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형 인간입니다

친구의 조언이 기분 나쁘기 시작할 때

by 검정

처음 만나서 대화하는 자리에서 꼭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MBTI가 어떻게 되세요?"이다. 학창시절에는 혈액형, 별자리에 대해서 질문을 주고 받았다면 최근 질문으로 MBTI는 빠질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나는 MBTI 중 T와 F 유형에 대해 관심이 많다. 흔히들 현실적으로, 또 다소 냉철하게 대답하는 사람에게 "너 T야?"라는 말은 유행어처럼 쓰이는 말이기도 하다. 나는 검사를 하면 F가 90% 이상 나올 정도로 F형 인간이다. 그래서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며, 어떻게 보면 매우 감정형 인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겪은 일에 대해 공감을 얻기를 원할 때가 많다.


F와 T 차이에 대해 최근 들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있어 내 지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얼마 전, 1년 동안 열심히 다녔던 요가원이 갑자기 폐업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꽤 많은 금액을 지불했기에 갑자기 폐업했을 때 돈을 환불받을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찾아보고 있었다. 요가원 사장님께서 구구절절 상황에 대해 카톡을 보내며 내년 6월까지(작년 11월 기준으로) 기다려달라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먹튀 소식도 종종 들어왔기에 불안함이 있던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아는 지인에게 관련 내용을 말하며 현재 불안한 감정, 어떻게 대처해야 될지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지인은 "그 요가쌤이 폐업하고 싶어서 폐업한 것도 아닐텐데.."라는 답변을 했다. 종종 그 지인에게 고민상담 및 감정을 공감받고 싶어 이야기를 하면 상대방 감정이나 상황을 대변하고, 곧이어 본인의 남자 이야기나 회사 후임 뒷담화하기 급급했다. 그 뒤 그 지인이랑은 조금씩 멀어지기 시작했다.


또 다른 지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주로 내 행동을 지적할 때가 많았다. 그 때는 그렇게 대처하는 게 맞았고, 너가 틀렸다라고 대화 패턴이 반복되었다. 대화를 할 때 내 행동에 대해 지적받고 싶어 대화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자주된 행동 지적에 오래된 지인임에도 불구하고, 진지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하는 횟수는 급격하게 적어졌다.


이 지인들과 대화할 때 느끼는 미묘한 불편함에 대해 나는 T와 F의 차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내가 너무 감정형 인간이라 그런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고, 내 성격을 고치려고, 불편한 감정이 내 성격적 문제라고 생각해왔다. 제주도 게스트 하우스 스탭을 했었는데 마지막날 주고 받는 편지 중 한 오빠가 썼던 내용 중 "감정형 성격은 사회생활하기 힘들다"라는 말이 유독 기억에 남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T와 F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현재 에세이 모임을 하고 있으며, 모임에서 합평을 하고 있다. 그 모임에는 유독 T 분들이 많다. 그 분들께도 종종 내 상황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기분이 나빴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나의 행동에 대해 지적하기하거나 고치라고 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그 상황을 되돌아보게 해주고, 현실적으로 고쳐야 될 점을 알려주어 감정적으로 상황을 보느라 못 봤던 나를 "아! 그렇구나"라고 깨달음을 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래서 내가 느낀 미묘한 불편함에 대해 깨달았다. 이것은 T와 F의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까지 애써 문제라고 꼬집으며, 본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적하고 애써 바꾸라고 하는 점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내 주변에는 참 이런 적이 많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라는 말 한마디에 너는 앞머리가 이상하다, 화장을 안 해서 그렇다, 옷 스타일이 이상해서 그렇다라는 우다다 말을 들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을 '문제'로서만 바라볼 때가 불편했던 것이다.


오늘 청소년 교육 자료를 만들고 자문을 받으면서 어른의 시선으로 'say no'라고 외치는 것이 청소년들이 있어 더 멀어지게 만드는 교육이라고 듣게 되었다. 청소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say no'가 아닌 'good choice'라고 말해줄 수 있는 게 어쩌면 어른들에게 요구되는 역할일 수 있다는 것을 들으며 어느 순간 나도 'say no'라고 외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지적하고, 다른 사람을 '문제'로만 보며 고치려고 할 수 있다. 내 시선에서만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나 또한 '불편한 사람'일 수 있으며,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한 상황에 대해 내가 겪었을 때는 불쾌하고 좋은 감정은 아니었다. 그 사람과 멀어지게 만드는 감정이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사람을 좀 더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고, 공감을 토대로 조언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 하루였다.


쿠키글.

잔치국수.jpg

한 살 한 살 나이가 달라지면서 나도 이젠 밥이 좋기 시작한다. 하지만 때때로 깊고, 후루룩 넘어가는 잔치국수가 땡길 때도 있다. 퇴근 후 핑계고를 보며 혼밥 해야지!라고 다짐을 하고 밥?잔치국수? 고민하다 잔치국수를 픽했다. 그 때 보이는 불백! 아 이것까지 시키면 돈이 많이 들 거 같은데, 돈 아껴야 되는데 라는 생각들이 후르륵 넘어가다 나도 모르게 키오스크로 불백을 선택한다. 잔치국수 면을 숟가락 위에 돌돌 말아 불백을 위에다 올려놓고 먹어봤다. 홍진짜 존맛탱ㅠㅠㅠ그 위에 김치 한 입 올려놓고, 그 뒤로는 단무지도 올려놓고..어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을 아슬아슬하게 숟가락 위에다 올려놓고 먹으니 의외로 존맛탱! 맛이 잘 어우러진다. 오늘 메뉴 성공적이었다. 크으 이런게 소소한 행복이지~~

작가의 이전글브런치 작가가 되고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