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수 없는 달나라
주인공은 40살에 화가가 되기 위해 가정과 직업을 모두 버리고 떠나버린다.
거지 꼴을 하며 살아도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노숙자이건 병에 걸려 죽든 말든 상관이 없다.
모든 것 상관없이 화가가 되고 싶었다면 더 젊은 시절부터 매진해도 좋았을 텐데, 왜 그는 40에 뛰쳐나간 걸까?
20살이 지나 21살이 되었을 때 이제 어른이 된 줄 알았다.
나의 유년시절은 다 지났다고 생각했다.
25살이 되었을 때는 대학을 졸업했으니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독립해서 한 사람 몫을 해야 하는 나이인 줄 알았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28살이 되었을 때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 나이인 줄 알았다. 정말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20대에 모든 걸 다 이루지 않으면 인생에서 뒤처진 사람인 줄 알았다. 뒤처졌다고 생각했다.
30대부터는 늙는 것만을 기다리는 줄 알았다. 30살이 되어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아 내 청춘은 다 갔나? 했다. 사실 서른 살에 서른 즈음에의 가사는 하나도 공감은 가지 않았다.
이 긴 인생에서 겨우 서른 살에 모든 걸 다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서른 살에 청춘이 멀어져 간다고 생각하다니….
지금 내가 보는 30살은 하던 일을 다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젊은 나이인데, 나의 30을 그렇게 엄격하게 평가하다니,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아이들을 10년 정도 키우니, 학교도 혼자 가고 학원도 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며 조금씩 중심이 나로 돌아왔다.
20대, 30대 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40대가 되니 20대 30대 나 자신과 40대 나 자신이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나이만 먹을 뿐 어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허황된 꿈을 꾸며, 내 속에 꾹꾹 눌러왔던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았다.
아직 50까지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50살이 되면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은 그냥 미련으로 간직하고 현실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내 삶을 미룰 수 없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
무한할 것 같은 시간들이 유한하게 느껴진다.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이 40이라는 나이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아닐까 한다.
저렇게까지 다 버리고 떠날 용기가 없는 사람은 6펜스인 현실 세계에 머물러야 한다.
적성에 딱 맞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내 주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도 힘들기만 하다.
아직 그리 젊은것도 아니지만 늙은 것도 아니다.
주인공처럼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도 없다.
그저 다음 날 아침 후회하지 않으려 오늘 계획한 일을 미루지 않고 살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