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아무개, 연기를 배우다

연기를 시작하다

by 검정

연기를 시작한 이유

나는 소진이 많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또 감정 표현에 있어 주로 억누르고 있어 화내거나 울거나 감정표현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다. 직업에 대해 꽤 만족하고 있다고 생각하던 와중 어느 날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집 오자마자 쓰러지듯이 잠들고, 먹을 것을 좋아하는 내가 점심시간 때 음식을 한 입도 먹지 못하는 모습에서 꽤 지쳐있구나를 깨달았다.

감정표현에 워낙 익숙하지 않은 나라서 의견을 물을 때 YES 걸이 되어 네네 하기 바쁘고,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웃어넘기는 나를 보면서 무례한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사람들을 보면서 서서히 내가 갉아먹히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맡은 업무를 위해 소식지 신문을 읽던 중 우연히 회사 근처 문화예술회관에서 성인 연기 수업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화를 마음껏 내보고 싶지만 화 내는 방법조차 몰랐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바로 수업을 신청하게 된다.


첫만남

연예인의 끼가 1도 없으며, 연기를 생각해본 적조차 없던 나는 연기를 배우기 위해 수업에 들어간다는 게 꽤 두근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직장인부터 살림하는 주부, 정년 퇴직한 중년의 남성분, 중학생, 손녀를 키우는 호호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분들이 있었다.

서로 어색해 눈도 못 맞추는 첫수업. 진진자가라고 스스로 나의 5개의 진실 키워드를 정하고, 한 개의 거짓을 찾는 게임을 진행했다. 중학생 친구의 진진자가에서 스스로 "나는 잘생겼다!는 진실이었습니다"라고 외치는 모습에서 귀엽고, 스스로 잘생겼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이 놀랍기도 했다. 그 뒤 다른 분들도 수줍게 본인 소개를 이어갔다. 다른 사람 앞 나서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하고, 평소 연기를 생각해보지도 않았지만 퇴사 후 아내가 대신 연기 수업을 신청해준 중년 남성 분도 인상 깊기도 했다.

진진자가를 통한 자기소개를 듣기만 했는데도 다양한 인생에 대해 잠시 엿볼 수 있었다.


살림에 지친 주부가 되어보다

연기 선생님께서 대본을 주고, 집에서 연습을 해보라고 하셨다. 대본은 겨울 새 중에서 부인 역할이었다. 무신경한 남편에 대해 서운함에 대해 토로하는 대본이었다. 살면서 주부가 되어 본 적이 없기에 대본에 몰입하기가 어렵기도 했고, 사실 취미 개념으로 생각해서 열심히 준비하지는 않았다. 한 분씩 앞 나와서 본인이 준비한 연기를 하기 시작했다. 어떤 분은 소심해 평소에 말을 못하다가 감정을 팍! 터트리는 아내를 연기하면서 눈물을 흐르기도 했고, 어떤 분은 부인 캐릭터와 한 몸이 되어 자연스럽게 연기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또 다른 분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가벼운 캐릭터를 만들어 캐릭터를 개성있게 만들어내기도 했다. 스스로 캐릭터를 설정하고 열심히 준비한 모습에 많이 놀랐으며, 그러한 모습을 본 나는 앞에서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평소에 앞에서 발표하고 말하는 것을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되어 연기하려니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가만히 있었다. 그 후 집에 왔을 때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부인은 어떤 심정으로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하게 되었을까?','부인은 어떤 사람일까?','중심 감정은 무엇일까?'

캐릭터를 '평소의 나'로 대입하여 소심하고 평소 감정 표현을 못하다가 참다참다 말한 상황으로 잡았고, 중심 감정을 슬픔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집에서 부모님 앞에서 연습을 했는데 다들 내 발연기를 보고 처음에는 나 포함 푸하하!!웃기도 했지만 점차 캐릭터에 익숙해지자 부모님도, 연기하는 나도 진지해졌다.

그 후 사람들 앞에서 연습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슬픔을 사람들 앞에서 표현할 때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선생님께서 어떤 감정으로 연기했는지 물었고, 평소에 화를 잘 못내본 사람 같기도 하다며, 다음에 내 성격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와 화를 내보는 연기를 해도 좋을 거 같다고 하셨다.


연기를 배우고 있는 요즘, 사람들 앞에서 슬픔과 화를 표현하려고 노력할 때 묘하게 스트레스가 풀린다. 평소에는 슬퍼도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 주로 웃음으로 승화시키거나 참아야 될 때가 많았다. 슬픔과 화를 표현해본적이 없기에, 또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기에 내 연기가 매우 발연기라는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화를 내려고 해보고, 캐릭터에 이입해 슬픔에 대해 온전히 느낄 때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연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꾸준히 하면서 연기에 대해 이야기할 게 많아 이에 대해서도 써볼 예정이다. 커밍쑨!


쿠키글. 요즘 내 상태 번아웃! 나는 지쳤다. 이것도 잘 아는 게 중요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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