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돈은 벌고 싶다

by 불완전 박사

나는 일을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돈은 벌고 싶다.

이 문장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요즘의 나는 정말 그렇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 많이 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돈을 벌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드는 나는 게으른 사람일까.

어떤 사람들은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성취를 통해 자존감을 얻고, 일 자체에서 의미를 찾는다.
하지만 나는 그런 적이 없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드는 감정은 ‘뿌듯함’이 아니라
‘아, 다행이다’에 더 가깝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나는 성취욕보다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사람인 것 같다.

잘 해내고 싶은 마음보다
못하면 어떡하지, 부족해 보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인지 일은 즐거운 것이 아니라
항상 긴장과 부담이 따르는 일이 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나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부족한데,
아이들을 돌보고, 집을 관리하고,
해야만 하는 일들만으로도 이미 내 에너지를 넘어서 있다.

이 상태에서
‘더 잘해야 한다’, ‘더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해지면
그 순간 모든 것이 버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돈 벌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 같다.

사실 알고 있다.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돈을 벌 수는 없다는 것을.
로또가 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돈을 버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니라
내 상태를 이해하고 회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울한 시기에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의욕도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조금 괜찮아질 때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기업에 지원도 다시 시작했다.
이 상태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이상한 꿈을 꾸었다.

내가 취업을 했는데
일을 어렵지 않게, 익숙하게 해내고 있었다.
특별히 뛰어난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람들은 나를 인정하고 있었다.

그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꿈에서 깨고 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고,
이미 해본 것도 있는 사람이다.

그 사실을, 나는 자주 잊는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두 가지를 해보려고 한다.

하나는, 내 상태를 잘 관찰하고
우울이 조금 나아진 이 흐름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

남들의 평가로 나를 증명하려 하지 않기 위해서.

아직도 나는
일 안 하고 돈 벌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마음이 게으름이 아니라
지친 마음에서 나온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덜 잘하려고 한다.

그리고 대신
조금 덜 힘들어지기를 선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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