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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Apr 07. 2022

달과 6펜스-40대의 사춘기

갈 수 없는 달나라

주인공은 40살에 화가가 되기 위해 가정과 직업을 모두 버리고 떠나버린다.

거지 꼴을 하며 살아도 그림을 그릴 수만 있다면 노숙자이건 병에 걸려 죽든 말든 상관이 없다.

모든 것 상관없이 화가가 되고 싶었다면 더 젊은 시절부터 매진해도 좋았을 텐데,  왜 그는 40에 뛰쳐나간 걸까?




20살이 지나 21살이 되었을 때 이제 어른이 된 줄 알았다.

나의 유년시절은 다 지났다고 생각했다.

25살이 되었을 때는 대학을 졸업했으니 번듯한 직장에 취직해 독립해서 한 사람 몫을 해야 하는 나이인 줄 알았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28살이 되었을 때는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야 하는 나이인 줄 알았다. 정말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20대에 모든 걸 다 이루지 않으면 인생에서 뒤처진 사람인 줄 알았다. 뒤처졌다고 생각했다.

30대부터는 늙는 것만을 기다리는 줄 알았다. 30살이 되어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아 내 청춘은 다 갔나? 했다.  사실 서른 살에 서른 즈음에의 가사는 하나도 공감은 가지 않았다.

이 긴 인생에서 겨우 서른 살에 모든 걸 다 이뤄야 한다고 생각하고,

서른 살에 청춘이 멀어져 간다고 생각하다니….

지금 내가 보는 30살은 하던 일을 다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고 해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젊은 나이인데, 나의 30을 그렇게 엄격하게 평가하다니,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었다.




아이들을 10년 정도 키우니, 학교도 혼자 가고 학원도 가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며 조금씩 중심이 나로 돌아왔다.

20대, 30대 때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40대가 되니 20대 30대 나 자신과 40대 나 자신이 조금도 변한 것이 없었다.

나이만 먹을 뿐 어른이 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전히 허황된 꿈을 꾸며, 내 속에 꾹꾹 눌러왔던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은 계속 남았다.

아직 50까지 살아보지는 않았지만, 50살이 되면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은 그냥 미련으로 간직하고 현실을 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 이상 내 삶을 미룰 수 없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

무한할 것 같은 시간들이 유한하게 느껴진다.


달과 6펜스의 주인공이 40이라는 나이에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이 아닐까 한다.

저렇게까지 다 버리고 떠날 용기가 없는 사람은 6펜스인 현실 세계에 머물러야 한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은  주위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도 힘들기만 하다.


아직 그리 젊은것도 아니지만 늙은 것도 아니다.

주인공처럼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도 없다.

그저 다음 날 아침 후회하지 않으려 오늘 계획한 일을 미루지 않고 살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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