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식의 육아일기

밤이 오면 나는 엄마의 마음을 그린다

by 불완전 박사

나는 특정 분야의 글을 잘 쓰지 못한다.
논리적이거나 과학적인 글은 익숙하지만, 일기, 특히 육아일기는 늘 어렵다.
내 일기는 언제나 감정 분석 보고서처럼 정리되고,
육아일기는 감정 대신 ‘사건의 기록’으로만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으로도 다 담기지 않는 아이들의 순간들을
그냥 잊어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웹툰이었다.
어릴 적, 어린이 과학잡지를 읽기 전의 더 어린 시절엔
나의 꿈이 화가였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손끝으로 상상하는 일이 참 즐거웠다.
그래서 조금만 노력하면,
‘볼 수 있을 정도의 그림’은 그릴 수 있었다.


밤에 아이들이 잠들면,
불을 낮추고 아이패드를 켰다.
그날 있었던 귀여운 말, 웃긴 표정, 짧은 순간들을 기억해두었다가
그림으로 옮겼다.
완성된 그림을 남편에게 보여주면
우리는 조용히 웃었다.
“오늘 이 장면 진짜 그랬어.”
그 짧은 웃음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조금은 녹아내렸다.
아마 그 시간들이 내가 이 기록을 계속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며
문득 생각했다.
‘나는 이 기록을 통해 아이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싶을까?’

첫 번째는 사랑이다.
너희를 너무 사랑해서,
그 사랑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었다.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이라서,
그림으로라도 표현하고 싶었다.
이건 완벽한 기록이 아니라,
그저 “엄마가 이렇게까지 너희를 사랑했다”는
작은 증거 같은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그림들이
그날을 전해주길 바란다.

두 번째는,
자라서 이 기록을 보게 될 너희가
스스로를 사랑스러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다섯 살 미만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그 시절의 너희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존재 자체로 귀한 존재였다는 걸
기억하길 바란다.
“내가 이렇게 사랑받는 아기였구나.”
그 깨달음이 스스로를 사랑하는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기록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잊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들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잡고 싶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아기였던 너희의 모습을 그리워할 때
이 그림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다.
내가 너희를 사랑하던 날들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을 테니까.

완벽하지 않은 엄마이지만,
어떻게 하면 잘 사랑할 수 있을지를
하루하루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그 배움의 흔적 속에서
아이들이 ‘엄마의 마음’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우울한 엄마의 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