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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befree Apr 25. 2022

글쓰기로 치유받기

나를 위한 글쓰기.

왜 싸웠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남편과 그렇게 싸우던 시기가 있었다. 만난 지 거의 2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다 보니 요즘은 덜 싸우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덜 싸운다. 그날도 남편과 싸운 날이었다. 그렇게 싸우고 집을 나간 남편은 저녁 8시쯤 들어온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도 저녁 8시쯤 들어오다니 참 가정적인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을 혼자 보느라 너무 힘들었던 나는 남편이 들어오자마자 나가서 처음으로 혼술을 하고 들어왔다. 혼자 술 먹으러 들어가기까지는 힘들었지만, 누가 차려주는 술상을 나 혼자 집중하며 먹으니 또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2시간 정도 있다 집에 들어갔다. 앙금이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또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 글을 썼다. 글로 감정을 한껏 쏟아내니 혼술 때문인지 글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남편과 싸울 때마다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혼할 것이 아니라면 사람에게 감정을 쏟아내기보다는 글로 쏟아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았다. 그 뒤로도 남편과 싸우고 나면 자기반성은 별로 없고 남편의 잘못만 줄줄 늘어놓는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요즘은 남편이 측은하게 보여 남편 욕은 거의 쓰지 않는다. 이것도 40대가 되면서 생긴 이상한 현상이다.


20대 때는 취업만 하면 될 줄 알았다. 30대 때는 일하고 육아하느라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이 아이들이 빨리 컸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러다 앞자리가 바뀌니 이제 다 끝난 것 같다. 앞으로 퇴직할 때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 요즘 60이라는 나이는 그렇게 늙은 나이도 아닐 텐데, 퇴직 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퇴직하고 나면, 전문적인 능력, 경력 하나 없이, 얼마 되지 않는 연금만 보고 살아야  텐데, 정년이 보장된다는 것이 장점인지  모르겠다. 평생 공무원만 하다가  나이에 새로운 일을  수도 없을 텐데, 그야말로  막힌 노인이  것만 같다. 그렇다고 과감히 때려치울 수도 없다. 40대라는 나이는 그렇다.

평일 낮에 지하철을 타보니 나이 많은 분들이 많이 보였다. 평일에는 사람 없는 지하철에 앉아 조용히 앉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렇게 많은 어르신들의 인파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다들 어디를 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나도 퇴직을 하고, 낮에 시간이 많으면 저렇게 지하철을 타고 어딘가를 가고 있을지,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싫어하고 직장에 메여있는 삶도 싫어하는데 퇴직 후에는 사람들을 만나고 또 다른 일거리를 찾아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닐지 궁금했다. 20대 때에는 40살이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지금은 노년의 나를 그려보고 있다. 내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40대가 온 것처럼, 퇴직의 순간이 60대라는 나이가 닥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안 좋았다. 겉모습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늙어가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지금은 공부하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내려고 노력하지만, 지금 여기서 퇴직한다면 저 나이에 공부해야 할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나 시어머니를 보면 모임도 많고 항상 바쁘시던데, 내가 원하는 노년의 삶은 그런 것은 아니기에 조급해졌다. 생계를 남편에게만 책임지라고는 할 수 없으니 지금은 매일 출근할 수밖에 없다. 퇴직 후의 삶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다. 인생의 선택의 기로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마음은 방황하고 있다. 지금쯤이면 마음의 안정을 찾고 행복할 줄 알았는데, 삶은 여전히 행복하지 않고, 오늘 하루를 겨우 살아내고 있다. 이제 정해진 삶을 살아가는 것 외에는 어떤 도전도 허락하지 않는 40대인 것이다.  이것이 30대 때보다 40대가 더 불안한 이유인 것 같다. 40살이 가까워 오면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40대의 흔들리는 감정들을 쓰다 보니, 나는 실천은 없고 말만 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렇게 사는 게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면 지금이라도 바꾸자 생각했다. 온라인에 글을 쓰니 보는 사람이 몇 명 없는 글이라도  책임감 같은 것이 생겼다. 글로만 쓰지 말고, 말로만 하지 말고 실천하자는 책임감 말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서 글을 쓰고 글을 쓰기 위해서 실천하다 보니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 글을 쓰면 달라진다고 하던데, 그것까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남편과 다툰 후 글을 쓰면서 치유된 것처럼 어지러운 내 생각도, 지친 내 삶도 글을 쓰며 치유되고 있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쓰자는 목표 아래 글을 쓰며 실천하고 싶다. 남이 읽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 초보인 나는 사실 도저히 남이 원하는 글이 무엇인지 감이 아직 안 온다. 나를 위한 글쓰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일 년 후 아니 오 년 후는 지금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내 마음을 기대하면서 치유되는 글을 계속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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