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첫 자수 대회에 엄마가 나가게 되었다. 이제까지 뭘 위해서 만들어왔는지 의아했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엄마는 하나의 꿈을 만들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거대한.
엄마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내가 글을 자주 쓰는 것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자수 작품의 설명을 적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 들어본 누군가의 글 부탁은 가슴이 매우 떨렸던 일이었다. 평상시 친구들의 수행평가에 들어가는 글들의 문맥과 생기부에 들어갈 내용들을 더 잘 고쳐주던 부탁만 들어봤지 나에게 정말 가까운 사람의 부탁이란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건지 처음 알았다. 이것이 책임감이라는 것일까? 나는 이상하게도 이 감정이 매우 설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매일같이 응원해 나가며 서로의 앞길을 밝혀주었다.
잠시 딴 소리를 하자면 여름에 먹었던 수박에서 씨 두 개를 챙겼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걸 플라스틱 컵에 흙을 채워 심었다. 그걸 덮으면서 아주 튼실한 수박이 자랄 것을 기원했다. 여러 개의 씨앗들을 심었었지만 수박씨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두 개를 심었었는데 온갖 기도를 하고 물을 줘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그 흔한 초록색을 한 번도 보지 못하고 그렇게 5일이 지났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었다. 여전히 나의 작은 화분에는 검은흙들만 담겨 있었고 수박씨들은 썩었는지 어떻게 되었는지도 모른 채 그 안에 숨을 죽이고 잠들어있었다. 그렇게 6일.. 7일.. 이 정도면 정말 죽은 듯 보였다. 그래서 포기했었다. 포기라는 것이 이렇게 쉬운 건지 그때 알게 되었다. 그리고 10일이 넘게 지난 어느 날 아침 눈을 뜨니 작은 연두빛깔의 새싹이 보였다. 여린 잎이 숨을 쉬며 흙은 뚫고 나와서 점점 자랐다. 처음 알았다. 관심도 껐던 존재는 사실 나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는 이미 비행할 준비가 끝나있었다는 것을. 신선한 감각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신기한 사실을 하나 알려주고 싶다. 바로 수박씨는 아주 빠르게 자란다는 것이다. 새싹이 나오고 3일도 지나지 않아 벌써 15cm나 자라 있는 이 놀라운 생명체에게 나는 매일 아침마다 인사를 건넨다.
다시 글로 돌아와서 말하자면, 어쩌면 엄마는 이런 수박씨와 같은 존재였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능력을 펼칠 하루를 기다리며 숨죽이고 기다리고 있던 존재. 나는 그런 엄마를 위해 글을 담아 썼다. 엄마의 열정이 넘치는 자수를 보듬을 수 있는 글. 엄마의 자수를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그런 표현들을 총집합하여 하루 종일 머릿속에 넣고 다녔다. 그리고 글을 정해 엄마는 제목과 자수를 가지고 대회에 제출하였다. 우리 가족은 그날부터 엄마의 자수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가슴이 하루 종일 벌렁거리고 언제 발표될지 모르는 자수의 소식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다. 큰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나 엄마의 능력이 뛰어난 것을 알기에 조금의 기대를 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는 자수에 대해서 까먹어버리고 엄마는 새 자수작업을 준비하는 동안 전화가 집안에 울려 퍼졌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에서 전화드렸습니다’
그리고 엄마의 도란거리는 목소리가 거실에 퍼지는 동안 나와 동생은 안방에 숨어서 그 전화를 몰래 엿들었다. 엄마의 기분은 목소리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엄마가 좋아하는 건지 슬퍼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전화가 끊겼다. 잠시동안의 정적 후 엄마는 우리를 빠르게 돌아보더니 기쁜 얼굴로 외쳤다.
‘대상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