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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lyn Nov 09. 2022

'한양 가씨' 시조를 남편으로 둔 여자, 바로 접니다

우리다문화장학재단 톡톡리포터가 되다1

명, 좋은 꿈이었다.

꿈을 자주 꾸는 편이 아닌데, 더러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을 꿀 때가 있다. 


꿈에서 나는 핫핑크의 멋진 운동복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보통 옷이 아니었다. 

허리춤에는 프릴까지 달려 있고 너무나 화사한 핫핑크에 윤이 반지르르 나는 옷이었다. 

특이한 것은 보통의 운동복과는 달리 옷깃이 셔츠의 칼라 형태로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운동복에 어울리지 않는 셔츠 칼라지만, 이상하리만치 꿈에서만큼은 마음에 쏙 드는 옷이었다. 


분명 좋은 일이 일어날 꿈이다. 

그날은 바로 "우리다문화장학재단" "다문화톡톡리포터" 면접이 있는 날이었다. 

늘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내가 얼마 전 충동적으로 지원해놓고 나서 1차 합격 통보를 받은 뒤 남편에게 이실직고를 했던 터였다. 


"나 또 저질렀어...." 


"뭔데?"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이라고... 다문화가정들 후원하고 다문화 자녀들 돕는 기관인데, 내가 다문화 역사 교육에 관심이 있잖아.. 이번에 처음으로 SNS 기자를 뽑기에 지원해봤는데 1차 합격해서 면접 보러 가려고.. 아무래도 이 활동을 하게 되면 다문화 관련 기관들이나 사람들도 알게 되고 나한테 너무 필요할 거 같아" 


남편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활동을 하든지 상관 없지만,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돼."


그 말이 뜻하는 바를 잘 알고 있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도, 배우고 싶은 건 왜 이리 많은지, 그 덕에 늘 집안일 챙기느라 바빴던 남편이니까. 


사실 우리 남편은, 외국인 '이었다'. 

대만에서 한국어 공부를 하러 서울에 왔다가 나를 만나는 바람에 7년을 연애하고 결혼을 해 한국에 정착하게 되었다. 보통 외국인 남편과 국제결혼을 하면 외국에서 사는 경우가 많은데, 결혼하고도 10년을 한국에서 내리 살았다. 

그러다 작년에 한국인으로 귀화하면서 '한양 가(柯)'씨의 시조(?)가 되었다.




'한양'이라니...


- 서울이 아니고 웬 한양? 

- 서울이 안된대

- 뭐라고? 

- 나도 몰라, 서울은 할 수 없고, 한양만 된대. '서울'은 한자가 없대. 


말문이 막혔다. 

조선왕조의 수도였던 '한양'이라니...  

대체 대한민국 행정지도 어디서 '한양'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한자가 없어서 등록을 못 하다니... 

나중에 가서 상세히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외국인 배우자의 한자 이름을 인정해주지 않는 가족관계등록법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던 때라 더욱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런 웃지 못할 그러나 웃기는 상황은 이따금씩 우리 삶에 나타나곤 한다. 


그래서 이번에 우연히 본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의 '톡톡리포터 1기' 모집 공고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나 보다. 

다들 알지만 정확히 뭔지는 모르는 '다문화 가정'.

결코, 나의 사례가 모든 다문화 가정을 대표할 수 없듯이 

'다문화 가정'에는 사람 수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있을 터. 


게다가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은 올해 곧 설립 10년을 맞는다고 한다.

살짝 소름이 돋는 듯 했다. 

분명히, 내가 좋은 꿈을 꾸었나 보다.






한국의 외국인-다문화 정책은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이 2007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2008년에 제정되어 갓 10년을 넘긴 상황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아주 많지요. 

제 글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들이 어떤 누군가에게는 "왜?"라고 되물어야 하는 것들이 되는 새로운 경험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다문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랍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서로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지, 자세히 들여다 보면, 

우리 역시 전혀 다른 존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오래된 미래인 '다문화' 이야기, 

앞으로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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