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고 불러주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다.
두 번째 도전에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다.
첫 번째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떨어졌을 때 그 실망감이란, 취업의 마지막 면접에서 떨어진 느낌이었다.
브런치 작가 신청에 마지막 관문이 있는 것도 아닌데 거절당한 느낌이 들었다.
근 몇 년 동안 열심히 독서하고, 서평도 쓰며 글쓰기 연습을 해왔지만 이 정도로는 역시 안되나 했다.
그럼 그렇지, 방구석 서평가일 뿐이네,
다른 sns에 글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던 내가 무슨 작가야라는 생각으로 브런치 작가 되기 버킷리스트는 마음 깊은 곳으로 처박아두었다.
브런치의 글들이 다른 플랫폼의 글들보다 더 나을 것도 없는데 내 글을 거절했다며 애써 나를 위로했다.
프레임 가득 채운 사진과 함께 게시된 글들에 질려버려, 정말 글만 읽고 싶을 땐 브런치를 찾으면서 말이다.
첫 번째 신청 때는 작가 소개, 활동 계획, 제출 글들이 통일성이 없이 따로 놀았다.
통일성도 없는 글들을 공들여 쓰면서 두근두근 작가 되기를 기다렸다.
첫 번째 도전에 되는 사람도 있다기에 나도 그중에 한 명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탈락 메일은 5일 정도 뒤에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브런치 작가의 신청은 미루고, 버킷리스트의 하나인 안 갈지도 모르는 대학원 지원서에 열정을 쏟아부어 적다가 깨달았다.
모든 글은 읽는 사람 위주로 써야지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공들여 써봤자 남는 것은 탈락뿐이라는 것을…
두 번째 신청에는 쓰고자 하는 주제를 3개 정도 잡고, 작가 소개와 활동 계획 그리고 제출 글까지 그에 맞춰 일관되게 썼다. 다른 계정은 제출하지 않았다.
활동계획은 이번에는 서술형으로 쓰지 않고 3번까지 번호를 매겨 큰 제목 작은 제목으로 나눠 제출했다.
첫 번째 도전에서 큰 실망을 해, 두 번째는 도전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기대가 크지 않아야 실망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브런치에는 몇 번이나 작가 도전 한 사람도 있으니, 브런치 작가 되기는 작가가 될 때까지 도전하자고 생각했다.
합격 메일은 3일 정도 걸렸다.
합격의 비결로는 첫 번째 도전 후 브런치 글을 많이 소비해서 인 것 같다.
브런치는 대단한 글을 원하는 것보다 남들이 읽고 싶은 글을 좋아한다.
나도 대단한 깨달음과 소설 같은 재미를 위해서 브런치 글을 읽는 것은 아니다.
나와 비슷한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조금 더 다르게 살고 있는지 아니면 조금 더 재밌게 살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싶어 브런치 글을 읽는다.
독자가 있든 없든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이유만으로, 작가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