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개구리 Jan 06. 2025

04. 이럴 때만 찾지


 벌써 2025년이 왔다. 2024라는 숫자가 어색해 그냥 외면한 채로 일 년을 보냈는데 2025라니,, 2030이라는 숫자가 다가온다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다. 2010년대는 좋았던 것을 몰랐어서 보내고 나니 그립고, 2020년대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보내게 될 것 같다. 2030년대는 어떨까? 그때는 내가 어느 정도 마음의 평정을 갖게 될까. 어릴 때 맨날 30대가 되고 싶어 했다. 이유는 단지 하나뿐이었다. 그때가 되면 내가 직장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옆에 있고 가정을 이루고 있을 거니, 인간으로서의 독립이 있을 테니, 20대를 버려서라도 빨리 되고 싶었다. 근데 30이라는 숫자가 다가올수록 느낀다. 그거는 그저 환상이라는 것을,,,


 오랜만에 브런치 어플을 다시 깔았다. 마지막으로 쓴 글은 2년 전 저장해 놨던 글(03번). 다시 읽어보니 잊고 있던 감정도 생각났고 이래서 내가 오늘 다시 키보드를 들고 나왔구나를 느낀다. 마음이 심란할 때, 지나가는 시간을 그냥 보내며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할 때, 무작정 내내 걷기만 하고 싶을 때, 나는 또 글을 찾는다. 평소에는 글쓰기를 잊고 살다가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를 때 이럴 때만 또 글쓰기를 찾는다. 또 한동안 글쓰기를 생활화해야지 하겠지만 또 내 마음이 쓰리고 아릴 때 찾게 되겠지,,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음에 감사해한다.


 며칠 전 부산여행을 다녀왔다. 새해를 앞두고 내 마음의 다짐을 찾기 위해 떠났지만 모래 속 파묻힌 작은 진주알처럼 찾기 어려웠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바다를 보면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유효기간이 다 되었는지 여행의 주변 환경 영향을 받았는지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들어가게 된 노래가 나오는 골방에서 유레카를 외치긴 했다. 변하지 않는 자연과 내 삶의 반인 노래가 있다면 다짐을 당장 찾기 어렵더라도 어디서나 언제든지 다시 잘 살 힘을 줄 거라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결국 또 시험을 준비하겠지만 이제 괜찮은 척 가면을 쓰는 척도 지겹고 싫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자연과 노래를 들으며 걷고 걷고 걸으며 올해를 행복하게 잘 보낼 힘이 생겨지길 바란다. 벗어놓은 패딩, 우유를 먹고 싱크대에 넣어둔 컵, 여기저기 뒤쳐지며 자느라 내려온 이불들 등,, 20분이면 깨끗한 방을 얻을 수 있는데 시작이 어렵다. 근데 또 하다 보면 금방 하네!라는 생각을 맨날 한다. 며칠 지나면 또 시작이 어렵다. 어렵게 마음먹고 치우기 시작하면 또 금방 하네! 를 반복한다. 단순하게 생각해볼까 싶다. 나는 걸음을 떼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하면 또 잘하는 사람이다. 그러면 힘이 생길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