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증이 시작되는 요즘

내가 경제적 능력에 예민한 이유

by 불완전 박사

최근 들어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올라왔다. 작년 8월에 졸업한 뒤로 계속 취업 준비 상태로 지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미취업 상태가 꽤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다.


2월에는 둘째의 돌이 있었다. 돌이 지나고 나니 마음이 조금 놓였다. 이제는 얼른 취업해서 다시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졌다.


이력서는 계속 넣고 있지만 요즘 바이오산업이 전반적으로 불황이라 그런지 경력직 위주의 채용이 많다. 나는 회사 경력이 없는 상태라 지원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게다가 박사 학위자는 인건비가 높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연구 분야가 정확히 맞는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그래서 취업의 문이 더 좁게 느껴진다.


내 우울감이 깊어질 때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내가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이다. 아마 이 감정에는 엄마의 영향이 꽤 큰 것 같다.


어릴 때 우리 집의 경제 활동은 대부분 엄마가 담당하셨다. 아빠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며 저축해 둔 돈을 쓰는 일이 여러 번 있었고, 그 일들은 대부분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엄마는 많이 지치셨고, 나는 엄마의 하소연을 들으며 자랐다.


엄마가 자주 하셨던 말이 있다.
“한 달에 백만 원만 가져다줘도…”


엄마에게는 힘든 상황을 토로하는 말이었겠지만, 어린 나에게 그 말은 다르게 남았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으면 사람답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엄마의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감정은 별개다. 어떤 계기로 ‘내가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면 그 순간부터 우울감이 시작된다.


실제로 상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남편의 외벌이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자극으로 그 생각이 올라오면 내가 무가치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번에는 엄마의 말과 다른 사람의 말이 계기가 된 것 같다.
엄마가 “아파트에 살면 사람이 격조 있어 보인다”라고 하셨고, 내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이 “아파트도 아닌데 왜 이사를 가냐”라고 말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이번에 조금 더 넓은 빌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나는 그 사실이 무척 설레고 좋았다. 그런데 그 두 마디 말 때문에 마음이 갑자기 가라앉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세상 모든 사람이 아파트에 사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모두가 격조 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 말들이 내 마음을 흔들 이유는 없다.


경제적인 능력이 더 있으면 물론 좋겠지만, 지금 나는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 있다. 내가 무능력해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지나가는 시간일 뿐이다.


이번에도 나는 우울의 이유를 하나 발견했다. 그리고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우울이 시작되는 버튼을 하나 더 이해한 셈이다.
이렇게 차분하게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도 다행이다.


언젠가는 나도 다시 월급을 받으며 일하고 있을 것이다. 작년에는 아이가 어려서 지원에 조금 소극적이었다면, 올해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