. 그리고 자신의 노력을. 그렇게 열심히 이뤄온 노력이 성공된 모습을 보니 나도 힘을 받을 수 있었다. 그저.. 행복했다.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그동안 내가 보아온 수많은 밤과, 고요한 바느질, 눈을 찌푸리며 실을 매만지던 손끝, 자신의 작품을 내기까지 떨리던 손길이 엄마의 가슴속에 담겨 있었다. 그걸 아는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기분이 참 묘했다. 처음에는 그저 웃음이 나왔다. 곧이어 울컥했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노력의 무게와, 내가 대신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는 사람이 한꺼번에 밀려왔으니까.

엄마가 만든 자수 작품들은 늘 조용했다. 색이 화려하지 않아도, 대단한 구도가 아니어도, 그 안엔 엄마가 쓴 시간들이 고요하게 앉아 있었다. 그걸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것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래서 ‘대상‘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에게 말해준다는 것이—세상에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들키는 것 같아, 더욱더 찡했다. 나는 이 감정을 그저 기분이 좋았다는 말로는 다 못 담는다. 마치 오래된 겨울 끝에 햇살에 한 겹 스며드는 느낌처럼, 엄마가 오래도록 혼자 품고 있던 꿈을, 이제 세상이 조금씩 같이 껴안아 주는 것 같았다.

그날 나는 엄마가 내 엄마인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고, 엄마의 꿈이 어떤 모양이든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그 실이 끊어지지 않기를 조용히 빌었다. 부디 좋아해서 계속하기를 빌었다.


엄마의 수여식은 아마 수원화성에서 이루어졌던 것으로 기억난다. 우리 가족은 최선을 다해서 옷을 입었고 엄마는 아주 예쁘고 하늘거리는 치마를 입었었다. 아침 일찍 나가서 핑크빛이 도는 아름다운 꽃도 사갔었다. 그날의 향기가, 그날의 조각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을 보면 나는 그때 얼마나 좋았던 것인지 가늠할 수 조차 없다. 사진만 아마 100장을 넘게 찍었을 것이다. 엄마의 한 장면도 놓치고 싶지 않아 동영상까지 찍었었다. 그 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었다. 나는 이제 안다. 더 나아간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나는 이제 안다. 엄마라는 존재가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나는 그녀가 이 세상에서 가장 현명하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언제나 나에게 사유의 시간이 되어주는 그녀. 나는 언제나 그녀를 위해 기뻐해 줄 준비가 되어 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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